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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수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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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정민 기자 중앙일보 중앙SUNDAY 문화부장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2015~16년 즈음 등장한 신조어가 있다. 바로 ‘수저(계급)론’이다. 개인의 노력보다 부모의 재산에 따라 인간의 계급이 나뉜다는 개념의 이 수저론에는 팍팍한 현실에 지친 청년들의 자조와 울분이 다분히 섞여 있다. 그런데 이 씁쓸한 표현은 여전히,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유효하다. 아니, 오히려 청년들의 상황은 점점 더 비관적으로 치닫고 있는 듯하다. 금수저 위에 ‘다이아몬드 수저’, 흙수저 밑에 ‘똥수저’가 있다고 하니 이 양극화의 끝은 대체 어떤 모습일지 가늠이 안 된다.

BTS 멤버 진. 사진 인터넷 캡처

BTS 멤버 진. 사진 인터넷 캡처

그래도 희망을 가져보는 건 최근 등장한 ‘웃수저’ 때문이다. 부모가 가진 사회·경제적 지위와 부를 빗댄 도구, 수저에 금·은·동 같은 재화가 아닌 ‘웃음’이라는 감성 수식어가 붙었다. 글로벌 K팝 팬덤 플랫폼 ‘후즈팬(Whoafan)’은 지난달 15일부터 21일까지 ‘하늘이 내린 아이돌 최강 웃수저(주변에 웃음을 주는 사람)는 누구?’라는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결과 BTS 멤버 진(사진)이 37.68%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비투비의 서은광(28.53%), 3위는 스트레이트키즈의 창빈(17.20%)이였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고 수저에 ‘웃’자가 붙었길래 웃돈 주고 불법으로 얻은 수저 등등의 흉악한 생각을 했는데 웃음이라니! 아이돌 팬덤 순위는 그저 만화 속 주인공처럼 예쁘장한 외모로 평가되는 줄 알았는데 웃기게 생긴 얼굴도 아니고, 주변에 웃음을 주는 사람이라니 이 얼마나 신선하고 긍정적인 도모인가. 보기만 해도, 생각만 해도 좋고 흥이 나서 웃음이 절로 나는 사람. 당신의 웃수저는 누구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