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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유튜브 보면 매일 4만원" 신종 다단계, 9억 등쳤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피해자들은 유명 가수들이 유튜브 활동을 응원해 계정을 수십개 만들어가며 돈을 냈다고 주장했다. 사진 김씨 회사 홈페이지 캡처

피해자들은 유명 가수들이 유튜브 활동을 응원해 계정을 수십개 만들어가며 돈을 냈다고 주장했다. 사진 김씨 회사 홈페이지 캡처

유튜브 시청과 그에 따른 광고 수익을 미끼로 한 ‘다단계 사기’ 의심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60대 주부 이모씨 등이 사업가 김모씨와 모 연예기획사 대표 등을 사기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2일 밝혔다.

“유튜브 활동하면 활동비 매일 3만8000원 주겠다”

서울 강남경찰서. 연합뉴스

서울 강남경찰서. 연합뉴스

경찰 등에 따르면 고소를 당한 김모씨는 지난해 7월 서울 강남구의 한 빌딩에 영상 스트리밍업 등을 하는 사무실을 차리고 지인 등을 통해 회원을 모집했다고 한다. 김씨는 “건강관리·피부관리·요가·노래교실 등 4종류의 인터넷 강좌 프로그램이 있다. 1강에 350만원으로 비싼 편인데 이를 수강하는 대신 모 연예기획사가 만드는 유튜브 영상을 매일 1시간 이상 보면 연예인들로부터 광고비 수익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트로트 가수를 응원하는 등 ‘유튜브 서포터즈’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면서 유튜브를 보고 댓글을 달면 활동비를 주겠다는 것이다. 활동비는 주 5일 기준 매일 3만8000원이라고 했다. 회원을 한 명 데려오면 추천 수당으로 매일 8000원을 더 준다고 했다고 한다.

이런 안내를 받은 고소인 이씨 등은 유튜브(구글) 계정당 1년에 1000만원 가까운 수익이 날 것으로 기대하고 유튜브 계정을 통해 강의 영상 회원으로 등록했다. 실제로 활동비가 지급되자 다른 사람에게도 가입을 권유하거나 타인 명의로 350만 원짜리 계정을 여러 개 만들기도 했다. 최대 1억 2000여만 원을 투자한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유튜브를 구독하고 댓글을 달면서 수익을 기대했다. 때때로 유명 트로트 가수가 노래교실 수업을 강남구 사무실에서 하기도 했다. 김씨와 함께 사업을 하는 연예기획사 대표 A씨의 사무실에는 연예 관련 한 사단법인에서 준 가요발전 공로대상도 있었다.

“해커 공격으로 홈페이지 파괴돼”

그런데, 몇 달간 지급되던 활동비가 차일피일 미뤄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더니 지난해 12월 “회사가 해커 공격을 당해 홈페이지와 전산 등 모든 것이 파괴됐다”는 문자가 회원들에게 전송됐다. 이후 김씨가 돌연 자취를 감추자 이씨 등은 김씨와 A씨 등을 경찰에 고소하게 된 것이다. 고소장에 이름을 올린 피해자는 19명, 피해 금액은 9억 2900여만 원이라는 게 고소인들의 주장이다. 고소인 대부분은 가정주부였다.

고소인들은 “유명 트로트 가수가 홍보하길래 사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사무실에 가면 가수들이 보냈다는 화환이 즐비했다”고 주장했다.

잠적한 김씨, 동업자는 “나도 억울”

김씨 등이 했다는 유튜브서포터즈 사업 개요. 사진 홈페이지 캡처

김씨 등이 했다는 유튜브서포터즈 사업 개요. 사진 홈페이지 캡처

고소인들의 주장에 대한 김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했으나 그의 휴대전화는 착신이 정지된 상태였다. 동업자격인 연예기획사 대표 A씨는 자신도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A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김씨가 지난해 동업을 제안해 방송 제작 경험을 살려 유튜브 영상을 제작해주는 용역 계약을 체결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 역시 김씨로부터 제작금 등을 받지 못해 1억6000만원이 넘는 피해를 봤다”고 덧붙였다.

A씨는 또 “유튜브 서포터즈는 유튜브 활동을 통해 아르바이트할 수 있는 특전을 주는 방식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투자를 직접 권유한 적도 없다. 연예인들은 행사하듯이 돈을 받고 홍보를 한 것이지 사기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튜브 유행과 수익 모델을 이용해 투자자를 끌어모은 방식으로 보인다”면서도 “구체적인 수사 상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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