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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편맥' 짠 하자 분위기 풀렸다…尹·安 단일화 막전막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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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정부를 만들고 싶습니다.”(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그 생각 저도 똑같습니다.”(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3일 새벽 서울 논현동 한 빌라에서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주고받은 대화의 일부다. 두 사람의 ‘극적 단일화’에는 “지금까지 한 번도 성공한 대통령이 없었는데, 우리가 성공한 정부를 만들어보자”는 공감대 형성이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두 후보는 2일 마지막 대선 TV 토론회가 끝난 뒤 자정 무렵 서울 논현동에 있는 한 빌라에서 만났다. 이 빌라는 카이스트 교수로 안 후보와도 친분이 있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매형의 집이라고 한다. 안 후보가 자정무렵 먼저 도착했고, 서울 모처에서 촬영 중이던 윤 후보가 자정을 넘겨 도착했다. 이 자리에는 앞서 단일화 실무협상을 해왔던 장 의원과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배석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어색한 네 사람의 분위기를 풀었던 건 편의점에서 사온 맥주 네 캔이었다고 한다. 캔 뚜껑을 따자마자 윤 후보가 “이렇게 모였는데 ‘짠’ 한 번 하시죠”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네 사람은 캔을 맞부딪힌 뒤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대화 소재에 오른 건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안 후보가 윤 후보를 영입하려고 했던 인연이었다.

▶안철수=“2016년이었죠? 그때 보궐선거에서 우리가 윤 후보를 당기려고 했었는데.”

▶윤석열=“(웃음)기억하시네요. 그런데 2014년입니다 후보님.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이어 윤 후보가 이태규 의원과의 인연을 소개하며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특히 윤 후보는 2012년 안 후보의 대선캠프인 ‘진심캠프’를 언급하며 ‘당시 이 의원을 캠프에 추천한 사람이 저’라고 했다고 한다.

▶윤석열=“이태규 의원과 제가 안대희 전 대법관과 친분이 있는 '안대희 계원' 입니다. 안 후보님, (2012년)그때 제가 이 의원 진심캠프에 추천한 사람 중 한 명인 거 아세요?”

▶안철수-“아니 저는 김성식 전 의원한테 추천받았는데, 여기저기서 추천한 사람 중 한 명이셨군요(웃음)”

이후 윤 후보가 준비해 온 공동정부 구상을 본격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안 후보는 “신뢰”를 요구했고, 윤 후보는 “운명공동체”를 언급하며 “안 후보님 말씀은 뭐든 존중하고 듣겠다”고 했다. 다음은 참석자들이 전한 주요대화의 재구성.

▶안철수=“제가 단일화를 해본 적 있지만, 각서나 종이 이런 것들이 아무 의미 없는 걸 압니다. 문제는 신뢰입니다. 어떻게 신뢰를 주실 겁니까.”

▶윤석열=“저를 믿어주십시오. 제가 안 후보님을 믿겠습니다.”

▶안철수=“저는 성공한 정부를 만들고 싶습니다.”

▶윤석열=“그 생각 저도 똑같습니다. 우리가 새로운 정부를 한 번 성공시킵시다. 그게 운명공동체 아닙니까. 윤석열 정권이 성공한다면 그게 안철수의 미래 아닙니까.”

▶안철수=“성공한 정부를 만들 구상이 있습니까. 180석 민주당을 어떻게 돌파할 겁니까.”

▶윤석열=“제 장점은 결정이 빠른 겁니다. 근데 저는 결정을 독단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국정운영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단일화 및 합당 관련 공동 기자회견을 위해 소통관 기자회견장 안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단일화 및 합당 관련 공동 기자회견을 위해 소통관 기자회견장 안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날 토론을 할 때만 해도 두 사람의 회동은 예정에 없었다고 한다. 극적 만남 성사 배경엔 장 의원과 이 의원의 노력이 있었다. 2일 오후 장 의원과 이 의원은 통화에서 “일단 우리가 개인 자격으로 만나서 터놓고 이야기를 해보자. 역사의 죄인이 되면 안 된다”고 이야기했고, 만나서 두 후보 간 토론 후 회동 추진에 합의했다고 한다.

이후 장 의원은 강남에 있던 윤 후보를, 이 의원은 국민의당 당사에 있던 안 후보를 각각 찾아가 회동을 설득했다. 윤 후보는 장 의원에게 “(성사가)안 되면 또다시 단일화 프레임으로 들어가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안 후보가, 올해 2월에는 윤 후보가 회동을 추진하려고 했다가 서로 간 오해로 불발된 경험이 이런 우려에 불을 지폈다. 내막을 잘 아는 양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안 후보는 지난해 10월 자신을 ‘윤 후보와 가까운 사이’라고 한 한 야권인사로부터 ‘윤 후보와 만남을 주선했다’는 연락을 받고 약속장소로 나갔다고 한다. 그러나 이 자리에는 윤 후보가 등장하지 않았다.

한편 윤 후보도 지난 2월 안 후보와 가깝다는 한 야권인사로부터 ‘안 후보가 서울 모처에 있으니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윤 후보가 차를 타고 해당 장소로 이동하던 중 ‘만남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고, 윤 후보도 당혹해했다고 한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두 사람에게 만남을 제안했던 이들은 모두 이른바 “무허가 업체(후보의 의중과 무관하게 움직인 인사)”였다. 이날 만난 자리에서 윤 후보가 “만나니까 오해가 풀리네요”라고 했고, 안 후보도 “그렇네요”라고 화답했다.

안 후보는 단일화 합의 이후 새벽 3시쯤 국민의당 주요관계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SNS 바이버 대화방에 “단일화 발표를 아침에 할 것 같다”고 알렸다고 한다. 이어 ‘결심한 이유에 대해선 나중에 설명드리겠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는 “보도가 나가기 전까지는 협상에 참여한 소수인원 말고는 아무도 몰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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