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영공 폐쇄 가능성에 항공사는 우회 항로 검토...북미 노선도 영향

중앙일보

입력 2022.03.03 13:30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닷새째인 지난달 28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루프트한자 카운터에 러시아 영공통과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에 따른 결항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스1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닷새째인 지난달 28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루프트한자 카운터에 러시아 영공통과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에 따른 결항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스1

국내 항공사가 러시아 영공 폐쇄 가능성에 대체 항로를 검토하는 등 상황 변화에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가 자국 영공 비행을 금지할 경우 유럽 노선은 물론이고 일부 북미 노선까지도 항로 변경이 불가피해서다. 러시아의 영공 폐쇄는 현실이 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연합(EU)・미국과 러시아는 영공 폐쇄라는 맞불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영공 폐쇄를 통해 상대국 항공사의 영공 진입과 통과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항공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러시아가 한국을 상대로 영공 폐쇄를 당장에 선언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국 국적 항공사의 영공 진입을 불허할 경우 유럽-러시아-한국 등을 잇는 항공 물류망이 막히기 때문이다. 이는 금융제재로 물가가 폭등하고 있는 러시아엔 치명적이다. 하지만 러시아가 한국을 상대로 영공 폐쇄를 선포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의회 국정 연설에서 러시아 제재 결정을 발표하면서 제재 동맹국으로 한국을 거론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미국과 손잡고 제재에 나선 한국을 상대로 영공 폐쇄 등 보복 조치에 나설 여지가 있다.

러시아가 영공 폐쇄에 나설 경우 국내 항공사의는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다. 러시아 직항 노선이 폐쇄되는 건 물론이고 러시아 영공을 지나는 유럽과 북미 노선은 우회 항로로 마련해야 한다.

러시아 인근 항공기의 궤적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 유럽연합과 미국은 러시아 항공기의 영공 진입을 불허하기로 했다. [사진 플라이트레이더24]

러시아 인근 항공기의 궤적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 유럽연합과 미국은 러시아 항공기의 영공 진입을 불허하기로 했다. [사진 플라이트레이더24]

현재 러시아에 취항하고 있는 여객기는 대한항공이 유일하다. 대한항공은 매주 목요일 모스크바 직항기를 운항하고 있다. 영공 폐쇄가 결정되면 대한항공은 모스크바 노선을 유지할 수 없다. 여객기보다 타격이 더 큰 건 화물기다. 대한항공은 인천-모스크바-프랑크푸르트, 인천-모스크바-암스테르담 화물 노선을 각각 주 2회씩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모스크바를 경유하는 유럽행 화물기를 주 7회 띄우고 있다.

러시아 영공이 폐쇄되면 모스크바를 경유했던 화물기는 남쪽 항로로 날아가야 한다. 이럴 경우 러시아 영공을 피해 카자흐스탄과 터키 등을 거쳐서 유럽으로 비행할 수밖에 없다. 우회 항로를 택할 경우 기존 항로보다 비행시간이 3시간 가까이 추가되기에 비용이 증가한다. 이에 따른 노선 축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한항공의 경우 전체 화물 물량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18% 수준으로 미주(51%)에 비해 크지 않지만 화물로 코로나 보릿고개를 넘고 있기에 노선 축소는 피해야 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까지 모스크바 노선 및 영공 통과 관련 특이사항은 없으나 현지 동향을 파악해 단계별 대응계획을 수립하는 등 비정상 상황에 대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공 폐쇄에 따른 대응은 항공사 독자적으로 할 수 없기에 정부 대응 방향 등을 면밀히 살피며 대응 방향을 살피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루프트한자 카운터에서 탑승객들이 출국 수속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독일 루프트한자는 지날 달 27일 러시아 제재 차원에서 러시아로 운항 및 러시아 영공을 이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일부 항공편이 긴급 결항되기도 하였다.   루프트한자는 기존 러시아 영공을 지나는 항로 대신 터키와 카자흐스탄을 이용하는 우회 노선을 활용해 운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루프트한자 카운터에서 탑승객들이 출국 수속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독일 루프트한자는 지날 달 27일 러시아 제재 차원에서 러시아로 운항 및 러시아 영공을 이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일부 항공편이 긴급 결항되기도 하였다. 루프트한자는 기존 러시아 영공을 지나는 항로 대신 터키와 카자흐스탄을 이용하는 우회 노선을 활용해 운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럽뿐만이 아니라 북미 항로도 문제다. 미국행 항공기는 일반적으로 제트기류를 이용할 수 있는 태평양 항로를 이용한다. 반면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제트기류를 피하는 북극항로를 탄다. 일부 북극항로는 오호츠크해 인근 러시아 영공을 지난다. 이런 이유로 러시아가 자국 영공을 폐쇄할 경우 미국 주요 도시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노선은 비행시간이 증가할 수 있다. 이는 항공사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러시아가 영공을 폐쇄하면 일부 북미 노선을 영향을 받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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