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여야 단일화, 남은 닷새 만이라도 비전 경쟁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이·김과 윤·안 단일화로 사실상 양강 구도  

협치 약속 지키고 저질 비방전 중단해야

20대 대선 사전투표 실시를 불과 하루 앞두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가 전격 실현됐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도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와 단일화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20대 대선은 다자 구도에서 사실상 양강 구도로 최종 대진표가 확정됐다. 제3지대 안철수·김동연 후보가 누구와 연대할 것이냐를 놓고 난무해 온 합종연횡설이 일단락된 것이다. 이제 선거의 초점도 정권 교체냐, 정권 유지냐로 좁혀졌다.

윤·안 후보는 “국민통합 정부를 기치로 승자독식과 분열·배제를 뛰어넘는 열린 정치를 하겠다”고 단일화의 변을 밝혔다. 이·김 후보도 “이념과 진영에 경도되지 않은 통합정부를 실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런 다짐들이 진심인지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명된다. 양측은 단일화 발표문에 적힌 대로 패배한 쪽도 수용할 수 있는 협치의 공약수를 도출하고, 제도적 틀을 짜는 협의에 나서기 바란다. 그래야 누가 당선되든 국민 절반의 분노와 외면 속에 새 정권이 출범해 온 흑역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런 노력 없이 그저 “단일화했다”는 사실만 강조하면서 표몰이에 열중한다면 단일화는 협치 아닌 권력 나눠먹기용 야합에 불과했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게다가 이·김과 윤·안 후보의 단일화 모두 대선 코앞에서 성사됐기에 양측 지지층은 더욱 똘똘 뭉쳐 혈투를 벌일 공산이 커졌다. 지지자 결집을 위해 분열과 대립의 언어가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말로는 통합정부나 정치개혁을 위해 합쳤다면서 선거운동은 막말과 비방으로 상대를 헐뜯으며 분열을 부추기는 구태를 반복한다면 단일화의 진정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 2일 밤 단일화 직전 열린 마지막 TV토론조차 네거티브 공세만 난무했으니 우려는 더욱 커진다.

윤석열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살인범 조카 변호와 대장동 의혹 등을 집중 공격하며 “이런 사람이 나라 지도자가 되면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고 싶겠느냐”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 후보는 윤 후보에게 “대장동을 벌써 몇 번째 우려먹느냐”며 “주가 조작 후보는 안 된다”고 역공했다. “거짓말 달인이라 못하는 말이 없다”(윤 후보), “나라 살림을 모르고 마구 말씀하시면 안 된다”(이 후보) 등 가시돋힌 발언들도 쏟아졌다.

총 다섯 차례 열 시간의 TV토론 내내 후보들은 정책 토론은 뒤로한 채 인신공격에 몰두했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란 말 그대로였다. 3일부터는 여론조사 공표마저 금지돼 ‘깜깜이 선거’가 불가피하다. 후보들은 대선까지 남은 닷새 동안 만이라도 진흙탕 비방전을 멈추고 누가 국민통합과 일자리 마련 등 난제 해결에 적임자인지를 놓고 선의의 정책·비전 경쟁을 벌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