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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얘기’는 계속된다, 강연·대담집·시집 수십권 출간 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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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정부세종청사 문화체육관광부 로비에 마련된 분향소. 지난달 26일 별세한 이어령 선생은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냈다. [사진 문체부]

정부세종청사 문화체육관광부 로비에 마련된 분향소. 지난달 26일 별세한 이어령 선생은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냈다. [사진 문체부]

한국 지성사 거인의 지적 사유는 이어진다. 지난달 26일 별세한 이어령 선생 사유의 세계는 기존 저서에 더해 앞으로 나올 새 책으로 이어진다. 고인은 암 진단 이후 병마에 맞서는 투병 대신 친해지는 친병을 자처했던 터. 이미 쓴 원고에 새로운 내용을 보태고 수정하기를 거듭했고, 최근까지도 책 표지를 검토하는 등 출간 작업에 열정을 쏟았다고 한다.

한국인 이야기

한국인 이야기

한국인의 문화적 특징을 해박한 성찰로 풀어간  『한국인 이야기』(사진)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2020년 2월 나온  『한국인 이야기: 너 어디에서 왔니』가 그 첫 책이다. 태명 이야기 등 ‘탄생’을 다뤘다. 두 번째 책은 ‘젓가락’의 문화 유전자가 주제인데, 4월쯤 나온다. 일제강점기에 보낸 유년 시절 이야기, 이세돌 9단과 대결한 인공지능(AI) 알파고 이야기 등도 ‘한국인 이야기’로 엮여 올해 나온다. 이어 천·지·인, 의·식·주를 다루는 여섯 권이 내년쯤 ‘아직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로 나와 모두 10권으로 완성된다. 출판사 파람북 정해종 대표는 “‘너 어디에서 왔니’에서 ‘너 어디로 가니’까지 이어지는 시리즈”라고 전했다.

대담과 강연으로 남긴 사유를 주제별로 풀어내는 대화록, 강연록 시리즈도 준비 중이다. 대화록 시리즈는 올해 1월 첫 책  『메멘토 모리』가 나왔고, 종교에 관한 대화를 담은 두 번째 책  『젊은이는 늙고 늙은이는 죽어요』가 4월쯤 나온다. 출판사 열림원에 따르면 이를 포함해 대화록 20권, 강연록 20권 등 모두 40권이 이어질 예정이다. 김현정 열림원 주간은 “대화록은 생명자본 등 주제별로 정리할 사람을 정해두신 상태”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3월 중순 시집  『헌팅턴 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가 나온다. 2008년 나온 첫 시집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에 이어 ‘시인 이어령’을 만날 수 있는 드문 저서다. 특히 전체 4부로 구성된 시집의 제4부는 모두 딸에 대한 마음을 담은 시편들이다. 2012년 3월 먼저 세상을 떠난 딸 이민아 목사의 10주기에 맞춰 출간을 준비해왔다. ‘네가 간 길을 내가 간다/그곳은 아마도 너도 나도 모르는 영혼의 길일 것이다/그것은 하나님의 것이지 우리의 것이 아니다’라는 서문은 고인이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 김현정 주간에게 전화로 불러줬다고 한다.

한편, 지난달 28일에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의 빈소에는 이문열·조정래·김초혜·김남조 작가, 임옥상 화백, 승효상 건축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김형오 전 국회의장 등의 발길이 이어졌다. 방명록에 ‘마지막 수업(이어령 선생의 인터뷰집의 제목) 학점 안 주시고 어디 가신 건가요’라고 안타까움을 남긴 조문객도 있었다. 입관 예배가 진행되는 동안 조문객이 밀려 줄을 서기도 했다.

고인의 부인인 강인숙 영인문학관장은 입관식이 끝난 뒤 손수건에 얼굴을 묻은 채 흐느꼈고, 입관 예배 내내 몸을 떨 정도로 울었다. 예배 말미, 가족을 대표해 자리에서 일어난 큰아들 이승무 한예종 영상원 교수는 “살가운 아들은 아니었으나, 아버님이 아프셔서 최근엔 새벽에 시간을 많이 보냈다”며 “지성은 외롭고 고독한 작업인데, 아버님은 평생 외롭게 키보드로 지성의 끝을 찾아가셨다”고 회고하며 울먹였다. 이 교수는 “저는 교회를 다니지 않고, 아직 영성을 접하지 못했다”며 “아버님은 한 번도 저에게 교회 말씀한 적은 없고, 오히려 영적 의심에 대해 질문을 많이 하셨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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