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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두가지가 대선판 좌우한다"…李·尹 '마지막 닷새 승부' [VIEW]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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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윤석열(왼쪽)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고 함께 손을 들어 인하고 있다. 두 사람은 “오늘(3일)부터 정권 교체를 향한 국민의 여망을 담아 국민 통합과 대한민국의 미래로 가는 대장정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김상선 기자

윤석열(왼쪽)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고 함께 손을 들어 인하고 있다. 두 사람은 “오늘(3일)부터 정권 교체를 향한 국민의 여망을 담아 국민 통합과 대한민국의 미래로 가는 대장정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김상선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일 그동안 ‘마지막 퍼즐’로 여겨져온 야권 후보 단일화 숙제를 털어내고 기세를 올렸다. 윤 후보를 추격하던 중 예상치 못한 변수와 맞닥뜨린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역사와 국민을 믿는다”고 응수하며 수도권·중도층 표심 공략에 나섰다.

대선 사전투표(4~5일)를 하루 앞둔 3일 이뤄진 야권 후보 단일화는 그야말로 전격적이었다. 오전 8시 단일화를 발표하기 불과 10시간 전까지, 윤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TV 토론에서 따로 따로 한 표를 호소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두 후보가 이날 오전 ‘단일화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며 우여곡절 속 단일화 여정에 전광석화처럼 종지부를 찍었다. “단일화 선언으로 완벽한 정권교체가 실현될 것임을 추호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두 사람은 원 팀(One Team)”이라고 선언한 두 후보는 “함께 만들고자 하는 정부는 미래지향적이며 개혁적인 ‘국민통합정부’로 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승자독식, 증오와 배제, 분열의 정치를 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함께 정권을 교체·인수·준비하고 정부를 구성해 정치 교체, 시대 교체가 될 수 있도록 선거 후 즉시 합당을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곁들였다.

두 후보의 단일화는 정권 교체 응답층의 갈등을 해소해준 측면이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 여론이 ‘정권 재창출’ 여론을 꾸준히 앞서는 상황에서 똑같이 “정권 교체”를 내걸고 출마한 두 후보의 단일화는 표의 분산을 막아줄 것이라서다.

반면, 야권 후보 단일화 변수가 사라졌다고 여기며 안 후보와의 정책 연대 불씨를 지폈던 이재명 후보 측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선대위는 단일화 기자회견 시간에 맞춰 긴급 회의를 열고 “새벽에 갑자기 이뤄진 단일화는 자리 나눠먹기형 야합”(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서울 영등포 유세에서 “왕조시대에도 백성을 두려워했거늘 1인 1표 국민주권 국가에서 감히 정치인 몇몇이 이 나라 운명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캠프 일각에선 “이미 박빙 열세였는데, 단일화는 대형 악재가 분명하다”는 우려가 터져나왔다.

다자 구도의 대선을 이 후보와 윤 후보 간 사실상의 양자 구도로 전환시킨 단일화 효과는 여론조사에서도 감지된다. 대선 여론조사 공표 금지를 앞두고 전날까지 진행돼 이날 일제히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단일화한 윤 후보는 이 후보에 비해 우세했다. 중앙일보-엠브레인퍼블릭(2월 28일~3월 2일) 조사에서 다자 대결 때 각각 43.7%와 40.4%였던 윤 후보와 이 후보의 지지율은 단일화를 가정할 경우 47.4%와 41.5%로 그 간극이 3.3%포인트에서 5.9%로 벌어졌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는 안 후보 지지층이 윤 후보에게 얼마나 옮겨올까의 문제보다 대선 막판 ‘기세’의 관점에서 후보 단일화를 해석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윤 후보가 다소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다수인 상황에서 단일화가 이뤄져 대세론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안 후보 지지층보단 무응답층·중도층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봤다. 실제 중앙일보-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서 안 후보 지지층은 단일화 때 이 후보와 윤 후보에게 각각 31.2%와 29.2% 옮아갔다. 윤 후보 캠프 관계자도 “안 후보 지지층이 우리 쪽으로 온다기보다는 바둑으로 치면 ‘기세를 탔다’는 의미에서 부동층이나 기존 지지층이 더 적극적으로 투표에 임하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앞 광장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서 지원 유세 나온 김동연 전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앞 광장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서 지원 유세 나온 김동연 전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보수 진영의 단일화라는 ‘작용’에 맞서 진보 진영의 ‘반작용’도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병일 엠브레인퍼블릭 대표는 “야권 후보 단일화는 역으로 여권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 지지층에게도 일종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단일화 효과와 진보 진영 결집 효과가 상쇄되다 보면 단일화 효과가 미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문화일보-엠브레인퍼블릭(3월 1~2일) 조사에선 단일화 전 1.8%포인트(이 후보 41.9%, 윤 후보 43.7%)였던 격차가 단일화 가정 때 0.9%포인트(이 후보 45.0%, 윤 후보가 45.9%)로 오히려 줄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안 후보가 최근까지 ‘윤 후보를 찍으면 손가락을 자르고 싶을 것’이라고 하는 등 단일화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역결집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후보는 본인의 사전 투표 장소를 기존의 강원도에서 중도 색채가 짙고 유권자가 많은 서울로 바꾸면서 ‘한 표 챙기기’에 몰두하고 있다. 이날 하루 종일 종로와 영등포 등 서울 일대를 돌며 특히, 여성의 표심에 호소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여론조사 결과를 알 수 없는 ‘깜깜이 선거’ 기간이 시작되고 본투표까지 닷새 남짓 남았다는 점에서 투표율과 돌발 실수가 남은 변수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양 진영 지지층의 결집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현 국면에서 실제 이들이 얼마나 투표장으로 향할 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같은 날에도 상이한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지는 등 여느 때보다 변동성이 큰 이번 대선에서 후보의 돌발 실수 하나가 판을 좌우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이 후보 입장에선 단일화에 맞설만한 카드를 내놓기 어려운 상황인 건 맞다”면서도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단일화의 효과를 온전히 누릴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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