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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비서실장, 벙커서 쓴 편지…"호주·일본 감사" 한국 빠졌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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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리 예르막(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 지난해 이스라엘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방문했을 당시 수행하는 사진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안드리 예르막(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 지난해 이스라엘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방문했을 당시 수행하는 사진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오른팔이 뉴욕타임스(NYT)에 2일(현지시간) 서한을 보내 국제사회의 계속된 지원을 요청했다. 안드리 예르막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인공이다. NYT는 서한 전문을 게재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 바로 곁에서 이 글을 쓴다, 푸틴이 실수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제목을 붙였다.

예르막 비서실장은 젤렌스키와 함께 러시아의 공격을 피해 지하 방공호에 대피 중에 이 글을 썼다고 밝혔다. 예르막 비서실장은 우선 국제사회에 지금까지의 지원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우리는 미국과 유럽의 친구들, 그리고 러시아 경제에 제재를 가하고 무기를 지원해준 전 세계의 민주국가들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는 “호주와 일본”을 적시했다. 한국은 언급되지 않았다.

예르막 비서실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존칭을 쓰지 않고 ‘푸틴 씨(Mr. Putin)’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의도적이다. 그는 “푸틴 씨의 목표는 러시아 제국을 새로이 만드는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그의 공격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다른 독재자들도 눈여겨보고 있다”고 썼다. 이번 전쟁이 우크라이나만의 것이 아님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800만에 가까운 인명 피해를 입었으나 꿋꿋이 버텨냈으며, 스스로 택한 자유를 놓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마지막 숨을 쉬는 순간까지 국가를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지하 벙커의 간이 병원 시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지하 벙커의 간이 병원 시설. AP=연합뉴스

그가 편지를 쓴 곳은 지하 방공호였다. 그는 “이 편지를 쓰는 곳은 국가의 수도 지하에 있는 벙커이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바로 내 곁에 있다”며 “지난 1주일 동안 러시아가 쏜 폭탄이 우리의 머리 위를 날아다녔지만 우리는 침략자들을 패퇴시킬 의지로 똘똘 뭉쳐있다”고 강조했다. 지하 벙커에 대피한 우크라이나 국민 상황은 좋지 않다고 NYT는 별도 기사에서 전했다. 임시 병원에선 출산을 하는 임산부들과 아픈 아이들이 가득하다고 한다. 마리아 루덴코바는 “아이들이 아파서 더더욱 오도가도 할 수 없다”며 “우리가 원하는 건 평화일뿐, 전쟁을 원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며 울먹였다고 한다.

예르막 비서실장은 국제사회에 지속적인 지원을 당부했다. 그는 “서방 세계가 제공해준 무기를 잘 활용해 침략 세력을 우리 병력만으로도 물리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면서도 “더 많은 무기가 있어야 하며, 러시아의 전투기가 우크라이나 영공을 침입하지 못 하게 하는 국제사회의 조치도 호소드린다”고 적었다.

우크라이나 내엔 예르막 비서실장과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분명히 존재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예르막 비서실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보수세력 집회.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내엔 예르막 비서실장과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분명히 존재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예르막 비서실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보수세력 집회. AP=연합뉴스

예르막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외교 분야에서도 활약해왔다. 러시아가 이번 공격을 개시하기 전인 지난해 4월에도 타임지와 인터뷰에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배치해야 러시아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었다. 국내 정치에선 비판도 상당하다. 지난해 12월 보수 세력은 그의 퇴진을 주장하며 대통령궁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내의 예르막 비서실장을 향한 비판은 쑥 들어갔다. 예르막 비서실장은 “국제사회는 러시아를 막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러시아를 제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러시아는 일명 ‘P5(Permanent 5)’라고 불리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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