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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관심 없는 아이, 친구따라 독서실 간대요…어쩌죠 선생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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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소중합니다. 그런데 삶은 불확실하죠. 때문에 아이를 키운다는 건 누구에게나 조심스럽고 어려운 일일 겁니다.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가 Hello! Parents와 함께 [괜찮아,부모상담소] 시즌 2를 연 이유입니다. 신의진 교수는 지난 1월부터 아이에 대한 고민을 가진 양육자를 비대면으로 직접 만나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말 못할 육아 고민, 여러분도 갖고 계시진 않은가요? 신의진 교수의 [괜찮아,부모상담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사연 신청은 Hello! Parents 홈페이지를 구독한 뒤 게시판에 올려주세요. 메일(helloparents@joongang.co.kr)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공부 관심 없던 아이, 독서실 보내도 될까요?  

고3이 되는 아들 수혁(가명)이가 최근 체대에 가겠다며 공부를 시작했어요. 초등학교 때 축구선수의 꿈이 좌절된 이후 쭉 공부에 흥미가 없었거든요. 마음을 다잡아 기특하긴 한데, 물 따르는 소리만 나도 화를 내니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에요. 최근엔 집에선 집중이 안 되고 자꾸 침대에 눕고 싶어진다며 독서실을 등록해달라고 합니다. 친구들도 다 독서실 다닌다면서요. 친구들과 어울리며 아까운 시간 낭비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에요. 친구 따라 가방만 들고 왔다갔다 할 것만 같아요. 남들은 집중하면 옆에서 아무리 큰 소리가 나도 모른다던데…. 옆에 할머니가 응급실에 실려가는 것도 모를 정도로 공부에 몰두한 사촌 조카도 봤거든요. 우리 아이 독서실 보내줘야 할까요?

“공부에 관심도, 소질도 없는 아이가 왜 독서실에 간다고 할까요? 고3이니까 정말 제대로 공부해보겠다는 생각인 건 아닐까요? 그렇다면, 아이를 믿어주세요.”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한성희(가명)씨의 고민에 대해 듣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공부에 관심 없던 아이가 독서실에 간다고 달라질까, 의지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싶겠지만,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한다는 겁니다.

신의진 교수는 “가정의 상황과 형편에 따라 갈등 양상의 차이는 있겠지만, 양육자가 자기 생각이나 이상을 아이에게 강요하면서 충돌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본질은 같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집은 “공부하러 독서실 좀 가라”고, 어떤 집은 “의지만 있으면 집에서 왜 못하느냐”고 싸웁니다. 양상은 다르지만, 양육자가 자기 생각을 아이에게 강요한다는 점에선 같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성희씨와 신의진 교수의 상담은 지난 1월 3일 줌을 통해 30분 동안 진행됐습니다. 아이가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요구를 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을 하는 양육자들을 위해 한성희씨의 동의를 얻어 상담 내용을 재구성했습니다.

공부하는 지능 vs 운동하는 지능, 내 아이가 가진 지능은? 

신) 수혁이는 평소 어떤 성향의 아이인가요?
한) 친구들과 잘 지내는 밝은 아이예요. 학교생활도 성실히 하고요. 하지만 솔직히 공부는 못해요. 학원을 보내면 어디까지 진도가 나갔다 이런 얘기를 보통 듣잖아요. 아이한테 물어보면 아이가 대답해주니까요. 그런데 수혁이는 그런 게 전혀 없었어요. 뭘 물어보기라도 하면 학원 가기 싫다고 투덜대는 소리만 들어요. 다른 아이들과 수혁이를 비교할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기본은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신) 그래도 아이가 잘하는 과목이 있을 텐데요.
한) 체육을 잘합니다. 흥미도 있어 하고요.

신) 운동을 시켜볼 생각은 안 하셨나요?
한) 사실 수혁이 꿈이 축구선수였거든요. 아이를 데리고 유소년 축구 교실 감독을 찾아간 적도 있어요. 아마 초등학교 5학년 무렵일 겁니다. 감독님이 운동에 재능은 있지만,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엔 늦은 감이 있는 데다 무릎이 안 좋은 게 마음에 걸린다고 하셨어요. 수혁이가 선천적으로 인대에 문제가 좀 있거든요. 게다 막상 운동을 시키자니 한 달에 수백씩 드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됐고요. 이런저런 이유로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죠.

신) 수혁이가 많이 좌절했겠네요.
한) 1년 정도 힘들어했어요. 울기도 많이 울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저도 마음이 아팠고요.

신) 미국 유명한 심리학자인 하워드 가드너 하버드대 교수는 ‘다중 지능 이론’이란 걸 주장했어요. 소위 ‘IQ’라고 불리는 분석적 지능뿐 아니라 대인관계나 예술 등에 관련된 다양한 지능이 존재한다는 건데요. 수혁이는 공부 잘하는 지능이 아니라 운동 잘하는 지능이 있었던 것 같아요. 본인이 좋아하고 잘하는 걸 해야 흥이 나는 거 아니겠어요? 소질도 없고 힘든데 ‘기본은 해야지’라며 다그쳐봤자 실패할 확률이 높겠죠? 게다가 수혁이는 본인의 재능을 발휘할 기회도 제대로 얻지 못해 안타까워요.
한) 어쩌면 좋을까요, 교수님?

☞신의진 교수의 [괜찮아,부모상담소] 상담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한 기사입니다. 신의진 교수의 솔루션은 무엇이었을까요? 이 기사 뒤로는 아이와 충돌하지 않는 부모 대화법, 우리나라 공교육이 품지 못하는 아이에게 취해야 할 양육자의 태도 등의 내용이 이어집니다. 전체 기사는 중앙일보가 밀레니얼 양육자를 위해 만든 Hello! Parent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의진 교수의 총평 및 솔루션

① 인간에게는 IQ로 나타나는 분석적 지능뿐 아니라 대인관계나 예술 등 다양한 지능이 내재하고 있어요. 아이의 재능을 존중해주세요.
②우리 아이의 성향과 특징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양육의 첫걸음입니다. 자칫 양육자의 기준을 아이에게 무리하게 강요했다간 사이가 멀어질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③수혁이처럼 공부 아닌 다른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우리나라 교육은 품지 못합니다. 양육자만이 보듬어 줄 수 있어요. 다그치지 말고 보듬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