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 서학동 예술마을에 두 주인공이 자주 드나들던 만화책방과 예스러운 골목길이 있다.
김태리·남주혁 주연의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을 배경으로 한다. 순정만화, 인터넷 채팅 등 그 시절의 인기 아이템과 90년대 말의 시대상이 스며 있어 일명 ‘응답하라 1998’로 불린다. 드라마 무대는 98년 서울 마포구 아현동이지만, 촬영지는 전주한옥마을 주변에 몰려 있다. 관광객으로 혼잡한 한옥마을 안쪽이 아니라, 외곽의 숨은 장소들이 여럿 등장한다.
주인공 열여덟 나희도(김태리)와 스물둘 백이진(남주혁)이 거닐던 옛 골목은 한옥마을의 건넛마을인 서학동에 있다. 전주교대 기숙사 골목, 국립무형유산원 주변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두 주인공의 추억이 서린 만화책방은 마을 안쪽의 ‘소리방앗간’이다. 10평 남짓한 음악작업실을 통째로 빌려 책방으로 꾸몄다. 내부의 책은 이미 철거했지만, 건물 바깥의 간판과 소품은 드라마 종영 때까지 보존할 계획이다. 서학동은 이른바 ‘예술마을’로 통한다. 쇠퇴하던 마을에 2010년부터 예술가가 모여들며 예술촌을 형성했다. 주민이자 음악가인 이형로씨는 “과거와 현재, 옛것과 새것, 원주민과 예술가들이 어우러져 사는 정겨운 동네”라고 말한다. 현재 서학동에는 음악가·화가·사진가 등 예술가 50여 명이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다. 쌀집·양복점·떡집 등 낡은 가게와 공방·카페·미술관 등이 뒤섞인 마을 모습이 정겹게 다가온다.
태조 이성계가 왜구를 무찌른 뒤 승전고를 울렸다는 오목대. 그 아래 야트막한 언덕길(오목대길)에 나희도의 집이 있다. 삼각 지붕과 돌계단, 오줌 누는 아이 동상 등 건축과 소품이 TV 속 모습 그대로다. 사유지여서 출입이 어렵지만, 한옥마을 전망은 맘껏 누릴 수 있다. 시야를 가리는 나무가 한 그루도 없어 전망대로 이름난 오목대보다 되레 경치가 훌륭하다. 길가에서 교동·풍남동 일대의 700여 채 한옥 지붕이 파노라마로 열린다.
김태리와 남주혁이 단둘이 만났던 낭만적인 터널은 오목대 인근의 한벽굴이다. 조선 태종 때 세운 정자 ‘한벽당’ 뒤편에 있다. 한옥마을 둘레길(한옥마을~전주향교~한벽당~자만벽화마을~오목대~한옥마을, 약 8㎞)의 길목이어서 주민들이 산책삼아 즐겨 찾는 장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