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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손정의 "김정주는 개척자", 창업가들 "그는 나의 첫 투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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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주 넥슨 창업자.

김정주 넥슨 창업자.

1일 별세 소식이 전해진 김정주 넥슨 창업자(NXC 이사)에 대한 IT 업계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김 창업자로부터 투자받고 조언을 얻은 후배 창업가들부터 함께 일한 동료, 고인의 스승 등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고인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 앞서 김정주 창업자는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다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에서 숨진 사실이 알려졌다. “조용히 고인을 보내고 싶다”는 유족 의지에 따라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김정주 창업자와 교류해온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1일 소식을 전해 듣고 충격 속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고 한다. 2000년 무렵 김 창업자와 서울에서 처음 만난 이후, 두 사람은 20년 이상 사업가이자 벤처투자자로서 인연을 이어갔다. 소프트뱅크그룹 관계자는 "손 회장은 그를 온라인게임의 개척자로 존경했고, 김정주 창업자는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마다 손 회장에 연락해 직접 조언을 구하는 등 깊은 신뢰 관계를 유지해왔다”며 “소식을 들은 손 회장이 말을 잇지 못하고 무척 슬퍼했다”고 전했다. 김 창업자를 아낀 이광형 KAIST 총장도 2일 페이스북에 “그렇게 힘들면 말 좀 하지. 바람의 나라에서 편히 쉬라”는 짧은 추모글 남겼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투자금 100배로 불려드리기로 했는데..." 

많은 IT 스타트업 대표들도 애도를 표했다. 김 창업자는 후배 창업가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일부에게는 직접 초기 투자자가 되어주기도 했다. 넥슨 출신으로 글로벌 히트 콘텐츠 ‘아기상어’를 제작한 김민석 더핑크퐁컴퍼니 대표는 2일 페이스북에 “(고인이) 2013년 더핑크퐁컴퍼니에 첫 투자를 해 주셨다. 투자금을 100배로 불려드리기로 했는데 이제 60배가 됐다”며 “100배가 되면 약속 지켰다고 자랑하고 싶었는데…”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김서준 해시드 공동 창업자도 “모두가 암호화폐를 ‘사기’라고 혹평하던 시절부터 늘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이야기 들어주신 분”이라며 “해시드가 첫 벤처캐피털 펀드를 시작할 때도 물심양면 지원해주셔서 큰 의지가 됐다”고 말했다.

김민석 더핑크퐁컴퍼니 대표가 김정주 넥슨 창업주의 별세 소식을 듣고 페이스북에 추모의 글을 남겼다. [페이스북 캡처]

김민석 더핑크퐁컴퍼니 대표가 김정주 넥슨 창업주의 별세 소식을 듣고 페이스북에 추모의 글을 남겼다. [페이스북 캡처]

AI 채팅 기술로 글로벌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 기업) 기업을 일군 센드버드의 김동신 대표도 “(김 창업자는) 수행 비서도 없이 책이 가득한 가방 하나, 여행 가방 하나 들고 매번 다른 도시에서 인연을 만드시던 분”이라고 기억했다. “계약서도 없이 보통주로 10억 원을 (김 창업가로부터) 투자 받았다”고 밝힌 김문수 이투스 창업자(현 스마투스 대표)도 “이제 조금 보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황망하게 가셨다”며 안타까워했다. 박재욱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쏘카 대표)는 페이스북에 “벤처 업계의 큰 별이 졌다. 한국 게임 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주역이자 많은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 선배님이신데 이렇게 보내드리게 되어 너무나 황망하다”고 썼다.

이날 오후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도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려 충격에 빠진 구성원들을 다독였다. 이 대표는 "김 창업자는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이 넘쳤고, 본인이 좋아하는 걸 찾아내면 어린 아이와도 같은 순수한 열정으로 빠져들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이어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태어난 이 회사가 글로벌에서 누구나 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회사로 만들어 달라'며 환하게 웃던 그 미소가 아직도 선명하다"며 "그의 뜻을 이어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더욱 사랑받는 회사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해야" 

김정주 창업자는 생전에 국내외 다양한 창업가들의 도전에 투자하는 데서 보람과 즐거움을 찾았다. 한때는 한국 스타트업이 너무 비슷하다며, 창업 분야가 게임에 한정돼 있다는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에 대한 도전은 늘어야 한다는 게 고인의 생각이었다. 김 이사장은 지난 2014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을 해야 한다. 한곳에 붙어서 밥 먹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창업해서 돈을 번다기보다 자기 생각을 세상에 펼쳐보겠다는 생각으로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넥슨의 창업 과정을 다룬 책『플레이』에서도 김 창업자는 “꿈을 꾸는 친구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며 “작은 수익에 만족하지 말고 회사를 더 크게 만들어보라거나, 돈 좀 벌었다고 차 사고 아파트 사지 말고 회사를 키워보라고 꼬신다”고 말했다.

어린이 병원에 꾸준한 기부 

2020년 넥스재단은 어린이 완화의료센터 건립을 위해 서울대학교병원에 100억원을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왼쪽부터 김정욱 넥슨재단 이사장, 노정환 네오플 대표, 김정주 NXC 대표,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 김연수 서울대학교 병원 원장 , 김한석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원장, 배은정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장, 문진수 소아진료지원실장, 김민선 소아청소년과 교수. [사진 넥슨]

2020년 넥스재단은 어린이 완화의료센터 건립을 위해 서울대학교병원에 100억원을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왼쪽부터 김정욱 넥슨재단 이사장, 노정환 네오플 대표, 김정주 NXC 대표,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 김연수 서울대학교 병원 원장 , 김한석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원장, 배은정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장, 문진수 소아진료지원실장, 김민선 소아청소년과 교수. [사진 넥슨]

‘아시아의 디즈니’를 꿈꾸던 고인은 어린이ㆍ청소년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은둔의 경영자’라는 별명과 달리 어린이재활병원 기부 행사에는 꾸준하게 참석했다. 국내 최초 아동재활병원인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을 세울 때도 건립 비용 절반에 가까운 금액인 200억원을 넥슨이 기부했다. 대전 서구에 건립 중인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위해서도 넥슨은 100억원의 기부 협약을 대전시와 맺은 바 있다. 장애인 이동권 협동조합 ‘무의’를 이끄는 홍윤희 이사장은 “넥슨푸르메병원은 기업 기부가 가져오는 임팩트를 깨닫고 행동하게 만든 계기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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