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인류 웰빙과 지구 건강에 위협적이다. 기후변화에 적응·완화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미래를 지킬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기회의 창은 아주 빠르게 닫히고 있다.’
전 세계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각국 정부가 승인한 기후변화 보고서에 처음으로 명시된 ‘경고 문구’다. 지구가 더워질수록 경기 침체, 식량난, 조기 사망 등의 문제가 더욱 악화한다는 전망도 담겼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8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6차 평가보고서 제2 실무그룹 보고서 요약본을 공개했다.
2014년 5차 보고서 이후 8년 만에 발표된 이번 IPCC 보고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면밀하고 종합적인 기후변화 분석으로 꼽힌다. 앞서 지난해 8월 나온 6차 보고서 제1 실무그룹 보고서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 시점을 기존 2030~2052년에서 2021~2040년으로 당겼다. 이번에 공개된 제2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생태계·인류·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뤘다. 270명의 각국 전문가가 참여했고, 195개국 정부가 최종 승인했다.
기후변화로 신종 감염병 속출 위험
보고서는 각국 정부가 내놓은 단기적 해결 위주의 대책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줄일 순 있지만 완전히 사라지게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각국이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 계획대로면 전 세계 평균기온은 1.5도를 넘어 2.3~2.7도까지 오를 수 있다.
이러한 피해는 2100년까지 세계 곳곳에서 터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로 인해 인수공통감염병을 비롯한 새로운 동물·인간 질병들이 나타났고, 담수 남세균 같은 독성 물질도 지역별로 증가했다. 21세기 후반에는 갈수록 많은 이가 각종 감염병에 노출될 것으로 추정된다.
식량난은 가중된다. 지구 기온이 2도 오르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남아시아, 중남미 등에 영양실조가 집중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식량 부족에 따른 이주나 폭력 분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생물 다양성도 큰 타격을 입어 2도 상승 시 육상 생태계의 최대 18%가 멸종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인류 생존과 직결된 경제 성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보고서는 농·어·임업, 관광업 등에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는 한편 근로자 생산성 저하, 경기 성장 둔화 등이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봤다. 경제 성장 감소, 정부 재정 부담 추세는 지구가 더워질수록 심각해진다.
보고서는 폭염, 질병, 물 부족 등 127개 주요 위험 요인을 나누어 설명했다. 각 위험 요인이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관측 자료나 논문 등이 얼마나 많으냐에 따라 신뢰도 등급을 구분했다. 저자로 참여한 정태성 국립재난안전연구소 연구관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127개 위험 요인 모두 기후위기로 인해 발생했다는 게 결론”이라고 말했다.
세계 기후변화 취약층 33억~36억 명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기후변화 취약층은 33억~36억 명으로 추산된다. 다만 취약 정도는 지역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선진국과 달리 사회경제적 발전이 느린 지역에선 기후변화 대응 역량을 갖출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취약지는 서부·중앙·동부 아프리카, 남아시아, 중남미, 군소도서 개발도상국 및 북극에 분포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0~2020년 사이 이 지역에서 홍수·가뭄·폭풍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의 수는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15배 높았다.
보고서 저자들은 불평등 해소가 기후위기 대응에 필수적이라고 했다. 제18장 기후탄력적 개발 경로 부문의 주 저자인 아로말 레비 인도 인간정주연구소장은 “기후변화가 진전되면서 경제적으로 뒤처진 사람들의 취약도가 증가하고 있다. 이들의 기후변화 노출을 줄여야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경자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기후변화는 인간에 의해 가속화 됐고, 탄소중립에 힘쓰면 그 피해를 완화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취약층을 먼저 지원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