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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핵카드에 美 띄운 '최후의 날 비행기'…왜 구식 장비 쓸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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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폭발에 의해 발생하는 전자기 충격파에 영향 받지 않는다. 비상 상황에서 운행이 가능하게끔 디지털 장비가 아닌, 구식 아날로그 장비를 갖췄다. 창문이 거의 없고 높은 열로부터 탑승객을 보호하는 방어막이 있다. 일명 '최후의 날 비행기(doomsday plane·둠스데이 플레인)'. 보잉 747을 군용으로 개조해 핵폭발이 발생해도 버틸 수 있게 설계된 보잉 E-4B다.

미군 전략사령부가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E-4B 훈련 모습. 핵전쟁 발발시 공중에서 전시 상황을 지휘한다.[뉴시스]

미군 전략사령부가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E-4B 훈련 모습. 핵전쟁 발발시 공중에서 전시 상황을 지휘한다.[뉴시스]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 경계 태세 강화"를 지시한 지 몇 시간 후인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보잉 E-4B 한대가 미국 네브래스카주 공군 기지를 이륙해 훈련 비행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고 2일 영국 inews가 군용 비행 추적 웹사이트의 데이터를 인용해 단독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기체는 시카고를 향해 4시간 30분가량 훈련 비행했다. 이례적으로 탄도미사일 궤적을 추적할 수 있는 정찰기도 동반 비행했다.

앞서 서방이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강력한 경제 제재를 발표하자 푸틴 대통령은 27일 자국의 핵무기 운용부대에 경계 태세 강화를 지시했다.

핵전쟁 발발시 '공중 펜타곤'  

매체는 미 공군(USAF)도 이날의 비행 사실을 확인해줬다고 전했다. 미 공군 대변인은 inews에 "E-4B는 작전 임무와 훈련 임무를 모두 수행한다"며 "2월 28일 비행은 일상적인 출격으로, 세계 다른 곳에서 일어나는 행동에 대한 대응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훈련 비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러시아의 핵 위협에 대한 대비나 대응 차원은 아니란 점을 강조한 것이다.

보잉 E-4B는 핵전쟁 발발시 '공중 펜타곤' 역할을 하는 특수 군용기다. 미 국방장관과 군 수뇌부가 탑승해 전시 상황을 지휘한다. '최후의 날 비행기'란 별칭도 그래서 붙었다. 미국은 1970년대부터 핵전쟁 발발시 공중 지휘소 역할을 하는 이 같은 비행기를 운용 중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지난해 3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타고 온 E-4B. 핵전쟁이 나도 버틸 수 있게 설계돼 '최후의 날 비행기'로 불린다.[중앙포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지난해 3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타고 온 E-4B. 핵전쟁이 나도 버틸 수 있게 설계돼 '최후의 날 비행기'로 불린다.[중앙포토]

inews, 미 CNBC 등에 따르면 보잉 E-4B는 공중 급유와 초대형 연료통 덕에 공중에서 7~8일간 머무를 수 있다. 60여 개의 위성 안테나를 갖춰 전 세계 어디에 있는 군함·잠수함· 군용기 등과 교신할 수 있다. 기체는 3층 구조로 브리핑룸, 회의실, 18개의 2층 침대, 6개의 욕실 등을 갖췄다. 총 길이 약 70.5m, 높이 약 19.3m이며 대당 2억 달러(약 2413억원)에 달한다.

미국은 이 같은 비행기를 현재 총 4대 보유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미 공군 관계자는 "이들 중 한 대의 비행기는 매일 24시간 출격 준비 상태로 있다"고 말했다. 또 "이 비행기엔 조종석을 포함해 디지털 터치 스크린이 없다"며 "핵전쟁 중 디지털 기술이 파괴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의 비행기의 자세한 특징은 기밀 사안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미 국방장관은 해외 순방시 이 비행기를 이용하며 지난해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도 이 '최후의 날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찾았다.

"3차 대전은 핵전쟁"VS "무책임의 극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AFP=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에 무차별적 공격을 퍼붓고 있는 러시아는 연일 핵 관련 발언으로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2일 알자지라 등과의 인터뷰에서 "3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경우 핵무기와 관련돼 파괴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그는 "만약 우크라이나 키이우(키예프)가 핵무기를 획득할 경우 러시아는 '진정한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일 러시아를 겨냥해 "핵무기에 대한 도발적인 언사는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린 푸틴 대통령의 지시와 발언을 분석해왔다. 현재로선 우리의 것(경계 수준)을 바꿀 이유가 없다"며 신중한 대응 자세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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