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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무산에도···대선 막판 최대 변수는 ‘안철수 효과’다, 왜

중앙일보

입력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28일 오전 전북 고창군 전통시장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28일 오전 전북 고창군 전통시장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야권 단일화가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다. 그동안 대선의 최대 변수로 꼽히던 ‘단일화 카드’가 사라지는 양상이지만, 정치권에선 여전히 ‘안철수 효과’는 대선 막판의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① 진영 결집 촉발하는 메기효과?

대선이 목전에 다가오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후보 지지층은 결집하고 있다. KBS-한국리서치 조사를 기준으로 봤을 때 공식 선거운동 개시 전인 지난 7~9일 조사 때 진보층의 63.5%가 이재명 후보를, 보수층의 68%가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었다. 그러다 지난 24~26일 조사에선 진보층의 70.4%, 보수층의 73.4%가 각각 이 후보와 윤 후보 지지로 나타났다. 진보(6.9%포인트 상승)와 보수(5.4%포인트 상승)에서 각각 양강 후보로 쏠림 현상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런 상황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이 결렬된 게 어느 방향으로 영향을 끼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물밑 협상 내용과 윤 후보가 안 후보에게 직접 보낸 휴대전화 메시지까지 공개한 윤 후보 측에선 “안 후보에게 협상 결렬 책임론이 일면서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데 큰 효과가 있을 것”(윤 후보 캠프 관계자)이란 기대가 나온다. 단일화 실패 위기가 지지층 결집의 촉매가 되고 결국엔 ‘사표(死票) 방지’ 심리가 작동될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이 후보 측에선 “앞으로 단일화 효과는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상호 민주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28일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석열) 후보가 직접 나서서 단일화 결렬의 책임이 안철수 후보에게 있다고 선언하는 모습은 대단히 부적절했다”며 “이제는 단일화가 극적으로 합의되도 큰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 후보는 안 후보에게 직접 보낸 휴대전화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 후보는 안 후보에게 직접 보낸 휴대전화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 의견도 엇갈린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연구위원은 “양 진영이 거의 결집한 상황에서 8~10%로 추정되는 (지지 후보) 미결정층과 안철수 지지층의 향배가 주목된다”며 “대선 프레임 측면에서 정권 교체 찬성 비율이 높은 만큼 윤석열 후보의 뒷심이 발현될 개연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봤다. 반면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은 “지금 남아 있는 안철수 후보 지지층에선 사표 방지 심리라는 게 통하지가 않을 것”이라며 “양 진영 모두 결집한 상황이라 단일화 협상 결렬이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② 다중전선: 李·尹 전선에 더해진 尹·安 전선

윤 후보와 안 후보는 그동안 정권 교체 연합에 가까웠다. 지난 3일 첫 대선 후보 TV 토론 때만 해도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 문제를 놓고 이 후보와 난타전을 벌이던 윤 후보가 “시장이 바보여서 밑의 사람이 조 단위 이익을 해먹고 기소된 거냐, 아니면 시장이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해서 설계를 한 것이냐”고 물으면, 안 후보가 “본질은 1조원에 가까운 이익이 민간에게 간 게 제일 큰 문제”라며 맞장구를 치는 식이었다. 하지만 단일화 협상 분위기가 험악해진 뒤인 지난 25일 토론 때는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파고들던 윤 후보가 “이 후보가 만약에 대통령이 된다면 공직기강 잡는 일이 가능하겠느냐”고 묻자, 안 후보가 “그건 제게 여쭤볼 일이 아닐 것 같다”고 쏘아붙였다.

안 후보는 최근 유세 때 윤 후보에 대한 공세 수위도 높이고 있다. 지난 23일 울산에서 “무슨 주술에 씌인 듯 정권 교체만 되면 다 될 거라 착각하는 분들이 많다”며 “상대방을 떨어트리기 위해 마음에 안 들고 무능한 후보를 뽑아서 그 사람이 당선되면 1년만 지나고 나면 ‘내가 그 사람 뽑은 손가락 자르고 싶다’고 또 그럴 거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이같은 윤·안 후보 사이의 냉기류도 표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8일 대구시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남부수도권 시대, 대구 경북의 재도약, 이재명은 합니다!' 대구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에게 연대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8일 대구시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남부수도권 시대, 대구 경북의 재도약, 이재명은 합니다!' 대구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에게 연대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③ 安의 호남 구애, 누가 손해일까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전국 평균 지지율을 하회한다. 그런 안 후보는 지난 27일부터 이틀 동안 호남을 훑고 있다. 지난 27일 광주 유세에서 “저는 시대정신이 국민통합이라 봤다. 그것이 제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합해서 (2018년 2월) 바른미래당을 만든 이유였다”면서도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광주시민분들, 호남에 계신 분들께 제 진정한 진심을 설득하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게 제 평생의 한”이라고 사과했다. 배우자 김미경씨도 1박 2일 일정을 동행하며 “저는 여수의 딸”이라고 소개하고 “지난 10년 간 정치인 안철수는 많이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가 직접 영입한 최진석 국민의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역시 호남 출신이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은 “안 후보의 호남 구애가 이재명 후보의 표를 침식하기보다는 민주당은 싫지만 윤석열 후보에게 표를 줄까 고민하는 사람들의 표를 가져갈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김미현 소장은 “(2016년 총선 국민의당 호남 돌풍 때와 달리) 호남이 안 후보에게 전략적 선택을 할 상황은 아니다”며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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