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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산불, 강풍 타고 민가 향한다…3㎞ 옆 한울원전 초비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소방당국 “일몰 전 큰 불 잡을 것” 

4일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확산되고 있다. 사진 산림청

4일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확산되고 있다. 사진 산림청

건조한 날씨로 크고 작은 산불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4일 경북 울진군에서도 원인을 알 수 없는 산불이 나 빠르게 번지고 있다. 산림당국은 ‘산불 대응 3단계’, 소방당국은 ‘전국 소방동원령 1호’를 발령하고 국가위기경보도 ‘심각’ 단계가 내려졌다.

산림청과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불은 이날 오전 11시17분쯤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 도로변에서 발생했다. 건조특보가 내려진 날씨에 강풍까지 더해져 산불이 빠르게 번지기 시작했다. 산림당국은 산불진화헬기 43대와 산불진화대원 717명을 긴급 투입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순간풍속이 최대 초속 25m에 이르는 상황이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울진군은 산불이 남서풍을 타고 빠르게 민가로 향하고 있는 만큼 오전 11시45분 인근 마을인 북면과 죽변면 주민과 등산객에 대해 인근 초등학교나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령을 내린 상태다. 대피 인원은 2215세대 3995명이다.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산불 대응 3단계’와 ‘전국 소방동원령 1호’도 발령됐다. 산불 대응 3단계는 예상 피해가 100㏊ 이상이고 평균 풍속이 초속 7m 이상일 때 내려진다. 관할기관뿐 아니라 인접기관 인력과 장비도 동원해 진화하는 최고 대응 단계다. 소방력 동원령은 대형 화재나 사고, 재난 등 긴급상황 발생 시 부족한 소방력을 다른 지역에서 지원하는 조치다. 소방력 동원 규모에 따라 1호(당번 소방력의 5%)·2호(10%)·3호(20%) 순으로 단계가 올라간다.

4일 11시17분쯤 경북 울진군 북면 야산에서 불이 나 초대형 헬기가 소화액을 뿌리며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산림청

4일 11시17분쯤 경북 울진군 북면 야산에서 불이 나 초대형 헬기가 소화액을 뿌리며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산림청

특히 소방당국은 산불이 번진 민가에서 약 3㎞, 최초 산불 발화 지점과 10㎞ 정도 떨어진 한울원자력발전소에 불이 번지지 않도록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발전소는 내부 구조 자체가 두꺼운 콘크리트로 돼 있고 원전과 인근 야산 사이에 넓은 도로가 있어 산불이 원전에 직접 피해를 주긴 어렵다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하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발전소 외부 변전소 인근에 화재 방어선을 구축해 둔 상태다.

경북소방본부는 한울원전본부 요청에 따라 울산119화학구조센터에서 대용량 방사포 시스템을 투입했다. 이 장비를 활용하면 대형펌프차 26대가 동시에 방수하는 수준인 분당 7만5000ℓ의 소방용수를 최대 130m까지 방수할 수 있다.

산림당국도 한울원전을 보호하기 위해 산불확산차단제(액상형 지연제)를 사용한 산림청 초대형헬기를 긴급투입했다. 산불지연제를 산불이 확산되는 방향에 집중 투하하는 ‘불 가두기’ 작업 등을 통해 산불 확산을 저지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경북도는 산불 종합상황실을 울진군청에 마련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산불 진화를 위해 육군 제50보병사단, 포항 해병대 1사단 등 군부대를 동원하기로 협의했으며, 도청·군청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들도 함께 나서 진화에 총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울진 산불을 일몰 전까지 진압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김 총리는 “산림청장과 소방청장은 지자체, 국방부 등 유관기관과 협조해 활용 가능한 모든 장비와 인력을 동원해 산불 조기 진화에 최선을 다하라”며 “일몰 전까지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진화에 총력을 다할 것과 야간산불로 이어질 것에 대비해 진화 인력과 장비 준비를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4일 경북 울진군 북면 한 야산에서 산불이 난 가운데 산불 현장과 가까운 한울원자력발전소 외부 변전시설에서 소방당국이 화재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사진 경북소방본부

4일 경북 울진군 북면 한 야산에서 산불이 난 가운데 산불 현장과 가까운 한울원자력발전소 외부 변전시설에서 소방당국이 화재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사진 경북소방본부

앞서 지난달 28일 경남 합천에서도 대형 산불이 발생해 산불 대응 3단계와 국가위기경보 심각 단계가 떨어졌다. 당시 산불은 인접 지자체인 경북 고령군으로 옮겨붙어 축구장 850여 개에 해당하는 면적인 산림 600㏊를 태우고 이틀 만에 진화됐다.

같은 달 16일에도 경북 영덕군 영덕읍 화천리 야산에서 대형 산불이 나 36시간 만에 진화됐다. 당시 산불의 원인이 됐던 전날 산불까지 포함하면 51시간여 만에 불길을 잡았다.

울진 산불 진화 전략도. 사진 산림청

울진 산불 진화 전략도. 사진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산사태연구과 안희영 산불예측분석센터장은 “대기가 건조하고 강풍이 부는 시기에는 작은 불씨도 대형 산불로 번질 위험이 크다”며 “산림과 가까운 곳에서 쓰레기나 농업 부산물을 태우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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