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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러시아의 민간인 살상과 핵 위협은 반인류적 범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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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러시아군이 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리코프의 민간구역을 무차별로 포격해 중심가에 있는 학교 건물의 기둥만 앙상하게 남았다. [AFP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리코프의 민간구역을 무차별로 포격해 중심가에 있는 학교 건물의 기둥만 앙상하게 남았다. [AFP연합뉴스]

러군, 우크라이나 민간 시설 공격으로 피해 속출  

푸틴 핵 공격 준비 지시…북한 핵 사용 오판 우려

독립국가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살상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정당하지 않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진격이 지체되자 군 시설이 아닌 민간 시설까지 가리지 않고 공격하고 있다고 한다. 아무리 전쟁 중이라도 무고한 민간인 살상은 반인류적인 범죄행위로 규탄받아 마땅하다.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제2 도시인 하리코프에서 교전하면서 점령이 늦어지자 공격 대상을 민간인 거주지역으로 확대해 무차별 포격을 했다는 것이다. 하리코프에는 140만 명이 살고 있다. 러시아군의 무차별 포격으로 아파트 밖에 시신이 널려 있고, 민간 건물이 불타는 영상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전파되고 있다. 러시아군은 하리코프에 이어 키예프도 무차별 공격할 전망이다.

러시아의 범죄행위는 이뿐이 아니다. 러시아군이 제네바협약에서 금지하는 진공폭탄을 민간인 지역에 터트렸다는 주장도 있다. 진공폭탄은 산소를 빨아들여 초고온 폭발을 일으키는 무기로 사람의 장기에 심각한 손상을 준다. 진공폭탄이 터지면 반경 수백m 이내의 사람이 피해를 보고, 건물은 불에 탄다.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과 하리코프 등에서 목격됐다고 한다. 러시아는 과거 체첸 전쟁(1994~2009년)에서도 진공폭탄을 사용한 전력이 있다.

이런 상황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핵무기 운용 부대에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했다. 핵무기 경계태세 강화는 핵 공격을 준비한다는 의미다. 러시아가 핵으로 우크라이나를 위협하면서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핵무기를 실제 사용하지 않더라도 우크라이나를 위협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다. 인류를 대상으로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용납될 수 없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지난달 28일 유엔 긴급 특별총회에서 “핵분쟁은 생각조차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러시아에 경고했다.

러시아의 핵 공격 준비 지시는 우리에게도 직접 영향을 준다. 핵무기를 고도화하고 있는 북한이 러시아의 행동에 따라 핵무기로 우리를 위협하거나, 실제 사용할 수 있다고 오판할 수 있다. 실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무기 사용 지침을 여러 차례 발표했었고, 우리 국민은 북핵 위협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러시아 핵 위협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 등과 전화회의를 했는데 한국만 쏙 빠진 것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정부에선 러시아의 핵 위협에 관한 입장은 고사하고 민간인 살상에 대한 비판조차 없다. 이제라도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주는 파장이 엄중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제대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러시아는 침략전쟁과 민간인 살상, 핵 위협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