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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객에 '몸살'…제주 오름 주인 "내 땅 이용 말라" 첫 소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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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는 제주오름 자료사진. pixabay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는 제주오름 자료사진. pixabay

제주의 한 오름 소유주가 처음으로 행정 당국에 토지 사용을 중단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당국이 사유지를 관광장소로 활용하면서도 보수·정비 의무들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해당 오름의 지질학적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또한 일부 탐방객들의 불법 행위를 방치해 산불 등 각종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당산봉 일대 임야 1만3000㎡의 소유주인 A씨는 최근 제주도와 제주시를 상대로 토지 인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당산봉은 수월봉 지질 트레일 코스 중 하나로 차귀도 방향의 바다 노을과 고산 평야 등을 내려다볼 수 있어 탐방객이 이어지는 곳이다.

소장에 따르면 2013년 12월 해당 토지를 취득한 A씨는 훼손된 오름 산책로 보수 등을 조건으로 2019년 10월부터 5년간 제주시의 토지 사용을 허락했다. 그러나 A씨는 산책로 보수 등 정비 요구가 지금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시설물 철거와 훼손 임야의 원상 회복, 피해 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A씨는 "당국이 동의 없이 해당 오름을 '트레일 코스'로 홍보해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임야가 훼손되기 시작했다"며 "백팩킹, 불법 취사 행위를 하는 사람들로 인해 상시 산불의 위협에까지 노출돼 있다"고 했다.

이어 "거듭 문제를 제기한 끝에 당산봉의 상징인 '거북바위'(용암 너럭바위)에 볼트를 뚫어 만들었던 전망대는 제거했지만, 여전히 바위에 박힌 볼트는 그대로"라며 "그밖에도 훼손돼 보수가 되지 않은 곳이 곳곳에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2일 중앙일보를 통해 "당산봉은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오름 중 하나이고, 탐방로 주변으로 45~60만년 된 응회암이 있는 등 지질학적 가치가 높은 곳"이라며 "추후 시설물 설치나 문제가 발생할 시 복구에 대해 서로 협의하기로 했지만 담당 공무원들이 소관을 미루며 책임 회피만 하고 있다"고 행정 소송에 나서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탐방객이 늘면서 제주 곳곳 오름에는 식생 훼손과 쓰레기 투기 등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이어지고 있다.

도는 훼손이 심한 오름에 대해선 휴식년제를 실시하고 공공근로자를 통한 보존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주참여환경연대 등 도내 시민단체는 오름 훼손을 막기 위한 제한 탐방과 탐방 예약제 등 탐방 수요 관리와 오름의 생태적 가치와 특성에 대한 탐방객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종합적인 오름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제주 환경자산 오름·습지 보전관리 수립 학술연구용역'에 따르면 제주 도내 368개 오름 중 국공유지가 164곳, 개인이나 법인이 소유한 사유지가 204곳이다.

도는 법정 계획인 제주 환경자산 오름·습지 보전관리 기본 계획에 따라 탐방객 수를 총량으로 제한하는 '오름 탐방 사전 예약제' 도입을 검토하는 한편, 오프로드 차량과 산악자전거 등으로 인한 오름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오름 보전관리조례에 '차마 등 출입 제한·금지 등의 조항' 신설을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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