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리듬 잘 타는 사람이, 골프도 잘 치더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부산외대 사회체육과 김창욱(52) 교수는 20여 년간 골프 지도자로 일했다. 박유나, 김보경, 신유진 등 KLPGA 투어의 프로골퍼를 가르쳤다.

김 교수에게 골프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배우는 사람들의 실력이 쉽게 늘지 않아 고민했다. 그가 내린 처방은 ‘회전’이었다.  김 교수는 “회전을 잘하는 사람이 골프를 잘 치더라. 좋은 자세를 만들었더라도 회전을 잘 못 하면 자세가 다 망가진다. 회전을 잘 가르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찰리 채플린

찰리 채플린

‘회전’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인간은 회전 동작에 익숙하지 않다. 회전의 개념을 알았다 해도 연습장에서 클럽만 휘두르고 있으면 손과 팔 동작에 매몰돼 회전을 잊게 된다.

그래서 김 교수는 회전이 많은 춤과 스윙을 연결해 배우면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춤은 그 자체로도 운동이 되지만, 다른 운동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리듬감이 좋은 사람은 골프는 물론 대부분의 스포츠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

춤을 추면 손과 눈의 협응력이 높아지는 등 정밀하게 몸을 제어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춤을 추면 유연성과 운동성, 지구력은 물론 경쟁심도 좋아진다고 한다.

김 교수는 “운동은 본능적으로 배워야 한다. 이론적으로 배우면 문제가 생긴다. 창던지기 선수가 분석에 따라 ‘38도 각도로 창을 던져야 한다’ 는 조언을 받으면 그 생각 때문에 자연스러운 동작을 하지 못하고 결과가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유튜브에서 만병통치약 같은 신기의 동작을 배웠는데, 며칠 새 도로아미타불이 됐다는 아마추어 골퍼가 많다. 김 교수는 “그래서 골프는 다른 스포츠보다 본능이 더 중요하다. 춤 같은 반복 동작을 통해 스윙이 뇌 신경에 입력되면 골프 클럽을 쥘 때마다 자동으로 스윙이 나온다”고 말했다.

스윙 연습은 재미가 없다. 그는 “골프 스윙은 매우 역동적이고 빠른 운동임에도 정적이고 동작을 반복한다. 지루한 반복 동작을 없애기 위해 음악과 춤으로 골프를 배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춤으로 골프를 배운다는 생각이 처음은 아니다. 유명한 골프교습가인 클로드 하먼 등은 골프를 댄스의 리듬과 연결하려 했다. 골프를 좋아했던 배우 찰리 채플린은 무성영화 ‘유한계급’에서 회전을 하고, 공을 치는 동작을 보여주기도 했다.

김 교수는 전 대구시립무용단 안무장을 지낸 장이숙 씨와 함께 골프 스윙 춤동작을 만들었다. 장이숙씨는 이 춤에 관한 논문으로 대구가톨릭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골프 회전을 위한 기본 동작부터, 클럽을 들고 춤을 추는 동작, 여러 동작을 연결해서 만든 에어로빅 형식의 역동적인 춤 등이다.

김 교수는 “스윙과 관련한 질병 12가지가 있다. 스웨이, 치킨 윙, 플라잉 엘보, 리버스 피벗 등인데 이를 치료할 수 있는 춤도 개발했다. 예를 들어 플라잉 엘보의 경우 훌라후프 춤으로 해결한다”고 말했다. 그는 발판을 밟고 회전을 연습하는 기구도 개발했다. 노인 재활운동기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특허까지 냈다. 또 골프 동작에 관한 국가 과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김 교수는 “사람들이 골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즐겁게 골프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춤으로 배우는 골프 연습장도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김창욱(오른쪽) 부산외대 교수가 댄스를 통한 체중이동과 회전 방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김창욱(오른쪽) 부산외대 교수가 댄스를 통한 체중이동과 회전 방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