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거 보세요""몇번 우려먹나"…마지막 토론 李-尹 또 붙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후보들 사이에 잽 수준의 신경전이 오가던 2일 마지막 TV토론회에서 고성이 터진 것은 막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주도권 토론 때였다.

“조카가 여자친구와 어머니를 37번 찔러서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을 이 후보가 맡아서 데이트 폭력·심신미약이라고 하고, 딸이 보는 앞에서 엄마를 회칼로 난자해서 살해한 흉악범을 심신미약·심신상실이라고 변호했다. 이렇게 여성 인권을 무참히 짓밟으면서 페미니즘을 운운하는데, 만약 이런 분이 지도자가 되면 과연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고 싶은 나라가 되겠나.”

2일 서울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사회분야 방송토론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2022.3.2 [국회사진기자단]

2일 서울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사회분야 방송토론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2022.3.2 [국회사진기자단]

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변호사라는 직업 자체가 범죄인을 변호하는 일이라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고 해도, 저의 부족함이었다고 생각하고 피해자 여러분께는 사죄의 말씀을 다시 드린다. 그러나 페미니즘과 이건 상관이 없다”고 맞받아쳤다. 토론 내내 여성정책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던 두 후보의 거친 충돌 지점이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3차 법정 TV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3차 법정 TV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뉴스1

고삐가 풀린 윤 후보의 공세는 대장동 의혹과 친형 정신병원 강제 입원 논란으로 옮아갔고, 이 후보와 윤 후보는 맹렬하게 서로를 비판하며 충돌했다. “몇 번째 우려먹는지 모르겠다”(이재명), “이거 보세요”(윤석열)라는 거친 말도 오갔다.

“검사를 그렇게 해 왔냐”(이재명), “워낙 거짓말의 달인이다 보니 못하는 말이 없다”(윤석열)고 날 선 공격을 주고받던 두 후보는 마무리 발언에서까지 “(윤 후보가) 특검 책임에 동의하지 않는 것 보지 않았나”(이재명), “특검을 채택하지 않고서는 선거를 일주일 남겨놓고 또 특검을 하자고 한다”(윤석열)며 TV토론 마지막을 ‘특검 진실게임’으로 마무리했다.

李·尹 기본소득ㆍ젠더 싸움

복지·저출생·젠더 등 사회분야를 주제로 한 이 날 토론에서 양강 후보인 윤 후보와 이 후보는 토론 초반부터 팽팽하게 대립했다. 윤 후보가 이 후보를 겨냥해 “기본소득과 같은 보편복지를 현금으로 하게 되면 이 후보가 말한 연 100만원만 해도 50조원이 들어간다”며 “과도한 증세로 인한 성장 위축”을 지적하자 이 후보는 “혹시 국민의힘 정강·정책 1조 1항에 ‘기본소득 한다’ 이렇게 들어 있는 것 아느냐”고 맞받아쳤다.

 2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사회분야 방송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옆을 지나가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사회분야 방송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옆을 지나가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후보는 이후 젠더 관련 이슈 때마다 기회를 노려 윤 후보에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윤 후보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페미니즘이 정치적으로 악용돼서 남녀 간 건전한 교제도 정서적으로 막는다는 얘기도 있다”고 언급한 점을 거론, “페미니즘이 뭔가. 페미니즘이 남녀교제에 영향을 준다, 못 만나게 한다고 했는데 이 생각을 여전히 하는가”라고 공격했다.

윤 후보가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의 하나로서 여성을 인간으로서 존중하는 것을 페미니즘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하자 이 후보는 “페미니즘이라고 하는 건, 여성의 성차별과 불평등을 현실로 인정하고 그 불평등과 차별을 시정해 나가려는 운동을 말하는 것”이라며 “그것 때문에 남녀가 못 만나고 저출생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토론 중 두 차례에 걸쳐 이 후보가 윤 후보에게 “지금 현재 1년 육아 휴직 사용 비율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아느냐”고 반복 질문한 장면도 있었다. 윤 후보가 “사람에 따라서 사정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부부 합산해 1년 6개월씩 쓸 수 있는 제도를 만들자”고 한 뒤 두 후보는 “질문에 답을 하라”(이 후보), “질문을 정확하게 하라”(윤 후보)고 상대의 잘못을 지적하며 말다툼했다. 

‘공방’ 대신 ‘설명’ 집중한 李

2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사회분야 방송토론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오른쪽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사회분야 방송토론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오른쪽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편 이 후보는 이날 상대의 질문 내용에 관계없이 발언 시간 대부분을 본인의 정책·입장 소개에 할애하는 전략을 썼다. 그동안 상대와의 공방에 집중했던 것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이 후보는 “증세 계획을 진솔하게 밝히라”(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질문을 듣고 “저도 장애인이기 때문에 장애인들의 고통을 너무 잘 안다”며 “중증장애인의 경우는 장애연금, 장애 아동 수당, 장애수당 70%까지 전부 차별 없이 지급하겠다”고 동문서답 비슷한 말을 했다. 이어 자신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 내용 소개를 덧붙이고 나서야 “심 후보님 말씀하신 것 간단하게 말씀드리면…”이라고 원래 질문을 거론했지만 발언시간 초과로 곧 마이크가 꺼졌다.

주도권 토론 기회를 얻은 직후에도 이 후보는 불쑥 “토론을 시작하기 전에…”하고 운을 떼더니 “저희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이 권력형 성범죄를 저지르고, 당 역시 피해 호소인이라는 이름으로 2차 가해에 참여한 분들이 있다”는 설명을 시작했다. “결국 책임을 끝까지 지지 않고 공천까지 했던 점들에 대해 많은 분들이 상처 입고 그에 대해 질타하고 있다”면서 ”오늘 여성정책에 관한 질의, 토론을 할 것이기 때문에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시작하겠다”는 게 그의 입장이었다.

沈 질문 중…李·尹 동시에 “답변 기회”

2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방송토론회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오른쪽)가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방송토론회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오른쪽)가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이날 시종일관 대립 모드를 유지했지만, 심 후보의 주도권 토론 도중 잠시 같은 입장에 놓이기도 했다. 심 후보가 질문 도중 답변을 하려는 이 후보의 말을 “제가 질문은 지금 안 드렸다”고 막아서자, 앞서 비슷한 상황에 놓였던 윤 후보가 옆에서 “말씀을 했으면 30초 말씀하실 기회를 주셔야지 답변 기회를 안 주시고 하시면…”이라고 이 후보와의 공동 항변에 참여했다.

사회자가 심 후보에게 “단문단답도 괜찮으니 가능하면 명확한 답변을 요구해달라”고 하자 심 후보는“지금은 질문을 드린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그게 왜 질문 주신 게 아니냐. 아까도 혼자 말씀하신 거냐”고 반박했고 곧이어 이 후보도 “(답변) 시간을 주고 하시라”고 심 후보에 항의했다.

마지막 토론임을 의식한 듯 대선 후보 4인은 이날 두 시간 내내 남은 힘을 열띤 공방에 쏟아부었다. 이 후보는 “통합정부가 반드시 필요하고, 더 나쁜 정권교체를 넘어서서 정치교체가 꼭 필요하다”고 외쳤고 윤 후보는 “이렇게 후안무치하고 부패한 민주당 정권이 집권 연장을 한다는 것은 재앙”이라고 맞섰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대통령은 첫 번째 도덕성, 두 번째 능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심 후보는 “지지율 10%를 얻어 기득권 양당 정치를 다당제 정치로 바꾸고 싶다”는 걸 강조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