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격계 뒤집은 '중3 명사수' 놀라운 정체…국민아역 박민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왼) 아역배우 출신 사격선수 박민하와 아빠 박찬민 전 SBS 아나운서. 분홍색으로 커스텀한 소총을 든 박민하가 사대에서 10.9점을 쏘자, 박찬민 아나운서는 ‘아빠 미소’를 지으면서 바라봤다. [장진영 기자] (오) 아역배우 시절 박민하. [사진 박찬민]

(왼) 아역배우 출신 사격선수 박민하와 아빠 박찬민 전 SBS 아나운서. 분홍색으로 커스텀한 소총을 든 박민하가 사대에서 10.9점을 쏘자, 박찬민 아나운서는 ‘아빠 미소’를 지으면서 바라봤다. [장진영 기자] (오) 아역배우 시절 박민하. [사진 박찬민]

 요즘 국내 사격계가 박민하(15·금정중 3학년)를 주목하고 있다. 2020년 충무기 전국중·고등학생 사격 대회 10m 공기소총에서 대회 신기록인 621.4점을 쏴 깜짝 우승했다. 작년 충무기 은메달(623.4점)도 차지했다. 대한사격연맹 관계자는 “10m 공기소총 성인 국가대표가 626~629점 정도를 쏘는데, 중학생이 620점대를 쏘는 건 재능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더 놀라운 건 ‘명사수’ 박민하가 ‘국민 아역배우’ 출신이라는 점이다. 박민하는 네 살이던 2010년 예능프로그램 ‘붕어빵’에서 귀엽게 “핫팅”을 외쳐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13년 영화 ‘감기’에서 수애의 딸, 2017년 영화 ‘공조’에서 유해진의 딸로 출연했다.

박민하 아빠는 박찬민(48) 전 SBS 아나운서다. 2002년부터 오랫동안 로또 추첨 방송을 맡아 ‘행운을 드리는 남자’라 불렸다. 박찬민-민하 부녀를 최근 강남사격장에서 만났다. 분홍색으로 커스텀한 소총을 든 박민하가 사대에서 10.9점을 쏘자, 박찬민 아나운서는 ‘아빠 미소’를 지으면서 바라봤다.

어떻게 총을 잡게 된건가.

박찬민(이하 찬민): “제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 사격 캐스터를 맡았는데, 당시 해설위원이 ‘아이들 집중력에 좋고 연기와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며 사격을 권유했어요. 이듬해 4월에 서울 목동사격장에 초등학교 6학년이던 민하를 데려갔죠. 4남매 중 첫째와 둘째가 테니스를 해서 민하는 운동을 안 시키려 했거든요. 남상현 코치를 만나 딱 보름만 연습하고 문체부장관기 전국학생사격대회에 나갔는데 대회 신기록을 쏘며 2위를 했어요.”
박민하(이하 민하): “처음에는 사격을 잘 몰랐어요. ‘영화에서 보던 스나이퍼인가’, ‘날아오는 표적을 쏘는 클레이 사격인가’라고 생각했어요. 누워서 쏘는 줄 알았는데, 10m 공기소총은 서서 쏴(입사)였어요. 신기록도 세우고 우승하니 승부욕도 생기고 점점 빠져 들었어요.”

10m 공기소총은 샤프심 굵기인 0.5㎜ 표적을 조준하는 종목이다. 대회에서 620점대를 쐈는데.  

민하: “본선에서 모두 60발을 쏘거든요. 60발 전부를 만점(10.9점)에 꽂으면 654점이에요. 620점을 넘겼다는 건 평균 10.3점 이상을 쏜 거에요.”
찬민: “민하가 중1이던 2020년 충무기에서 대회 신기록(621.4점)을 쐈어요. 코로나19로 오랜 만에 열린 대회라서 중등부 선수들이 거의 다 출전했거든요. 중3까지 다 포함해 민하 혼자 620점을 넘겼어요.”

권총이 아닌 소총을 택한 이유는.

찬민: “제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2년 런던올림픽 때도 사격 캐스터를 맡았어요. 사격은 남자들의 로망이잖아요. 김장미 선수가 25m 권총을 쏘는데 멋있더라고요. 근데 권총은 상체가 좋아야 할 것 같았어요. 민하가 소총을 더 잘 쏘기도 했고요.”
민하: “권총은 총만 갖고 다니면 되는데, 소총은 사격복 등 챙겨야 할 게 많아요. 그래도 소총으로 조준하고 잘 지켜서 정중앙에 맞으면 정말 재미있어요. 최대한 무념무상으로 과감하게 격발해요. 며칠 전에 촬영차 진종오 선수를 만나 권총을 쏴봤거든요. 처음에 잘 안 맞았는데, 진종오 삼촌이 좀 더 아래쪽을 조준하라고 조언해줬는데 10점을 쐈어요.”

사격대회에서 입상한 박민하. [사진 박민하 인스타그램]

사격대회에서 입상한 박민하. [사진 박민하 인스타그램]

진종오는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4개를 딴 ‘사격 황제’인데.

민하: “사격 레전드를 만나 총을 쏘니 신기하고 재미 있었어요. 진종오 선수를 연기자에 비유 하면요? 음... 이병헌 선배님 급이죠. 어떤 배역을 맡아도 그 역할을 잘 소화해서 멋있어요. 다양한 연기를 다른 느낌으로 하는데, 저도 그렇게 하고 싶어요.”

명사수 딸 박민하와 행운 아나운서 박찬민. 장진영 기자

명사수 딸 박민하와 행운 아나운서 박찬민. 장진영 기자

아역 배우 시절에 인기는 어느 정도였나.

찬민: “2010년 가을쯤 예능 ‘붕어빵’에 출연했고 이듬해 ‘불굴의 며느리’를 통해 드라마에 데뷔했어요. 영화 ‘감기’를 통해 얼굴이 더 알려졌죠. 당시 불고기 소스, 에어컨, 비타민, 표백제, 출판사 광고를 찍었어요. 전기안전공사 홍보대사도 맡고, 프로야구 LG 시구도 했었죠.”
민하: “제가 6살 남동생이 있거든요. 그 땐 잘 몰랐는데 지금 보니 잘했더라고요. 참, 코로나19가 터지고 영화 ‘감기’가 역주행해서 외국에서도 넷플릭스 최상위권에 올랐어요. 학교 친구들이 보여줘 뿌듯하면서도, 실제로 영화처럼 사람들이 바이러스 때문에 고통을 겪는 일이 발생해 안타까웠어요.”

영화 감기에서 수애 딸로 출연했던 박민하. [중앙포토]

영화 감기에서 수애 딸로 출연했던 박민하. [중앙포토]

2013년 5월 잠실구장에서 시구하는 박민하.[중앙포토]

2013년 5월 잠실구장에서 시구하는 박민하.[중앙포토]

-유해진 딸로 나왔던 영화 ‘공조(781만 관객 동원)’의 후속작에 출연한다고.

민하: “작년에 ‘공조2:인터내셔날’ 촬영을 마쳤고 올해 개봉 예정이에요. 제가 첫 사격 대회를 치른 뒤 유해진 삼촌한테 먼저 축하 문자가 왔어요. 작년에도 촬영장에서 삼촌이 ‘다음 대회에 더 잘해’라며 기를 팍팍 주셨어요. 현빈 삼촌도 잘하라고 제 손을 잡아줬어요. 참, 아빠가 영화 촬영장에 커피차를 보내줘 큰 힘이 됐어요(웃음).”

-사격과 연기와 병행하는데 어려움은 없나.
민하: “작년에 지방에서 촬영하고 다음날 대회에 나간 적이 있어요. 성적이 좋지 않았어요.(작년 5개 대회 성적은 2, 5, 6, 7, 76위)”
찬민: “민하를 격려해 주시는 분들이 많지만, ‘연예인이 사격을 해? 쟤한테는 지지 말아야지’ 같은 시선도 있어요. 민하는 스케줄이 없으면 거의 매일 사격장에 나와 밤까지 훈련해요. 그 와중에 본인이 유튜브를 편집해 영상도 올려요. 부지런해요.”

박민하는 사남매 중 셋째 딸이다. [사진 박찬민]

박민하는 사남매 중 셋째 딸이다. [사진 박찬민]

얼마 전에 ‘경기도 회장배’에서 우승했다. 예능 촬영으로 카메라가 많았는데도 집중력을 발휘했는데.

찬민: “마침 우승하는 걸 방송에 담았어요. 민하가 카메라 체질인가.”
민하: “어릴적부터 연기를 해서 그런지 카메라가 부담되거나 그러지는 않아요. 사실 아빠가 칭찬에 인색한 편이거든요. 아빠한테 칭찬을 들으면 정말 잘하는 거에요. 제가 우승하면 정말 신나하세요.”

사격과 연기를 계속 병행할 계획인가.

민하: “네. 사격에서 목표는 내년 창원에서 예정된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출전이에요. 메이저 대회 등을 통해 상위 3위 안에 들어야 하는데, 만 20세까지 출전이라 쉽지 않겠지만 최선을 다해 보려고요. 외국에서 경찰, 변호사가 올림픽에 나간 적은 있지만, 배우가 출전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배우 겸 사격 선수 최초로 2028년 LA올림픽에 나가는 게 꿈이에요.”
찬민: 영화 ‘감기’ 개봉 후 뉴욕타임스에서 ‘사라 베르나르(유명 여배우)를 연상시킨다. 15년 후 박민하가 태평양 양쪽 나라를 점령할 것 같다’고 극찬했거든요. 민하야, 아직 15년 안 지났지?(웃음). 제가 SBS에서 20년을 근무하다가 작년에 프리 선언을 했어요. 만약에 민하가 올림픽에 출전하고 제가 중계한다면 영화 같지 않을까요. 제가 역대 최고 407억원이 당첨된 로또방송도 진행해봤어요. ‘행운을 드리는 남자’의 행운이 딸에게 전해졌으면 좋겠어요.”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