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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주 아꼈던 손정의,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김정주

김정주

“그렇게 힘들면 말 좀 하지. 바람의 나라에서 편히 쉬라.” 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스승으로 그를 아꼈던 이광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총장은 2일 비통한 심정을 담아 페이스북에 이런 추모의 글을 남겼다.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

고인과 오랜 기간 교류해온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충격 속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손 회장은 그를 온라인게임의 개척자로 존경했고, 김정주 창업자는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마다 손 회장에게 연락해 조언을 구하는 등 깊은 신뢰 관계를 유지해왔다”며 “소식을 들은 손 회장이 말을 잇지 못하고 무척 슬퍼했다”고 전했다.

손정의

손정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김정주 넥슨 창업자에 대한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고인은 후배 창업가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직접 초기 투자자가 되어주기도 했다.  넥슨 출신으로 히트 콘텐트 ‘아기상어’를 제작한 김민석 더핑크퐁컴퍼니 대표는 2일 페이스북에 “(고인이) 2013년 더핑크퐁컴퍼니에 첫 투자를 해 주셨다. 투자금을 100배로 불려드리기로 했는데 이제 60배가 됐다”며 “100배가 되면 약속 지켰다고 자랑하고 싶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김서준 해시드 공동 창업자도 “모두가 암호화폐를 ‘사기’라고 혹평하던 시절부터 늘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이야기 들어주신 분”이라며 “해시드가 첫 벤처캐피털 펀드를 시작할 때도 물심양면 지원해주셔서 큰 의지가 됐다”고 말했다.

박재욱

박재욱

“계약서도 없이 10억원을 (김 창업가로부터) 투자받았다”고 밝힌 김문수 이투스 창업자(현 스마투스 대표)도 “이제 조금 보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황망하게 가셨다”며 안타까워했다. 박재욱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쏘카 대표)는 페이스북에 “벤처 업계의 큰 별이 졌다. 한국 게임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주역이자 많은 후배의 존경을 받는 선배님이신데 이렇게 보내드리게 되어 너무나 황망하다”고 썼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도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려 충격에 빠진 구성원들을 다독였다. 이 대표는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이 넘쳤고, 본인이 좋아하는 걸 찾아내면 어린아이와도 같은 순수한 열정으로 빠져들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이어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태어난 이 회사가 글로벌에서 누구나 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회사로 만들어 달라’며 환하게 웃던 그 미소가 아직도 선명하다”며 “그의 뜻을 이어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더욱 사랑받는 회사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시아의 디즈니’를 꿈꾸던 고인은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은둔의 경영자’라는 별명과 달리 어린이재활병원 기부 행사에는 꾸준하게 참석했다. 국내 최초 아동재활병원인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을 세울 때도 건립 비용 절반에 가까운 금액인 200억원을 넥슨이 기부했다. 대전시 서구에 건립 중인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위해서도 넥슨은 100억원의 기부 협약을 대전시와 맺은 바 있다. 장애인 이동권 협동조합 ‘무의’를 이끄는 홍윤희 이사장은 “넥슨푸르메병원은 기업 기부가 가져오는 임팩트를 깨닫고 행동하게 만든 계기였다”고 말했다.

“조용히 고인을 보내고 싶다”는 유족의 뜻에 따라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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