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G이노텍, 태양광 빠진 LG전자 공장 통째 사들인다…인력도 재배치

중앙일보

입력 2022.03.03 15:10

LG이노텍이 경북 구미에 있는 LG전자 A3 공장 인수를 추진한다. 현재 두 회사는 상반기 중 양수도 계약을 마친다는 방침 아래 최종 가격 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구미사업장 전경. [사진 LG전자]

LG전자 구미사업장 전경. [사진 LG전자]

이노텍 “신규 시설투자 1조5000억” 공시  

LG그룹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3일 중앙일보와 만나 “LG이노텍이 오는 6월까지 LG전자 구미 A3 공장 인수 완료를 목표로 LG전자와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거래 가격이 수천억원대가 될 것으로 추정한다.

그동안 LG이노텍은 A3 공장 일부를 임대해 카메라모듈‧전자회로기판 등을 생산해왔다. 마침 LG전자가 A3 공장에서 생산 중인 태양광 패널 사업 종료를 발표하면서 신규 시설 투자가 필요했던 LG이노텍으로선 매수 기회를 얻었다.

LG전자 구미사업장은 현재 A1·A2·A3 총 3개 동으로 운영되고 있다. 건축 연면적만 40만3306㎡(약 12만2000평)에 달한다. 이 중 A3 공장의 규모가 가장 크다.

A3 공장은 그동안 LG전자의 ‘마더 팩토리’ 역할을 담당해왔다. 이곳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올레드) TV가 세계 최초로 양산되는 등 혁신 기술을 전파하는 산실을 맡아왔다. 마더 팩토리는 시제품과 디자인 등 고부가가치 작업을 수행하는 제조 컨트롤타워 격으로, LG전자는 주요한 생산라인을 2020년 인도네시아로 이전한 상태다.

 LG이노텍이 생산 중인 카메라모듈. [사진 LG이노텍]

LG이노텍이 생산 중인 카메라모듈. [사진 LG이노텍]

그런데 최근 LG이노텍의 수주량이 급증하면서 생산라인 증설이 필요해졌다. 올 초에는 신규 시설투자 공시를 통해 광학솔루션(카메라 모듈) 사업에 연말까지 1조561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반도체용 기판인 플립칩-볼그리드 어레이(FC-BGA) 기판 양산라인 구축에도 4130억원을 투자한다. 업계는 이를 LG이노텍이 구미 A3 공장 인수를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LG이노텍이 이렇게 발 빠르게 공격 경영에 나서는 건 최대 고객사인 애플로부터 카메라모듈 수요가 가파르고 늘고 있어서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4조9456억원, 영업이익 1조2642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애플이 차지하는 매출이 11조1924억원에 달했다. 전체 매출의 74.9%를 애플을 통해 거둔 것이다. 최근 전체 매출에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64%(2019년), 67.7%(2020년)로 늘었다. LG이노텍은 애플에 카메라 모듈과 반도체 기판 등을 공급하고 있다.

LG이노텍 매출 중 애플 비중.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LG이노텍 매출 중 애플 비중.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매출 중 애플 비중 74.9%로 급증  

시장에선 LG이노텍이 투자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 출시 예정인 아이폰15 일부 모델에는 ‘폴디드(접히는)’ 잠망경 카메라 기능이 적용될 전망”이라며 “LG이노텍 입장에선 올 하반기 테스트가 끝나야 연말에 양산라인을 구축하고, 내년 상반기에 애플에 공급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폴디드 잠망경 카메라는 멀리 있는 피사체를 가까이 당기는 줌 기능을 수행하는 카메라로 빛을 접음으로써 카메라 두께를 감소시키는 기술이다.

여기에 신규 사업인 FC-BGA 기판에 대한 생산 시설과 설비도 갖춰야 하는 입장이다. FC-BGA 기판은 반도체 칩을 메인 기판과 연결해주는 기능을 한다. LG이노텍은 글로벌 반도체용 기판(RF-SiP, AiP 분야) 1위 업체다.

애플 아이폰13 프로 모델에 탑재된 카메라. [중앙포토]

애플 아이폰13 프로 모델에 탑재된 카메라. [중앙포토]

LG전자 구미사업장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LG전자 구미사업장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태양광 사업 접는 LG전자와 ‘윈윈’

특히 LG전자가 태양광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두 회사는 윈윈 구조를 만들 수 있게 됐다. LG전자는 지난달 23일 열린 이사회에서 오는 6월 30일자로 태양광 패널 사업을 종료키로 결정했다. 현재 태양광 패널을 생산하는 A3 공장을 계열사인 LG이노텍에 내주고, 매각 자금으로 신성장 사업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이러면 구미에 근무 중인 LG전자 태양광사업부 인력 500~600명 중 상당수가 LG이노텍으로 재배치될 가능성이 커진다.

LG그룹 전체로 봤을 땐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을 과감히 접고 신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도가 깔렸다. 여기엔 구광모 LG그룹 대표의 ‘실용주의’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8년 구 대표 취임 이후 LG는 연료전지·액정표시장치(LCD)·스마트폰·태양광 등 비수익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대신 오스트리아 자동차 조명기업(ZKW) 인수,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 출범, 자동차 보안업체 사이벨럼 인수 등 전장(자동차 전자부품) 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왔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빈 공장을 매각해야 하는 LG전자 입장과 공장 증설이 필요한 LG 이노텍 간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것은 지주사의 바람직한 역할”이라며 “시장의 평가에 맞게 계약이 성사된다는 전제 하에 이번 딜(거래)은 계열사 간 ‘윈윈’ 전략을 만들고,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신사업에 맞게 재조정했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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