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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 내내 '사전투표' 외친 尹…"안철수는 철수 아닌 진격한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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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투표로 시작해 사전투표로 끝나는 유세’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0대 대선의 사전투표가 시작된 4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야권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부산과 TK(경주·경산·대구·안동·영주)를 찾아 “사전투표를 꼭 해달라”며 ‘투표율 높이기’ 총력전을 펼쳤다. 전날 충남·경남 유세와 마찬가지로 윤 후보 유세의 맺음말은 대부분 ‘부정선거 의혹 철저히 감시할 테니 걱정 말고 사전투표하라’는 것이었다. 윤 후보는 “이재명과 민주당 세력을 심판해야 한다”며 정권 심판론도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메시지의 중심엔 항상 ‘사전투표’가 있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4일 오전 부산 유세 현장에서 어퍼컷 제스쳐를 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유세 현장마다 지지자들에게 사전투표를 독려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4일 오전 부산 유세 현장에서 어퍼컷 제스쳐를 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유세 현장마다 지지자들에게 사전투표를 독려했다. [연합뉴스]

윤 후보도 아침 9시경 부산 남구청에서 사전투표를 했다. 이후 기자들을 만나 “사전투표는 국민 여러분께서 정권을 교체하고 새로운 희망을 찾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한다”고 투표를 독려했다. 부산에 지역구를 둔 한 국민의힘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단일화를 해도 투표율이 낮으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며 윤 후보 메시지의 행간을 전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오전 부산 남구청 대강당에 마련된 대연제6동 사전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오전 부산 남구청 대강당에 마련된 대연제6동 사전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를 고려한 듯 윤 후보는 사전투표 뒤 첫 행선지로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찾았다. 유엔기념공원은 6·25전쟁에서 사망한 유엔군 장병들이 잠든 곳이다. 윤 후보는 “유엔 묘지는 자유의 국제 연대를 상징하는 세계사적 장소”라며 “우리나라도 자유의 국제 연대 덕에 자유 민주주의를 갖게 된 만큼 국제적인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제가 검찰총장을 그만둔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라며 “대검 정문을 나오면서 자유민주주의와 국민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는데, 대선을 닷새 남기고 유엔 묘지를 방문하니 그 일이 떠오른다”라고도 했다. 살아있는 권력과 맞서 싸웠던 전직 검찰총장의 이미지를 재차 환기한 것이다.

윤 후보는 부산 도심 유세를 이어가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맹공을 퍼부었다. 사하구 유세에선 민주당이 최근 당론으로 채택한 정치 개혁안에 대해 “부정부패 세력이 제일 좋아하는 게 거짓말이다. 운동권 패거리 정치에 속으면 안 된다”며 “선거 열흘 앞두고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냐. 투표로 심판해서 이 사람들을 몰아내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의 대장동 의혹에 대해선 “민주당은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 아니라 단군 이래 최대 부정부패의 몸통을 대통령 후보로 선출했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이 최근 발의한 대장동 특검법과 관련해서도 “작년 9월부터 주장할 때는 180석 가지고 뭉개다 선거의 패색이 짙어지니까 갑자기 하자고 한다”고 평가절하했다. 윤 후보는 “일본엔 도쿄와 오사카가 있듯이, 한국엔 서울과 부산이 있어야 한다”며 “민주당의 양식 있는 정치인과 협치하고 통합해 부산을 아시아 최고의 해양도시로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4일 서초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제20대 대선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4일 서초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제20대 대선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후보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에 대해서도 유세마다 그 진정성을 강조했다. 윤 후보는 부산 구포시장을 찾아 “안철수 대표는 단일화로 사퇴를 했지만, 이것은 철수한 것이 아니라 진격한 것”이라며 “더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 국민의힘과 함께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이 고향인 안 대표는 윤 후보의 부산 유세엔 동행하지 않았다. 안 대표는 4일 오전 여의도에서 사전투표를 한 뒤 같은 날 오후 윤 후보의 경기도 유세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날 유세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 실무 협상을 맡았던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도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부산이 지역구인 장 의원은 올해 초 이른바 ‘윤핵관’ 논란 이후 윤 후보의 부산 유세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4일 오전 부산 유세 현장에서 장제원 의원에게 마이크를 건네고 있다. 장제원 의원이 윤 후보 부산 유세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4일 오전 부산 유세 현장에서 장제원 의원에게 마이크를 건네고 있다. 장제원 의원이 윤 후보 부산 유세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뉴스]

윤 후보는 장 의원의 지역구인 사상구 유세에서 “(안철수 대표와의) 단일화 과정에서는 장제원 의원이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저와 안철수 후보가 서로 믿고 신뢰할 수 있도록 했다”고 장 의원을 추켜세웠다. 윤 후보는 장 의원에게 존댓말까지 써가며 “정치에 처음 발을 딛고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에 저를 가르쳐주고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될 수 있도록 가장 큰 역할을 해주셨다”며 장 의원을 유세차로 불러올렸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의 텃밭인 TK지역을 찾아서도 사전 투표를 강조했다. 윤 후보는 경주 유세에서 “4일·5일·9일 3일 간 투표해주셔야 우리가 승리한다"며 “그래야 무도한 민주당 세력을 갈아 치우고 이 나라를 정상적인 나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경산 유세에선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원전을 향후 60년간 주력 전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발언을 겨냥해 “정권 말기가 오고, 또 대선이 눈앞에 오니까 국민들한테 립서비스로 탈원전을 재검토할 듯이 얘기를 했다”며 “이런 민주당 정권이 한번 더 연장되면 이 땅의 자유민주주의와 상식은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고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이후 대구를 찾아선 “우리도 과거에 공산 국가의 침략을 받았을 때 전세계 자유인들이 연대해 지켜줬다”며 “결사 항전 중인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해 격려의 박수를 보내드리자”며 우크라이나와의 연대를 강조했다.

윤 후보는 이 후보의 고향인 안동 유세에선 공세 수위를 더욱 높였다. 이 후보 부부의 법카 유용 의혹을 언급하며 “저도 대한민국 공무원을 26년 했지만, 공무원이 그런 짓 하면 목이 날아간다. 자기도 경기지사 하며 공금 잘못 쓴 공무원들 징계하지 않았냐”며 “이런 사람이 여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다는 것 자체가 정권이 썪었다는 것”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4일 이 후보가 강원 유세에서 허경영 대선후보의 발언을 인용해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이 너무 많다”고 말한 것에 대해선 “민주당이 다 써재꼈는데 이 나라에 돈이 어딨냐”며 “국민의 재산을 약탈한 사람이 누군데, 정말 뻔뻔하기 이를 데 없다”고 이 후보를 비판했다.

윤 후보는 5일엔 충북 제천과 충주로 이동해 충청권 유세를 마무리한다. 그 뒤 경기 여주와 이천에 이어 서울 광진구와 노원구 등 수도권 중도층 표심을 노린다. 노원구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협위원장을 맡은 지역으로 이 대표도 유세에 함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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