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영결식 추모객 250명…황희 장관 "불모지에 문화정책 기틀 세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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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영결식이 2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문화체육관광부장으로 치러지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지난달 26일 별세한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영결식이 2일 오전 서울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엄수됐다. 한국예술종합학교와 국립국어원 설립, 도서관 발전 정책 기반 마련 등 문화정책 기틀을 세운 고인을 예우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장으로 치러진 영결식에는 유족을 비롯해 문화예술공공기관장과 문화예술계 인사 250여명이 참석했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황희 문체부 장관과 송태호‧신낙균‧김성재‧김종민‧유인촌‧정병국‧박양우 전임 장관, 이채익 국회문화체육관광위원장 등도 이 시대 지성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황희 장관은 조사를 통해 “고 이어령 장관님은 불모지였던 문화의 땅에 초대 문화부 장관으로서 문화정책의 기틀을 세워 문화의 새 시대를 열어주셨다. 그 뜻과 유산을 가슴 깊이 새기고, 두레박과 부지깽이가 되어 이어령 장관의 숨결을 이어나가겠다”고 유지를 기렸다.
배우 출신인 유인촌 전 장관은 이 전 장관을 “우리 문화의 상징”이라며 “국가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하실 수 있었을 텐데, 돌아가시기 불과 1주일 전에 인사드리러 갔는데 너무 많이 마르셔서 걱정이 됐다. 잘 가시도록 기도하겠다”고 애도했다. 시인 출신 전 장관 도종환 국회의원은 “우리 시대 큰 스승을 잃었다. 지성을 대표하는 분이셨고 문학하는 분으로 사람의 선한 마음을 믿는 그런 존경할 만한 분이셨다”면서 “선생께서 문학으로 이루신 큰 성취를 잘 이어가자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엄수된 고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문화체육관광부장 영결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정병국 전 장관은 2011년 장관 취임 후 인사하러 갔을 때 고인이 직접 선물해준 두 권의 저서를 언급했다. “『흙 속에서 저 바람 속에』는 우리 문화를 발굴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디지로그』를 통해 우리 문화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하셨다”면서 “대한민국이 오늘날 문화강국이 될 수 있도록 디딤돌을 놓으셨다”고 했다. 지난해 장관에서 퇴임한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세계적 석학. 문화정책과 행정의 달인이셨다”며 “우리나라 예술뿐 아니라 문화 행정에도 큰 족적을 남겼다”고 추모했다.

2일 故이어령 초대 문체부 장관 영결식 #유인촌 "문화 상징" 박양우 "행정 달인" #전·현직 문체부 장관 등 250여명 참석

올해 30주년이 된 한국예술종합학교는 고인이 문화부 장관 임기 마지막 날 국무회의에서 문화부 산하 예술인 학교 설치령을 성사시키며 개교한 바다. 영결식에 참석한 김대진 한예종 총장은 “한 달 전쯤 찾아뵀다. 지난 30년을 짚으면서 앞으로 30년의 해야 할 일을 말씀하셨다”면서 “예술을 표현하기 위해 기술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 말씀을 깊이 새겨 더 좋은 한예종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31년 전 이 전 장관 재직 당시 수행비서였던 박광무 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원장은 “항상 어려운 일 있을 때마다 찾아뵙고 지혜를 얻었다. 이렇게 떠나시니까 애석하다”면서 “이 장관께서 못 이루신 일들을 후대 문화부 후배들이 감당해 우리나라 문화 발전뿐 아니라 세계 문화 발전에 기여하리라 본다”고 당부했다.

광화벽화로 전하는 생전 메시지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외벽에 마련된 초대형 미디어 캔버스'광화벽화'에 고(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생전 메시지와 추모 문구가 띄워져있다. 2022.3.2 mj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영결식은 고인의 영정 입장을 시작으로 묵념과 약력보고, 조사에 더해 이근배 전 대한민국예술원 회장과 김화영 고려대 교수의 추도사 등으로 진행했다. 이후 상영된 생전 영상에는 고인이 이룬 업적을 비롯해 “내가 받았던 빛나는 선물을 나는 돌려주려고 해요. 애초에 있던 그 자리로 나는 돌아갑니다” 등 별세 전 남긴 말을 담았다. 이어 헌화와 분향 및 한예종 교수와 학생들의 추모공연으로 영결식은 마무리됐다. 고인이 영결식장으로 이동하는 중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외벽에 설치된 ‘광화벽화’엔 고인의 생전 영상과 추모 문구를 띄워 애도의 뜻을 더했다. 문체부는 “문인으로서 평생을 집필활동에 몰두하고, 장관 재임 시 도서관 발전에 큰 역할을 한 고인을 기려 지성의 상징인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영결식을 거행했다”면서 “혁신적인 문화행정가였던 고 이어령 전 장관을 기억하고, 문화행정에 대한 고인의 뜻과 열정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계획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