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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UEFA "무기한 퇴출" vs 러시아 "CAS 제소"

중앙일보

입력

독일 분데스리가2 함부르크와 베르더브레멘의 경기에 앞서 '전쟁을 멈추라'는 내용의 배너를 펼쳐 든 양 팀 선수들. [로이터=연합뉴스]

독일 분데스리가2 함부르크와 베르더브레멘의 경기에 앞서 '전쟁을 멈추라'는 내용의 배너를 펼쳐 든 양 팀 선수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해 전세계의 비난을 받는 러시아가 카타르월드컵에서 퇴출됐다. 유럽 챔피언스리그·유로파리그 등 클럽대항전에서도 러시아 팀들을 볼 수 없게 된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유럽축구연맹(UEFA)은 1일 공동 선언문을 발표하고 “추가적인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러시아 국가대표팀과 클럽팀의 FIFA 및 UEFA 주관 국제대회 출전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농구월드컵 유럽예선에 참가한 폴란드와 에스토니아 선수들이 경기에 앞서 한 마음으로 전쟁 반대 의지를 드러냈다. [EPA=연합뉴스]

농구월드컵 유럽예선에 참가한 폴란드와 에스토니아 선수들이 경기에 앞서 한 마음으로 전쟁 반대 의지를 드러냈다. [EPA=연합뉴스]

이는 하루 전인 지난달 28일 국제대회에서 러시아의 국가명과 국기, 국가 등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한 제재조치를 한층 강화한 결정이다. 당시 FIFA는 “러시아 선수들은 향후 국제대회에서 러시아축구협회(RFU) 소속으로 출전해야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FIFA가 결정을 하루 만에 뒤집은 이유는 ‘러시아 국가명 사용 금지’ 조치에 대해 전 세계 축구계가 ‘봐주기식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일제히 비난했기 때문이다. 폴란드·스웨덴·체코 등 러시아와 카타르월드컵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를 치를 예정이던 나라들이 “러시아와 경기를 보이콧하겠다”고 버틴 것도 FIFA에게 부담이 됐다.

FIFA는 ‘국제대회 러시아 퇴출’이라는 강경 조치로 급선회한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의 피해를 입은 모든 이들에게 강력한 연대 의지를 표명하고자 한다”면서 “축구가 세계 평화에 기여하길 바란다”는 입장문을 냈다.

미국 메이저리그 축구(MLS) 시애틀 사운더스 팬이 내쉬빌과 홈 경기 당일 전쟁을 반대하는 배너를 들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메이저리그 축구(MLS) 시애틀 사운더스 팬이 내쉬빌과 홈 경기 당일 전쟁을 반대하는 배너를 들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FIFA의 새로운 결정에 따라 러시아는 오는 24일 열리는 카타르월드컵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당초 러시아는 폴란드와 플레이오프를 치른 뒤 여기서 이기면 스웨덴-체코전 승자와 한 차례 더 맞붙어 월드컵 본선 진출권에 도전할 예정이었다.

러시아 징계는 ‘전쟁’이 도화선이 됐다는 점에서 1990년대 초반 내전으로 국제대회 출전 자격을 잃은 유고슬라비아 연방의 사례와 비슷하다. 당시 유고 연방은 유로1992 본선 진출권을 확보한 상태였지만, UEFA가 내전을 이유로 출전권을 박탈했다. 이후 FIFA도 제재에 동참해 1994 미국월드컵에 나서지 못하게 했다. 이후 유고 연방은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북마케도니아, 몬테네그로, 코소보 등 여러 나라로 쪼개졌다.

폴란드의 스키점프 영웅 카밀 스토흐가 '전쟁을 멈추고 스포츠로 경쟁하자'고 직접 쓴 스키 플레이트를 들어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폴란드의 스키점프 영웅 카밀 스토흐가 '전쟁을 멈추고 스포츠로 경쟁하자'고 직접 쓴 스키 플레이트를 들어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FIFA와 UEFA가 정치적인 이유로 국제대회 출전 자격을 박탈한 것과 관련해 러시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러시아축구협회는 FIFA의 결정이 내려진 직후 성명을 내고 “러시아 소속 모든 축구팀을 국제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한 FIFA와 UEFA의 결정에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이번 결정은 스포츠 정신에 어긋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P 통신은 “러시아가 반발하고 있지만, FIFA에겐 28년 전 유고의 선례가 있다”면서 “FIFA는 1964년과 1976년에 ‘인종 차별 정책을 고수한다’는 이유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국제대회 출전을 막은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아탈란타와 삼프도리아의 경기 당일 관중석에 등장한 전쟁 반대 플래카드. [EPA=연합뉴스]

이탈리아 프로축구 아탈란타와 삼프도리아의 경기 당일 관중석에 등장한 전쟁 반대 플래카드. [EPA=연합뉴스]

UEFA 또한 동일한 내용의 제재조치를 즉각 적용한다. 앞서 유로파리그 16강에 오른 러시아 클럽 스파르타크 모스크바를 실격 처리하고, 오는 7월 잉글랜드에서 열리는 UEFA 여자선수권대회에도 러시아의 출전을 금지한다. 아울러 러시아 석유·천연가스 기업 가즈프롬과 맺은 연간 4000만 유로(540억원) 규모의 스폰서십 계약도 중단하기로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러시아 패싱’에 동참했다. 지난달 28일 집행위원회를 열고 산하 국제경기연맹(IF)과 각종 국제대회 주최측에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단 및 임원을 배제하라. 사정상 불가능할 경우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국가명을 사용하지 말라”는 내용의 권고문을 보내기로 했다. 이미 올림픽 무대에서 조직적 도핑을 이유로 러시아 국가명 사용을 금지한 IOC가 ‘선수단 참가 금지’로 제재 수위를 한 단계 높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IOC는 “국제대회 참가 선수 모두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홈구장 완다 메트로폴리타노 외벽에 등장한 전쟁 반대 네온 사인. [AFP=연합뉴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홈구장 완다 메트로폴리타노 외벽에 등장한 전쟁 반대 네온 사인.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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