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재벌’들의 평균 수명이 76.8세로 국민 기대수명 83.5세보다 낮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국내 재벌가 평균 수명현황 조사’ 결과를 3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997년부터 관리해온 대기업집단(그룹) 중 해당 그룹 전·현직 총수를 비롯해 주요 오너 경영자 등 이달 1일 이전에 별세한 62명이다. 그룹이 이미 해체돼 사라진 곳도 조사 대상에 포함했다.
이번 조사 대상 60명 내외 재벌가의 평균 수명은 76.8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향년 나이순으로 놓고 보더라도 62명 중 78세가 중간에 해당했다. 평균 수명보다 긴 경우는 62명 중 36명(58.1%)이었다.
이는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국민기대수명 83.5세보다 낮은 수준이다. 실제 84세 이상 삶을 누렸던 재벌가는 62명 중 22명으로 3분의 1 수준이었다.
60여 명 중 5년 단위별로 살펴보면 향년 85~89세 사이가 12명(19.4%)으로 최다를 차지했다. 이 중 향년 85세와 86세가 각 4명으로 많았다. 이 중 정주영(1915년-2001년) 현대그룹 창업주는 신용호(1917년-2003년) 교보생명 창업주, 정인영(1920년-2006년) 한라그룹 명예회장, 구평회(1926년-2012년) E1 명예회장과 동일한 나이인 86세에 생을 마감했다.
80대 후반 다음으로는 75~79세에 세상을 떠난 이들이 11명(17.7%)으로 많았다. 78세에 세상을 떠난 이건희(1942년-2020년) 삼성전자 회장 등이다.
이어 80~84세(8명, 12.9%), 90~94세 및 60~64세(각7명, 각11.3%), 70~74세(6명, 9.7%), 65~69 및 50~54세(각3명, 각4.8%), 95~99세 및 55~59세(각2명, 각3.2%) 순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자 중에는 40대에 세상을 일찍 떠난 경우도 1명(1.6%) 있었다.
이번 조사에서 100세 넘은 재벌가는 명단에 없었다. 75세 이전에 별세한 재벌가도 22명(35.5%)으로 평균 3명 중 1명꼴 수준이었다.
조사 대상자 중 90세 이상 비교적 장수한 오너는 9명(14.5%)으로 조사됐다. 가장 장수한 총수는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였다. 신격호 창업주는 1922년에 태어나 2020년 9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오너 중심 경영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그룹 총수의 수명(壽命)은 후계자에게 경영 수업과 그룹을 발전시켜 나가는 데 보이지 않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면서 “특히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 그룹 총수가 일찍 유명을 달리할 경우 후계자 선정과 지배구조 변화 및 사업 구도 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