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 돼" 외치다 카타르까지 간다...'도전의 아이콘' 조원희

중앙일보

입력 2022.03.02 11:00

업데이트 2022.03.02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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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꿈의 무대인 월드컵과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모두 밟은 조원희. 은퇴 후엔 유튜브와 방송가를 누비고 있다. 김경록 기자

꿈의 무대인 월드컵과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모두 밟은 조원희. 은퇴 후엔 유튜브와 방송가를 누비고 있다. 김경록 기자

"가야 돼, 가야 돼 와우!"

전 축구 국가대표 조원희(39)는 인사 대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이렇게 외쳤다. 10~20대 사이에선 유행어가 된 그의 세리머니다. 현역 은퇴 후 유튜브와 방송을 종횡무진 누비는 조원희를 서울 서소문에서 만났다.

조원희는 최근 2022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원회가 선정한 한국 대표 인플루언서(Influencer·인터넷에서 영향력이 큰 사람)에 뽑혔다. 유튜브 채널(이거해조 원희형) 구독자 27만 명을 보유한 축구 선수 출신 소셜 미디어(SNS) 스타라서다. 카타르 조직위의 공식 초청을 받아 오는 28일 카타르에서 열리는 인플루언서 컵에 출전한다.

조원희는 "'가야돼'를 외치다 카타르까지 가게 됐다"며 웃었다. 김경록 기자

조원희는 "'가야돼'를 외치다 카타르까지 가게 됐다"며 웃었다. 김경록 기자

인플루언서 컵은 다음 달 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 조 추첨식에 앞서 열리는 이벤트 대회다. 유럽, 아메리카, 동아시아, 중동·아프리카 등 네 지역 출신 축구인, SNS 스타 등이 팀을 이뤘다. 네 팀이 4강 토너먼트를 통해 우승을 가리는 방식이다. 사무엘 에투(카메룬), 로날드 드 부어(네덜란드), 카푸(브라질·이상 은퇴) 등 전설적인 선수들이 참가한다. 대회 후엔 조 추첨식에도 참가한다.

조원희는 "'가야 돼'를 외치고 다니다 보니 카타르까지 가게 됐다. 내 도전 정신과 축구 열정이 전해진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레전드들과 함께 경기하게 된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 한국이 어떤 팀과 같은 조에 편성될지 결정되는 현장에 초대받아 설레면서도 떨린다"며 웃었다.

조원희 전 축구 선수가 28일 오후 서울 서소문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조원희 전 축구 선수가 28일 오후 서울 서소문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두 차례 포지션 변경 끝에 태극마크를 단 조원희는 축구계 '도전의 아이콘'이다. 고교 때까지 공격수였던 그는 2002년(울산 현대) 프로에 데뷔하면서 윙백으로 보직을 바꿨다. 2006년 독일 월드컵도 윙백으로 참가했다. 그러나 월드컵 본선에선 이영표에 밀려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그러자 이번엔 수비형 미드필더로 또 한 번 포지션을 바꿨다. 강철 체력을 앞세워 쉴 새 없이 그라운드를 누볐고, 투지 넘치는 몸싸움으로 상대를 끊임없이 압박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K리그 1인자가 됐다. 팬은 2000년대 몸싸움의 대명사였던 이탈리아 레전드 젠나로 가투소에 빗대 '조투소(조원희+가투소)로 불렸다.

국가대표 시절 대표팀 훈련에서 박지성(가운데)과 경합하는 조원희(왼쪽). [중앙포토]

국가대표 시절 대표팀 훈련에서 박지성(가운데)과 경합하는 조원희(왼쪽). [중앙포토]

국가대표 시절 한일전에서 볼을 다투는 조원희(왼쪽). [중앙포토]

국가대표 시절 한일전에서 볼을 다투는 조원희(왼쪽). [중앙포토]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09년엔 위건에 입단하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했다. 당시 프리미어리그엔 이미 박지성, 이청용, 설기현 등이 뛰고 있었다. 하지만 K리그에서 프리미어리그로 직행한 사례는 조원희가 최초였다. 그는 위건에서 한 시즌 뛰었다. 중국을 거쳐 다시 K리그로 돌아온 그는 2018년 수원 삼성에서 은퇴했다. 하지만 좀처럼 식지 않는 축구 열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은퇴를 번복하고 2019년 수원FC에 입단해 반 시즌을 더 현역으로 뛰었다.

조원희는 "내 도전 정신은 실패와 시행 착오를 통해 강해졌다. 축구에서 꿈의 무대인 월드컵과 프리미어리그를 다 간 최고의 선수로 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늘 2등 선수였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공격수로는 이동국과 조재진(이상 상무 시절)에 밀렸고, 윙백으로는 송종국과 이영표의 라이벌이 되지 못해 월드컵에서 벤치 신세였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지성이 형처럼 롱런하지 못했다. 2%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2020년 황의조(왼쪽)의 피지컬 트레이너를 맡았던 조원희. [사진 조원희]

2020년 황의조(왼쪽)의 피지컬 트레이너를 맡았던 조원희. [사진 조원희]

이승우, 이정협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조원희의 코칭을 받았다. [사진 조원희]

이승우, 이정협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조원희의 코칭을 받았다. [사진 조원희]

은퇴 후엔 해설위원과 트레이너로 활약했다. 특히 피지컬 트레이너로 프로 선수들의 각광을 받았다. 황의조(보르도), 이승우(수원FC), 이정협(강원FC) 등 40여 명이 조원희 아카데미를 찾아 코칭 받았다. 훈련 효과가 탁월해 선수들 사이에서 '족집게 조쌤'으로 불렸다.

동기 부여 차원에서 외치기 시작한 "가야 돼!"는 유행어가 되면서 가야대학교 홍보대사를 맡기도 했다. JTBC 축구 예능 '뭉쳐야 찬다 2'에선 안정환 감독과 이동국 수석 코치를 보좌해 수비 코치로 활약 중이다. 조원희는 "은퇴 후 축구에 대한 열정이 더 불타오른다. 이미 여러 가지를 경험했지만, 아직도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 '몸짱'들이 모여 축구에 도전하는 피지컬FC 감독을 맡은 조원희(왼쪽). [사진 조원희]

한국 대표 '몸짱'들이 모여 축구에 도전하는 피지컬FC 감독을 맡은 조원희(왼쪽). [사진 조원희]

조원희의 첫 유튜브 프로젝트 피지컬FC는 누적 조회수 485만 회를 기록할 만큼 반응이 뜨겁다. [사진 조원희]

조원희의 첫 유튜브 프로젝트 피지컬FC는 누적 조회수 485만 회를 기록할 만큼 반응이 뜨겁다. [사진 조원희]

지난달 조원희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유튜브 첫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아마추어팀 '피지컬 FC'를 창단해 최강 팀으로 이끄는 내용이다. 팀 이름처럼 키 1m94㎝의 근육질 배우 줄리엔 강, 유명 경호원 출신 최영재 등 '피지컬 끝판왕'으로 통하는 헬스 유튜버, 격투기 선수, 특수부대 출신이 모였다.

한겨울에도 상의를 탈의하고 뛰는 콘셉트다. 조원희는 감독이지만, 답답한 경기 상황에선 패딩을 벗어 던지고 직접 뛰기도 한다. 우락부락한 덩치의 축구 초보들은 초등학생, 할아버지 팀에 연달아 패하는 어설픈 경기력으로 네티즌의 큰 인기를 얻었다. 영상 누적 조회 수가 무려 485만 회다.

조원희는 "코로나19 여파로 미루고 미루다 시작한 첫 유튜브 프로젝트다. 신체 능력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들의 어설픈 축구 실력에 많은 분이 웃고 힘을 내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이후엔 기술까지 장착한 선수들의 활약을 보며 '나도 할 수 있다'는 동기 부여와 긍정 에너지도 받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원희는 선수 심리를 잘 이해하는 지도자를 꿈꾼다. 김경록 기자

조원희는 선수 심리를 잘 이해하는 지도자를 꿈꾼다. 김경록 기자

조원희의 최종 목표는 프로팀 지도자다. 2018년부터 고려대 체육교육대학원에서 운동선수 심리를 연구 중이다. 선수들과 함께 훈련할 체력 유지 차원에서 일주일에 2~3번은 10㎞ 이상 조깅도 한다. 해외 구단에서 지도자 연수도 꿈꾸고 있다. 조원희는 "최고의 무대도 경험했지만, 벤치 시절도 있었다. 수퍼스타는 알지 못하는 후보의 마음도 잘 안다. 선수의 심리를 파고들어 긍정적인 경기력을 끌어내는 지도자가 되겠다. 내가 지금 쌓는 경험도 전부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며 목표를 밝혔다.

그는 롤모델로 위건 시절 스승인 로베르토 마르티네스(스페인) 현 벨기에 대표팀 감독을 꼽았다. 전술은 물론 선수 동기 부여도 잘하는 지도자다. 벨기에는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의 강팀이다. 조원희는 "월드컵 조 추첨식에서 마르티네스 감독을 만날 기회가 된다면 옛 추억도 떠올리고, 지도자로서 조언도 듣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도자가 되는 그 날까지, 많이 배우고 경험하고 끊임없이 전진하겠다. '앞으로도 나는 가야 돼!'라며 다시 한번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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