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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AWS 없는 '한국의 아마존' 쿠팡, 신사업 키운다는데

중앙일보

입력

쿠팡이 상장 후 첫 연간 실적을 발표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사인 쿠팡은 지난해 연매출 22조 2260억원을 기록해 전년(13조 9230억원) 대비 54% 성장했다. 이마트의 지난해 오프라인 마트 매출(16조 450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마트 자회사 SSG닷컴의 온라인 매출(1조 4924억원)을 합쳐도 쿠팡이 4조원 이상 앞섰다. 추정 연간 거래액 27조원인 네이버쇼핑과 쿠팡이 확실한 양강체제를 굳혔다. 특히, 쿠팡은 유료 멤버십 회원이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어 900만을 돌파했다.

최근 5년간 쿠팡 실적.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최근 5년간 쿠팡 실적.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왜 중요해?

지난해 3월 상장 후 첫 연간 실적, 향후 쿠팡의 성장잠재력을 가늠해볼 기회다. 특히 최근 25달러대에 정체된 주가는 상장 초기의 절반 수준이어서 이번 실적 발표를 지켜보는 눈이 많다. 공모가(35달러)를 밑돈 지도 6개월 째다. 올해 쿠팡은 주주들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김범석 쿠팡Inc(한국 쿠팡의 모회사) 이사회 의장은 3일 컨퍼런스 콜을 통해 '로켓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지 않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 로켓성장 : 54%, 쿠팡이 강조하는 숫자 '연간 매출 성장률'이다. 국내 온라인 유통업체 평균 매출 증가율(15.7%)을 크게 웃도는 건 맞다. 분기 내 1회 이상 구매한 활성 고객 수도 4분기 1793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00만명(21%) 늘었다. 활성 고객 증가율은 16분기 연속 20%대를 기록했다. 1인당 구매액은 34만원 수준. 김 의장은 “한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2025년까지 2900억 달러(약 35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며 “쿠팡은 아직 리테일 시장에서 한 자릿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기에, 기회가 많다”고 강조했다.

● 역대 최대 적자 : 매출 20조 돌파에도 마냥 웃기 어려운 건 적자 때문. 지난해 쿠팡 영업적자는 1조 8039억원,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어 역대 최대치다. 2018년 이후 3년만에 다시 1조 원대 적자 기업이 됐다. 지난해 경기도 이천 물류센터 화재(손실 3574억원)이나 코로나19 방역비용(1560억원) 등 요인을 고려해도 급증했다. 이 추세에 반전 계기를 만들지 못하면 주가(3월 2일 종가 25달러)를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 이를 의식한 듯 이날 김범석 의장과 거라브 아난드 최고재무책임자 등은 수익성 개선 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총매출에서 제품 구입 원가를 뺀 마진율을 현재 16.9%에서 최대 32%까지 올리겠다는 것. 유료 멤버십 가격 인상(2900원→4900원)도 쿠팡의 기대 요소.

숫자로 보는 쿠팡.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숫자로 보는 쿠팡.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네이버와 경쟁은?

● 연간 거래액을 기준으론 네이버가 5조원가량 앞선다. 하지만 최근 네이버 쇼핑의 성장세가 최근 주춤해졌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거래액 성장률은 2020년 4분기 56%(전년 동기 대비)에서 지난해 4분기엔 25%로 떨어졌다. 쿠팡의 4분기 매출 증가율 34%(전년 동기 대비)에 뒤지는 양상. 네이버는 풀필먼트 확장과 브랜드스토어, 쇼핑라이브 등을 앞세워 현재 17% 수준인 커머스 시장 점유율(메리츠 증권 분석)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단 계획이다.

● 쿠팡의 강점은 '규모의 경제'다. 지난해만 42만평(140만㎡) 이상의 물류센터를 추가로 지어 국내 최대인 112만평 규모(370만㎡) 의 물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김 의장은 “전체 전자상거래 성장 규모에서 쿠팡의 몫이 매 분기 커지고 있다”며 “다른 플레이어는 우리의 전자상거래 인프라 규모나 서비스 속도, 편의성, 가격을 따라올 수 없다”고 말했다.

● 눈에 띄는 건 쿠팡의 유료멤버십(와우멤버십) 가입자 수다. 지난해 말 900만명까지 늘었다. 2020년 말 475만명에서 2배가량 뛰었다. 유료 멤버십 회원에 무료로 제공되는 쿠팡플레이(OTT)가 주효했다. 지난해 기세를 올린 네이버 플러스멤버십 가입자는 최근 600만명 수준이다. 멤버십을 통해 고객을 플랫폼에 묶어두기 위한 양사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 일단 시가총액은 쿠팡 445억 달러(53조), 네이버 53조 3980억원으로 엇비슷하다.

쿠팡 주가 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쿠팡 주가 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쿠팡의 AWS는 어디에

● 아마존의 AWS : 쿠팡의 고민은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아마존웹서비스·AWS) 같은 '청출어람' 자회사가 아직 없다는 데 있다. 상장 이후 쿠팡이 줄곧 받는 질문도 '한국의 아마존이라면 쿠팡의 AWS는 어디 있냐'는 질문이었다. 아마존은 AWS가 기업간 거래(B2B) 사업에서 급성장한 덕분에 성장과 수익을 모두 잡을 수 있었다.

● 쿠팡의 성장 이니셔티브 : 쿠팡은 이날 신사업 부문을 적극 키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음식배달(쿠팡이츠)·OTT(플레이)·핀테크(쿠팡페이) 등 신사업과 해외투자를 ‘성장 이니셔티브(Growth Initiative)’로 묶어 1분기부터 별도로 실적을 발표한다. 신사업에 대한 투자도 지난해 8500만 달러(1023억원)에서 올해 2억 달러(2400억원)까지 늘릴 예정이다. 아직 수익을 내기 힘든 신사업을 별도로 분리하는 건 기존 쿠팡 전자상거래 사업을 흑자 전환하는 데도 유리한 셈법이다. 김 의장은 “쿠팡이츠는 운영 2년 만에 수십억 달러(수조 원)의 주문이 이뤄지는 서비스가 됐다”며 “우리 활성 고객의 70%가 아직 쿠팡이츠를 사용하지 않고 있기에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일본·대만으로 확대한 해외 진출 성과에는 말을 아꼈다. 김 의장은 “한국 시장을 넘어서도 기회가 있다고 믿고 있지만, 아직은 (확장에) 이르다”라며 “진전이 이뤄짐에 따라 적절한 때 구체적 내용을 밝히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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