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주년 맞은 3·1절에 ‘성조기’가 펄럭…기도 대신 “주사파 척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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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식민 통치에 항거하고, 독립선언서를 발표한 3·1절이 103주년을 맞아 서울 곳곳에서는 다양한 집회·시위가 열렸다. 일본의 전쟁 범죄 사죄 및 사도(佐渡) 광산 유네스코 등재 추진 반대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 중구 광화문 청계광장에서도 수천명이 한 데 모여들었다. 그러나 이들이 외친 것은 “대한독립 만세”가 아닌 “빨갱이, 주사파는 물러가라”였다. 이들의 손에는 태극기와 함께 성조기가 들려 있었다.

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국민혁명당 및 광화문1000만국민기도회 관계자 등이 3·1절 1000만 기도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 유세 형식이지만…후보 발언은 ‘30분’

이날 전광훈 목사 등 사랑제일교회와 국민혁명당 측은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1000만 국민대회 및 기도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와 그가 당대표로 있는 국민혁명당의 지역구 보궐선거 출마 후보들이 참석했고, 최소 3000명 이상의 참가자들이 모였다. 현장에서 경찰과 참가자 사이 물리적 충돌 상황 등은 빚어지지 않았다.

현행 방역지침에서 정해진 집회·시위 제한 인원은 백신 접종 완료 시 299명이지만, 선거 유세의 경우에는 참여 인원에 대한 제한이 없다. 이날 열린 행사도 보궐선거 출마 후보들의 선거 유세 형식으로 먼저 진행됐다. 구본출 국민혁명당 소속 후보의 연설은 약 30분가량 진행됐고, 이후에는 전 목사 등이 무대에서 발언을 이어갔다.

주최 측은 ‘기도회’를 진행한다는 입장으로, 사전에 별도 집회 신고를 하지 않았다. 다만 기도보다는 정치 관련 언급이 행사의 주를 이뤘다. 발언자 및 참가자들은 문재인 대통령 및 현 정부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고, 3·9 대통령 선거에 대한 언급도 이어갔다. 단상에 선 전 목사는 “문 대통령은 국민을 속였고, 자신의 양심도 속였다”며 “종전 선언을 통해 대한민국을 해체하고, (한국을) 북한에 갖다 바치려 했다”고 주장했다.

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국민혁명당 및 광화문1000만국민기도회 관계자 등이 3·1절 1000만 기도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리두기’ 그대로인데 마스크 벗고·음식 먹고

정부는 이날부터 식당과 카페, 유흥시설 등에 적용했던 방역패스를 일시 중단했다. 다만 대규모 행사·집회 등에 적용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는 일단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날 청계광장에 모인 행사 참가자들은 비좁은 공간에 한데 모여 앉았다. 일부 참가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거나 길거리에 앉아서 김밥이나 떡, 양갱 등을 먹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전 목사 등의 행사 외에도 각종 선거 유세, 집회가 열리는 만큼 40개 이상의 부대를 투입해 광화문 일대 질서 유지 및 돌발 상황에 대비했다. 지난 2020년 8월 15일과 같이 전 목사가 참석한 보수단체 집회에서 청와대 방향으로 가기 위해 도로를 점거했던 상황 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날 집회는 오후 4시를 넘겨 별다른 돌발 상황 없이 종료됐다. 서울시 측은 이날 선거 유세 이후 진행된 기도회 행사에 대해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 적용을 검토할 예정이다.

“일본, 사죄하라”…시민사회단체, 곳곳서 집회

이날 오전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전국민중행동 등은 150여명이 모인 가운데 ‘3·1운동 103주년 기념 민족자주대회’를 열고, 일본 정부를 향해 과거 식민 지배에 대한 사죄를 요구했다. 이들은 “일본의 사죄 배상을 반드시 받아내고 동아시아 평화 실현을 앞당기는 것이 바로 103년 전 우리의 외침이다”고 강조했다. 보수 성향 단체 측의 ‘맞불’ 집회는 열리지 않았다.

동학실천시민행동 등은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3·1절 103주년 기념대회를 연 뒤 인사동 방향으로 행진했다. 이밖에 평화나비네트워크 및 대학생들은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3·1 대학생 문화제를 열고,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 등을 촉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