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더 이상 통신사가 아닙니다. 다른 산업의 혁신을 이끄는 B2B(기업 간 거래) 회사가 될 겁니다.
구현모 KT 대표는 1일(현지시각) MWC 2022가 열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2020년 취임후 줄곧 강조한 ‘탈(脫)통신’과 ‘디지코(DIGICO·디지털 플랫폼 기업)’로의 체질 개선 의지를 이날도 분명히 했다. 특히 구 대표는 다른 산업의 혁신을 돕는, ‘남 좋은 일’ B2B 사업 의지를 강조했다.
“KT 매출 40%, 이미 비통신”
구현모 대표는 “2년 전 CEO가 되면서 KT가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을 넓혀야겠다고 생각했다. 통신만으로는 성장 한계가 있었고 15년간 매출이 15조원을 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구 대표는 성장 둔화를 극복하고자 인공지능(AI)·디지털 전환(DX),미디어·콘텐트, 금융으로 핵심 신사업을 재편했다. “AI와 DX는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본 것이고, 미디어·콘텐트·금융은 (일상에서) 많이 쓰이는 만큼 다른 분야로 확장하기 좋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구 대표는 이어 지난 2년의 성과와 앞으로의 KT 계획을 제시했다. 그는 “지난해 전통적인 통신 영역의 매출이 60%, B2B·디지코 매출이 40%기 때문에 (KT를) 통신회사로만 보기 어렵다”며 “AI 상담센터(AICC)와 로봇을 통해 고객의 삶을 변화시키는 회사, DX 솔루션을 통해 다른 산업의 혁신을 이끄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MWC에 와보니 2년 전 KT의 전략 방향이 맞았더라”며 “통신사엔 변화하는 사업자와 머물러있는 사업자가 있는데, 화웨이 같은 변화하는 사업자들은 다 B2B를 이야기 한다”고 덧붙였다.
디지코 B2B의 최전선 ‘KT클라우드’
DX에서는 ‘클라우드’를 특히 강조했다. KT는 최근 성장성이 높은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을 현물출자 방식으로 분리해 신설법인 ‘KT클라우드’를 설립했다. 이날 MWC 현장에서도 구 대표는 아담 셀립스키 AWS CEO를 만나 양사 간 협력관계를 다졌다. 지난달엔 국내 1위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MSP) ‘메가존클라우드’에 1300억원을 투자했다. KT가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한 건 2017년 케이뱅크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KT의 클라우드·IDC 매출은 전년 대비 16.6% 성장한 4559억원이다. 비중만 보면 전체 매출(25조원)의 1.8% 수준이지만, 연 성장률이 1~2%에 그치는 유무선통신보다 전망이 밝다. 이날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부사장)은 “국방·철도·공공 등 폭증하는 디지털 전환 수요를 흡수하겠다”며 “KT는 네이버·카카오는 할 수 없는, 인프라 위에 디지털 서비스를 올리는 데 특화된 회사”라고 언급했다. KT는 국내 클라우드 IT 인프라 시장이 연평균 15%씩 성장해 2025년 2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구 대표는 “KT 기업가치가 정체된 이유는 이익을 내는데도 성장을 못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는 여러 사업 대신 ‘똘똘한 놈’ 잡아 선택과 집중하고, 적극적인 투자·인수와 전문 법인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구 대표는 취임 이후 지금까지 3조 5000억원 이상을 클라우드·콘텐트·금융 등의 전략적 투자에 사용했다. 지난 1월 신한금융지주와 4375억원씩 지분 맞투자를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통신사 “넷플릭스·유튜브 돈 내라”
이날 간담회에선 넷플릭스·유튜브 등 대량 트래픽을 유발하는 콘텐트사(CP)들과 통신사들 간 ‘망 비용’ 갈등에 대한 GSMA(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의 첫 공식입장이 전해졌다. 구현모 대표는 국내 통신사 CEO 중 유일한 GSMA 이사회 멤버다. 구 대표는 “GSMA 산하 정책 연구그룹에서 글로벌 CP들도 (망 사용료와는 다른) 망 투자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며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방안은 정부 주도 펀드를 만들고, 거기에 글로벌 CP들이 돈을 내는 형태일 것이란 보고서를 이사회가 승인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