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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군에 '군복지원'하며 "인도적 지원"이라는 韓정부,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 한국 정부가 군복 등 군용품 지원 방침도 밝혔다. ‘미국의 러시아 때리기’에 머뭇거리던 정부가 국제사회의 강경 대응에 맞춰 늦게나마 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부는 28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전략물자에 대한 대러 수출 통제 방침 등을 발표했다. 이 자료엔 수출 통제 조치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물품 지원’ 항목도 일부 포함됐는데, 특히 군복·장구류를 지원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나토 통해 우크라에 군복 지원”

28일 외교부가 발표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 계획에 따르면 군용품인 '군복'이 지원 품목에 포함됐다. 사진은 지난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 [뉴스1]

28일 외교부가 발표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 계획에 따르면 군용품인 '군복'이 지원 품목에 포함됐다. 사진은 지난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 [뉴스1]

‘NATO 차원: 물품 지원(군복·장구류)’ 이라고 짧게 각주로만 표시됐지만, 군용품에 해당하는 군복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점은 상징적 의미가 있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책임있는 조치를 다하겠다는 입장에 따라 군복과 장구류 역시 지원 품목에 포함됐다”며 “해당 물품에 대한 직접 전달이 어려운 만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통해 우크라이나 군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군용품 보내며 “인도적 지원” 왜?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군에 지원할 예정인 군복은 군용품에 해당하고, 군용품을 보내는 것은 ‘군사적 지원’에 나선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이와 관련, 지난 23일 청와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에 대한 질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조치가 무엇일지 검토하고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군사적 지원이나 파병은 우리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는데, 노선 변경으로 볼 만한 지원 계획이 발표된 셈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정부는 이를 군사적 지원으로 분류하는 건 부담스러워하는 모양새다.

실제 외교부는 군복 지원 계획을 밝히면서도 이를 ‘인도적 지원’의 범주에 넣어 발표했다. 이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이 같은 움직임이 한·러 관계에 미칠 악영향 모두를 고려한 딜레마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에 전달할 군복은 당초 지난해 아프간 사태 당시 군사적 지원 목적으로 마련해 놓은 물량이다. 하지만 미국의 아프간 철군 결정으로 군복 지원 계획을 철회했고, 당시 비축해 놓은 군복을 이번에 우크라이나 군에 지원한다는 것이다.

제재도, 군사 지원도 '비공식' 고수 

지난 26일 우크라이나 루간스크 지역 도로변에서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고 파괴된 러시아군 탱크. [AFP=연합뉴스]

지난 26일 우크라이나 루간스크 지역 도로변에서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고 파괴된 러시아군 탱크. [AFP=연합뉴스]

앞서 한국 정부는 대러 제재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입장을 취했다.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에 동참한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정작 ‘독자 제재’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모순된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이는 한·러 관계 등을 감안해 표면적으론 독자 제재에 선을 긋되, 대외무역법 등을 근거로 실질적으로는 미국 등의 경제 제재 조치를 자체적으로 준수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이와 마찬가지로 군사적 지원 역시 명시적으로 이를 공표하진 않지만, 인도적 지원을 위한 물품 전달의 틀 안에서 각종 군용품을 제공하는 ‘간접적 군사지원’ 방식을 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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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침공에 맞선 우크라이나의 항전이 장기화하면 한국의 군사적 지원 범위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독일의 경우 당초 우크라이나에 야전병원과 방탄헬멧 등 군용품을 지원하면서도 살상무기 지원은 배제했지만, 우크라이나의 격렬한 저항으로 러시아군을 예상보다 효과적으로 저지하자 최근 스팅어 대공미사일 등 무기 지원으로 군사적 지원의 범위를 넓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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