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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확진자 폭증하는데 방역 초고속 완화, 선거용 아닌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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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회의 다음 날인 3일 김 총리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회의 다음 날인 3일 김 총리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연합뉴스]

연일 최다 사망에 확진 20만 명씩 발생

거리두기 조기 완화 검토 납득 안 돼

정부의 방역 완화 과속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확진자가 하루 20만 명 넘게 쏟아지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이끄는 김부겸 총리가 어제 확진 판정까지 받은 마당에 정부는 대선 후로 예정됐던 거리두기 조정 일정을 앞당기는 문제를 두고 연일 회의를 열었다.

2주 전 식당·카페의 영업시간을 오후 10시로 늦춘 당국은 지난 1일엔 방역패스를 전격 해제했다. 곧이어 ‘6명 이내 오후 10시’인 현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방안을 테이블에 올린 것이다. 현 지침은 오는 13일까지 유지할 계획이었지만 갑자기 일정을 당겨 오늘 새 지침이 발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우리나라의 방역 규제가 과도하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그런데도 당국은 강경 일변도였다. 그런데 2주 전부터 태도가 돌변해 방역을 초고속으로 완화하니 의아할 따름이다. 비록 오미크론의 독성이 델타보다 약하다고는 하나 확진자가 폭증하는 바람에 사망자와 위중증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어제 발표한 전일 사망자는 128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모든 지표가 악화하는 시점에 정부 방침이 급변하니 “선거를 의식한 결정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방역패스만 해도 그렇다. 청소년과 마트에까지 강제하면 곤란하다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밀어붙였다. 오죽하면 전국 각지의 법원이 제동을 걸었을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방역패스 즉시 해제’ 공약이 자영업자의 호응을 받는 시점에 갑자기 방역패스를 푸니 의심을 사지 않을 수 없다. 음식점 영업시간 연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까지 주장했음에도 시큰둥했다. 그러다 선거가 코앞에 닥치자 갑자기 일정을 앞당겨 논의를 진행한다.

국민과 자영업자의 고통을 외면하고 통제로 일관한다는 비판을 받아 온 정부가 뒤늦게나마 여러 목소리에 귀를 여는 변화는 다행스럽다. 그러나 방역 완화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사전 대비를 철저히 하고 최적의 시점을 택해야 한다. 오늘 시작하는 사전 투표와 오는 9일 당일 투표까지 4419만여 명의 유권자가 투표장에 몰릴 수 있다. 어제 기준으로 85만 명을 넘어선 재택 치료자에 더해 격리자까지 내일 오후 5~6시 투표장에 몰리면 감염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반 투표자와 철저한 분리가 가능한지도 걱정스럽다. 선거 막바지 후보들의 열띤 유세로 전파 위험성도 크다.

대선 이후인 오는 14일로 예정된 거리두기 조정 시점을 앞당기는 문제를 비롯해 최근 일련의 방역 완화 조치는 선거를 겨냥한 노림수라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우리나라가 졸지에 ‘하루 확진자 세계 1위’로 전락한 원인을 ‘정치 방역’으로 꼽는 전문가가 많다. 정부는 공정 선거도 잃고, 방역도 잃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