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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통령, 이게 가장 절실" DJ·박근혜 비서실장 한광옥 훈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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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광옥 전 위원장은 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통찰, 대안을 가져야 하고 이것을 실행할 수 있는 결단력과 기지가 있어야 한다. 흔히 말하는 '행동하는 양심'이다. 이를 관철하기 위해선 독자적인 힘 만으로는 안 된다. 국민의 힘을 모아야 가능하기 때문에 통합하는 포용력이 꼭 필요하다. 이런 게 있는 분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한광옥 전 위원장은 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통찰, 대안을 가져야 하고 이것을 실행할 수 있는 결단력과 기지가 있어야 한다. 흔히 말하는 '행동하는 양심'이다. 이를 관철하기 위해선 독자적인 힘 만으로는 안 된다. 국민의 힘을 모아야 가능하기 때문에 통합하는 포용력이 꼭 필요하다. 이런 게 있는 분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한광옥(80) 전 국민대통합위원장은 작금의 대선 상황과 관련해 “선거 ‘운동’을 해야지 선거 ‘전쟁’을 벌여서 어떻게 하느냐”며 “선거 전쟁은 누가 되든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한 전 대표는 1일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상대를 완전히 말살시키고 승리하겠다고 한다면 그건 정치를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국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져 네거티브와 마타도어는 득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 정치이력의 키워드는 ‘통합’이었다. 1984년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와 DJ의 동교동계가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을 구성했을 때 대변인을 맡아 양측을 오갔고, 1997년 DJP연합(김대중+김종필·JP) 성사당시 DJ측의 협상 실무를 총괄했다. DJ 정부에선 노사정 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외환위기 극복의 대전제였던 노사정 대타협을 견인했다. 박근혜 정부에선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탄핵 물살이 걷잡을 수 없게 되어버린 2016년 11월 박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을 맡으며 진영이 다른 두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역임하는 진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한 전 대표는 차기 대통령에게 가장 절실한 자질도 “통합 능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난국이다. 난국을 해결하는 데 가장 중용한 게 통합능력이고 그것에 대통령 선출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자질에 대해선 “이 후보는 역경 극복 과정에서 위기극복 능력을 보여줬고, 윤 후보는 인내심과 결단력이 있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인터뷰는 1일 오전 1시간 여 동안 중앙일보 본사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광옥 전 위원장은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친노 세력이 민주당 진영을 장악하자 탈당했다. 그해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했고 대선 후 '국민대통합위원장'에 임명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2016년 11월 그는 박근혜 정부 마지막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발탁됐다. 박 전 대통령(왼쪽)이 한 전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한광옥 전 위원장은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친노 세력이 민주당 진영을 장악하자 탈당했다. 그해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했고 대선 후 '국민대통합위원장'에 임명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2016년 11월 그는 박근혜 정부 마지막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발탁됐다. 박 전 대통령(왼쪽)이 한 전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모든 후보가 대한민국은 위기라고 한다. 어떤 리더가 필요한가
“위기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과 판단력, 거기서 나오는 정책과 비전을 실행에 옮기는 실천력이 필요하다. 실천력이 국민의 의지를 모으는 통합 능력에서 나온다.”
모든 후보가 국민 통합을 이루겠다고 한다
“대통령의 진정성이 제일 중요하다.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진정성 있다는 걸 피부로 느껴야 정책 방향에 협조한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고 하지 않나. 국민들의 신뢰를 사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비전도 실현할 수가 없다.”
여·야 후보가 다 DJ의 정신을 따르겠다고 하는데
“DJ가 경쟁적으로 소환되는 건 지금이 정치·경제적 위기라는 방증이다. DJ는 노사정 대타협을 토대로 외환위기를 조기 극복하고 IT산업화의 초석을 놓지 않았나. 그런 위기극복 능력이 다시 요구되는 거다. DJ를 흔히 ‘행동하는 양심’이라는 말로 표현하는데 통합능력이 있어서야 행동할 수 있다. 통합능력은 포용력의 다른 말이다. DJ는 이런 저런 말들이 많았지만 박정희 기념관 건립을 추진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자신의 목숨까지 위협했던 사람 아닌가. 노사정 대타협 땐 최종 발표 30분 전에 못하겠다는 노조위원장을 ‘나라가 있어야 기업도 있고 기업이 있어야 당신 자리도 있는 거 아니냐’고 집요하게 설득했다. 대통령의 진정성이 전달돼 가능했던 일이다.”
한광옥 전 위원장은 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중재 전 의원이 DJ에게 쓴소리를 가장 많이했다 그분이 온다고하면 DJ는 '골이 지끈거린다'면서도 막상 마주 앉으면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싫은 말도 들을 줄 알아야 리더"라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한광옥 전 위원장은 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중재 전 의원이 DJ에게 쓴소리를 가장 많이했다 그분이 온다고하면 DJ는 '골이 지끈거린다'면서도 막상 마주 앉으면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싫은 말도 들을 줄 알아야 리더"라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문재인 대통령 취임 키워드가 ‘통합’이었지만 50% 넘는 심판론에 직면해 있다
“문 대통령에게 상당한 기대도 했다. 그런데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더니 한 번도 가서는 안될 길을 갔다. 통합 추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정치는 완전히 일방통행이 됐고 3권 분립은 형식화됐다. 내로남불로 갈등을 부추겼다. 지금 정치가 있나. 경제는 소득주도성장이며 부동산 정책이며 다 실패했다. 허균의 호민론(豪民論)이라는 게 있다. 잘못하는 군주를 그대로 따르는 항민(恒民), 그를 원망하는 원민(怨民), 견디다 못해 직접 바꾸겠다고 나선 게 호민이다. 국민 과반수가 호민의 단계에 와 있다.”
이재명 후보는 ‘통합’이라는 맥락에서 다당제 카드를 꺼냈다
“그게 새로운 게 아니고 과거에 다 한다고 해놓고 안했거나 못한거다. 그걸 종합적으로 다시 하겠다는 내용 자체는 좋지만 역시 진정성이 문제다. 정치는 타이밍인데 시기적으로 볼 때 국민들에게 그렇게 받아들여지겠는가. 선거 끝나고 여야 간에 서로 얼굴 맞대고 심사숙고해 결정할 일이다.”
승자독식과 그에 따른 분열 해소를 위해 정치시스템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대통령 5년 단임제는 바꿔야 한다. 1987년 6·29 선언 뒤에 독재 청산을 위한 직선제 관철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나머지 제도의 장단점에 대해선 신경을 덜 쓴 게 사실이다. 내각제는 얘기해 볼 수 있지만 당장은 4년 중임제가 맞다고 본다. 임기 막판에 부정부패 의혹이 쏟아지는 것도 그로 인해 대통령의 불행이 이어지는 것도 5년 단임제의 필연적 폐해다. 대통령이 5년 안에 무슨 업적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중장기 국가과제를 등한시 하는 것도 문제다.”
개헌 주장은 대선 전에 나왔다가 당선 후 사라지길 반복했다
“임기 초에 해야 된다.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정치가 종합예술이라고 하지 않나. 정치가 잘 될 수 있어야 경제·사회 문제도 풀어나갈 수 있다.”
윤 후보는 권한 분산 맥락에서 광화문 집무시대와 청와대 축소를 주장한다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은 DJ 정부 때도 검토했다. 경호의 현실적 문제 때문에 결국 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하지만 대통령의 강력한 결단이 있다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 청와대 권한 분산과 이에 따른 기구 축소도 대통령의 의지 문제다.”
한광옥 전 위원장(오른쪽)은 1999년 11월 김대중 정부 두번째 대통령 비서실장에 임명됐다. 범동교동계 4선 중진 의원이던 그를 발탁하며 청와대는 "당·청 및 공동여당이던 자민련과의 협조를 원만히 할 인물"이라고 발탁이유를 밝혔다. 한 전 위원장은 2001년 9월까지 22개월간 비서실장으로 일했다. 비서실장이던 그가 2001년 8월 김대중 대통령(왼쪽)과 청와대에서 대화하는 모습. 중앙포토

한광옥 전 위원장(오른쪽)은 1999년 11월 김대중 정부 두번째 대통령 비서실장에 임명됐다. 범동교동계 4선 중진 의원이던 그를 발탁하며 청와대는 "당·청 및 공동여당이던 자민련과의 협조를 원만히 할 인물"이라고 발탁이유를 밝혔다. 한 전 위원장은 2001년 9월까지 22개월간 비서실장으로 일했다. 비서실장이던 그가 2001년 8월 김대중 대통령(왼쪽)과 청와대에서 대화하는 모습. 중앙포토

DJP 연합 성사 주역 중 한 명이다. 윤석열-안철수 단일화가 무산 분위기다
“DJP 연합이 하루 아침에 된 게 아니다. 짧게 잡아도 뜸들이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1년 이상 걸렸다. 단일화는 단순히 후보를 하나로 합치는 문제가 아니다. 성격이 다른 두 세력이 정부를 같이 운영하겠다는 결의를 모으는 과정이다. 선거 전략 차원의 유·불리만 따져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게다가 수십년 정치 경륜 속에서 서로를 잘 알았던 DJ와 JP에 비해 윤-안 후보의 걸어온 길은 너무 다르다. 서로 믿을 수가 없는 거다. 남은 시간은 짧지만 나라의 위기극복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는 사명감이 통한다면 불가능은 아니라고 본다. 남은 변수는 국민의 시선이다.”
선거 이후 거대 양당이 어떻게 변해야 하나
“민추협 대변인 할 때 DJ와 YS 사이를 오갔다. 그때 현안마다 두 사람 생각이 다를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 두 사람은 ‘국민들에게 뭐가 유리한가’라고 질문을 바꿔 놓고 그 기준에 맞춰 결론을 모은 경우가 많았다. 그에 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진영논리가 아니라 나라 걱정이 필요하다.”
그런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렵게 생각하면 될 일도 안 된다. 복잡한 현상을 단순화시키는 게 정치다. 일을 단순화해서 풀어내는 힘도 통합에서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근에 사면됐는데
“너무 늦지 않았나. 애초에 구속까지 시켰어야 되는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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