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급감한 '꿀벌'…그들 사라지면 인간 '조용한 종말' 맞는다

중앙일보

입력 2022.03.01 09:00

업데이트 2022.03.01 10:57

토종벌 벌집 모습. [사진 댄스위드비]

토종벌 벌집 모습. [사진 댄스위드비]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벌이 살지 않는 곳에서는 인간이 살 수 없습니다.”
꿀벌이 사라지면 ‘조용한 종말’이 찾아온다는 게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의 설명이다. 꿀벌을 통해 수분(꽃가루받이)을 하던 꽃과 나무들이 꽃을 피우거나 열매를 맺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UN FAO)에 따르면 인간이 먹기 위해 기르는 작물 종의 약 75%가 꿀벌이나 나비와 같은 화분 매개 동물의 수분에 의존한다. 전 세계 작물 생산량의 약 35%가 꿀벌 등에 의존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08년 국제 환경 단체 ‘어스워치’는 꿀벌을 지구 상에서 ‘대체 불가능한 생물’로 꼽기도 했다.

위협 받는 ‘대체 불가능 생물’

그런 꿀벌이 우리나라에서 점차 줄고 있다. 특히 동양 꿀벌인 토종벌(학명 Apis cerana)은 현재 멸종 위기에 가까운 상태라고 한다. 2009년도부터 유행한 전염병 ‘낭충봉아부패병’(부패병)으로 개체 수가 급감하면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토종벌 사육 군수는 2009년 38만 3418마리에서 2020년 9만 8076마리로 74.4% 급감했다. 토종벌 사육 농가 수도 같은 기간 1만 7368곳에서 3349곳으로 줄었다.

‘댄스위드비’는 정부와 학계, 스타트업이 손을 맞잡고 진행해 온 토종벌 구하기 프로젝트다. 토종벌을 구하면 국내 생태계를 보존하고 전체 꿀벌 종의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토종벌은 서양벌보다 몸집이 작아 국내 야생식물 등의 수분을 주로 맡고 있고, 또 서양벌보다 부패병엔 취약하지만 꿀벌진드기나 부저병 등 다른 전염병에 저항성이 높아 생물학적 중요성이 크다.

프로젝트는 2018년 문정훈 서울대 교수, 이승환 서울대 응용생물학 교수, 윤병수 경기대 생명과학 교수 등 연구진이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 연구 과제로 토종꿀 성분 연구를 맡은 것에서 시작됐다. 연구 도중 토종벌 문제를 알릴 방안을 궁리하던 연구진은 토종꿀을 상품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다가 2020년, 온라인 커머스 스타트업 ‘프롬’과의 협업으로 본격적인 제품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토종꿀은 토종벌 살아 있다는 신호”

토종벌 구하기 프로젝트 '댄스위드비'를 이끄는 윤성영 온라인 커머스 스타트업 프롬 공동대표. 이병준 기자

토종벌 구하기 프로젝트 '댄스위드비'를 이끄는 윤성영 온라인 커머스 스타트업 프롬 공동대표. 이병준 기자

윤성영(51) 댄스위드비 대표는 “토종꿀은 토종벌이 살아 있다는 신호”라며 “수요가 있으면 공급을 하는 토종벌과 농가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토종벌을 키우는 농가가 (국내에) 몇 없다. 돈벌이가 안 되고, 안정적으로 (토종꿀을) 수급해주는 곳도 없으니까 그렇다”며 “토종꿀이 돈이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댄스위드비는 토종벌이 만든 꿀이 서양벌이 만든 꿀과 다른 맛과 향을 낸다는 것에 주목했다. 서양벌은 한 종류의 꽃에서만 꿀을 모으는 반면, 토종벌은 한 지역에 머물며 다양한 종류의 꽃의 꿀을 모으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마가목과 찰피나무 등이 많은 강원 평창 사자산에서 난 토종꿀은 꽃향기와 산미가 강하고, 층층나무·두릅나무 등이 많은 충북 괴산 청천면에서 난 꿀은 한약 같은 향이 나는 식이다. 다만 토종벌 농가가 전국에 많지 않고, 토종꿀은 1년에 한 번만 수확이 가능한 만큼 댄스위드비는 토종꿀을 소량 생산해 고급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댄스위드비 토종꿀 제품. [사진 댄스위드비]

댄스위드비 토종꿀 제품. [사진 댄스위드비]

현재 댄스위드비는 경기, 강원, 충청 지방의 토종벌 농가 15곳으로부터 토종꿀을 공급받아 판매하고 있다. 판매되는 제품은 모두 단백질 검사와 PCR 증폭 유전자 검사, 벌꿀 일반 검사 등을 거친다. 실제로 토종벌이 가져온 건지, 인위적으로 설탕을 먹여 만든 꿀인지 확인하는 절차다. 값이 다소 비싸지만 지난해 초 처음 출시한 제품은 18시간 만에 100개 세트가 완판됐고, 최근 미슐랭 가이드에 오른 서울 청담동 레스토랑 ‘권숙수’나 인사동 식당 ‘꽃, 밥에 피다’에서 토종꿀을 이용한 한정 메뉴를 내는 등 협업도 한창이다. 댄스위드비는 밀원지(꿀벌이 꿀을 빠는 식물이 분포하는 지역)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윤 대표는 “우리가 만들고 싶은 건 일종의 커뮤니티(공동체)”라며 “환경 보호라는 가치를 위해 교수나 셰프, 기업인 등이 연대해 하나의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려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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