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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하거나 울지 않을 것" 애들과 우크라 남은 영부인 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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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오른쪽)과 영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지난달 16일 올레나 여사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이다. 부부는 이날 '단결의 날'을 기리기 위해 우크라이나 국기 색상과 같은 옷을 입고 사진을 찍었다. [올레나 젤렌스카 인스타 캡처]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오른쪽)과 영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지난달 16일 올레나 여사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이다. 부부는 이날 '단결의 날'을 기리기 위해 우크라이나 국기 색상과 같은 옷을 입고 사진을 찍었다. [올레나 젤렌스카 인스타 캡처]

"나는 두려워하거나 울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차분하고 당당할 것입니다. 내 아이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의 옆에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나의 남편 옆에, 당신(우크라이나 국민)과 함께. 나는 우크라이나를 사랑합니다."  

우크라이나의 영부인 올레나 젤렌스카(Olena Zelenska·44)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다음 날인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4) 우크라이나 대통령만큼이나 그의 부인 올레나도 결기있는 면모를 보이고 있다.

28일 피플지 등 외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의 부인 올레나 여사와 17세 딸, 9세 아들 두 자녀도 현재 우크라이나에 남아있다. 올레나 여사는 러시아의 침공 다음 날, 인스타에 우크라이나 국기 사진과 함께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으로 시작하는 글을 남겼다.

2019년 촬영한 젤렌스키 대통령 가족 사진. [올레나 젤렌스카 인스타 캡처]

2019년 촬영한 젤렌스키 대통령 가족 사진. [올레나 젤렌스카 인스타 캡처]

그는 "저는 거리, TV, 인터넷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을 보고 있습니다. 그게 아세요? 여러분은 정말 대단합니다"라고 했다. 이어 "여러분과 같은 나라에 사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두려워하거나 울지 않고, 우크라이나 국민과 함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5일 소셜미디어 영상 연설에서 "러시아의 사보타주(전복) 단체는 나를 1순위, 우리 가족을 2순위 목표로 삼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그는 러시아의 침공 위기가 고조되던 지난달 14일 "우리 가족은 항상 나와 함께 있고, 우크라이나와도 항상 함께 있다"고 공언했는데, 이 말이 지켜지고 있는 것이다.

부부는 같은 달 15일 "우린 함께 우크라이나에 있다"며 함께 찍은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했고, 다음 날엔 젤렌스키 대통령이 선포한 '단결의 날'을 기리기 위해 국기 색상 옷을 입고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부부가 지난달 15일 우크라이나에 함께 있다며 공개한 영상. [올레나 젤렌스카 인스타 캡처]

젤렌스키 대통령 부부가 지난달 15일 우크라이나에 함께 있다며 공개한 영상. [올레나 젤렌스카 인스타 캡처]

올레나 여사가 25일 인스타에 올린 항전 독려 글. [올레나 젤렌스카 인스타 캡처]

올레나 여사가 25일 인스타에 올린 항전 독려 글. [올레나 젤렌스카 인스타 캡처]

미국 정부의 해외 대피 지원을 거절하고, 국민들의 항전을 독려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리더십이 우크라이나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하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이끌어 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올레나 여사는 27일엔 인스타에 지하철역 대피소에서 태어난 아기의 사진을 올리며 국민들에게 항전을 독려했다. 러시아의 공습을 피해 키예프 지하철역으로 대피한 한 여성이 이곳에서 아기를 낳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올레나 여사는 27일 인스타에 지하철역에서 태어난 아기 사진과 항전 독려 글을 올렸다.[올레나 젤렌스카 인스타 캡처]

올레나 여사는 27일 인스타에 지하철역에서 태어난 아기 사진과 항전 독려 글을 올렸다.[올레나 젤렌스카 인스타 캡처]

올레나 여사는 "이것(출산)은 원래 평화로운 하늘 아래서 일어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전쟁에도 불구하고 의사들과 산모를 보살피는 이들이 그곳에 있었다는 것"이라고 썼다. 이어 "우리는 대피소에서도 각자 할 일을 하고, 서로를 돌보며 모두 군인이 됐다. 집을 지키고 외로운 이웃을 돕기 위해 뭉치자. 군인과 희생자들을 위해 헌혈하고, 적군의 차량 움직임을 (당국에) 알리자"고 독려했다.

그러면서 "대피소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스스로를 지켜온 평화로운 나라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희망의 메시지도 전했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남편 정치 입문 반대    

젤렌스키 대통령 부부. [올레나 젤렌스카 인스타 캡처]

젤렌스키 대통령 부부. [올레나 젤렌스카 인스타 캡처]

젤렌스키와 올레나는 1978년 우크라이나(당시 우크라이나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의 크리프이 리에서 태어났다. 두 사람은 같은 해, 같은 마을에서 태어났고 어울리는 친구들도 비슷했지만,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서로를 만나지 못했다고 데일리메일 등은 전했다.

올레나는 건축과 글쓰기를 공부하던 대학생 시절, 법학도이자 신인 코미디언인 젤렌스키를 알게 됐지만 두 사람은 연인 사이는 아니였다. 그러던 중 올레나가  젤렌스키가 코미디언으로 활동하며 설립한 제작사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일하게 되면서 두 사람은 연인으로 발전, 수년간의 열애 끝에 2003년 결혼했다.

올레나는 2019년 젤렌스키의 대통령 당선 후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남편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고 했을 때 적극적으로 반대했었다"며 "너무 어려운 길이고, 난 무대 뒤에 있는 걸 선호하는 성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외 순방 땐 우크라 국민이 만든 옷 입어  

이런 성향 때문에 젤렌스키가 2015년 연출하고 열연한 정치 풍자 코미디 드라마 '국민의 종(Servant of the People)' 등을 통해 유명해졌을 때도 올레나는 미디어 노출을 꺼렸다. 드라마 속에서 역사 교사 출신 대통령으로 인기를 얻은 젤렌스키는 실제로 2019년 대선에서 지지율 70% 이상으로 압승했다.

우크라이나 영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 [올레나 젤렌스카 인스타 캡처]

우크라이나 영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 [올레나 젤렌스카 인스타 캡처]

그러나 영부인이 된 후 올레나는 학교 급식 전면 개편, 양성 평등과 전 세계 주요 박물관에 우크라이나어 오디오 가이드 배포 등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는 또 해외 순방에선 우크라이나인들이 만든 옷을 선택해 입어 왔다고 피플지는 전했다. 그 이유에 대해 올레나는 "해외에 나가면 '이 옷의 디자이너는 누구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는데, 그때 우크라이나 디자이너들을 알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취임 초기 정치 신인으로 자질을 의심받았지만, 러시아 침공 이후 "영토를 지키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국민을 이끌어 지도력을 재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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