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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의 고백 "부모님 이혼후 큰형 사망…10대땐 매일 울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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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 김영철이 에세이집 『울다가 웃었다』를 냈다. 2일 화상 간담회 모습. [사진 김영사]

코미디언 김영철이 에세이집 『울다가 웃었다』를 냈다. 2일 화상 간담회 모습. [사진 김영사]

“방송하다 못 웃겨도 그렇게 힘들지 않았던 것 같아요. 18, 19살에 너무 큰 걸 겪어서 그런지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일주일 내내 재밌을 순 없잖아요. 꼬이는 날이 오면 아, 왔구나….”
데뷔 24년 차 코미디언 김영철(48)의 고백이다. 지난달 28일 펴낸 에세이집 『울다가 웃었다』(김영사)는 그가 쉰을 앞두고 그간 속으로만 삭여온 삶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일주일에 2편가량 일기 쓰듯 써나갔다.
“얼마 전에 송승헌씨(배우)를 만났는데 책 나오면 준댔더니 ‘형이 다 썼어요?’ 놀라더군요.” 2일 출간 기념 화상 간담회에서 그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영어책도 내봤지만 오늘에야 작가가 된 것 같다”며 고백을 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부모님이 이혼했고 고3 때 형이 교통사고로 하늘나라에 가셨어요. 18, 19살 때가 제일 힘들었죠. 매일 매일 울었어요. 많이 울고 다음 날 학교 가면 또 웃었죠. 반겨주는 아이들 앞에서 전날 본 코미디 따라 하고요. 집에 오면 가족들이 워낙 다 밝았어요. 그러다 울기도 했지만.”
1999년 K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SBS ‘김영철의 파워 FM’ 라디오 DJ이자, JTBC 예능 ‘아는형님’ 고정 멤버로 활동 중인 그다. ‘비호감’ ‘노잼’ 꼬리표, 인간관계로 힘들었던 시기에도 가족과 이겨낸 기억이 버팀목이 됐단다. “힘을 내요, 슈퍼 파월~”이란 유행어까지 만든 무한 긍정 에너지는 뭐든 나누길 좋아하는 강인한 어머니, 누나들에게서 물려받은 것. 이 책을 쓰던 지난해 말엔 둘째 누나가 갑작스레 대장암 선고를 받았지만 온 가족이 서로를 다독였다. 수술 후 잘 회복 중이라고 그는 담담히 말했다.
이번 책엔 고생담을 웃음으로 승화한 일화도 나온다. 부산구치소 군 생활 시절 어머니가 그의 면회를 오다 택시기사가 수감자 면회로 착각한 웃픈 사건은 신원호 PD의 부탁으로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tvN) 속 한 장면이 됐다.
‘아는형님’ 녹화 때마다 “(웃음) 천재 이수근”에 감탄하며 못 웃겨서 의기소침해 있는 그에게 담당 작가가 들려준 조언은 기상천외하다. “영철아 스트레스받지 마. 그냥 녹화할 때마다 인질이라고 생각하고 앉아있어.” 이 위로를 받아들인 그가 “그래서 요즘은 인질이라고 생각하고 앉아있다”고 털어놓은 대목도 웃음이 난다. 이런 긍정적인 태도가 글 곳곳에서 묻어난다. 글로벌 코미디언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영어공부에 매진해 호주 멜버른국제코미디페스티벌 무대에 진출하고, 지난해엔 미국 코미디쇼 파일럿에 출연하며 미국배우조합(SAG)에 가입까지 했다는 불굴의 도전기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엔 ‘오징어게임’ 배우 정호연이 배우조합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을 보며 5년 뒤 TV 에미상 무대에 오를지 모를 순간을 위해 영어 수상 소감을 연습하고 있다는 그다. “제가 겸손을 너무 모르죠. (최)화정 누나라면 ‘영춸아 좍좍해’라고 했을 거예요.”(웃음)
이번 책을 써낸 경험이 “또 다른 나를 만나는 시간”이었다는 그는 “단편소설도 욕심난다”고 했다. “10년 전에 썼다면 더 멋져 보이는 이야기를 썼을 것 같아요. 서른아홉과 마흔아홉의 차이겠죠. 저는 내년에 오십이 되는 게 너무 기대되거든요. 이 책을 통해 저의 아픔도 다 말했으니까 저를 다 들키고 싶고 더 어른이 되고 싶어요.”

새 에세이집 『울다가 웃었다』 출간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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