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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코로나 치료제 구경도 못하고 해열제로 버티는 현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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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구시 중구의 한 지정 약국에서 약사가 입고된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점검하고 있다. [뉴스1]

대구시 중구의 한 지정 약국에서 약사가 입고된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점검하고 있다. [뉴스1]

재택치료 100만 명 앞두고 팍스로비드 품귀  

충분한 물량 확보하고 사용 대상 확대해야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코로나19 방역패스를 폐지한 데 이어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6명 이내 오후 10시’로 제한한 거리두기 지침을 조기에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초·중·고가 개교함에 따라 어제 20만 명 선을 돌파(21만9241명)한 확진자는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할 전망이다.

누적 확진자가 350만 명에 육박한 상황에서 관건은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를 최소화하는 일이다. 코로나 대응에서 백신과 치료제가 양대 무기다. 백신 누적 접종률은 이미 87.4%에 달한 데다 방역패스 잠정 중단, 4월 1일로 연기됐던 청소년 방역패스 철회로 백신 접종을 더 늘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남은 무기인 치료제를 원활히 공급해 감염 초기에 중증화를 막는 일이 중요해졌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먹는 치료제인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수급이 큰 차질을 빚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중환자 치료에 쓰는 주사제 렘데시비르도 재고가 넉넉하지 않다. 팍스로비드는 증상 발현 5일 이내에 복용할 경우 입원과 사망 확률을 85% 낮추는 효과가 입증됐다. 필요한 곳에 치료제가 제때 공급되지 않아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많다.

예컨대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 중이던 60대와 70대 환자가 코로나에 감염됐으나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지 못해 잇따라 숨졌다. 정부가 팍스로비드 투약 대상을 재택치료자와 생활치료센터 및 감염병전담병원 입소자 등으로 제한하면서 대학병원은 처방 대상에 빠져 원내 처방을 하지 못했다. 정부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안타깝게 희생된 것이다.

그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팍스로비드가 품귀현상까지 빚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당초 정부가 화이자와 구매 계약한 팍스로비드 물량은 76만2000명분이었는데 지난달 27일까지 겨우 7만3000명분만 들여왔다. 물량이 부족한 데다 전국 600여 개 약국에 공급하다 보니 지역별로 적재적소에 공급되지 않고 있다.

재택치료자가 어제 82만 명을 넘고, 곧 100만 명에 진입한다. 하지만 동네 병·의원에서 팍스로비드 처방과 배달이 원활하지 않다. 팍스로비드가 부족하고 처방 대상에 제한이 많아 결국 확진자들이 치료제 구경도 하지 못하고 해열제에 의존해 버티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계약한 물량을 신속히 국내로 들여오는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종합병원을 포함해 모든 전문 의료기관에서 팍스로비드 처방이 가능하도록 지침을 수정하라고 주문한다. 처방 대상도 과도하게 제한하지 말고 12세 이상 40㎏ 이상의 모든 환자로 확대하라는 지적도 있다.

다른 질환으로 입원 중에 감염되면 초기에 팍스로비드를 투약할 수 있도록 해야 사망을 줄일 수 있다는 대안도 제시됐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이 귀담아듣고 신속히 개선해야 할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