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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욱 한마디에 들썩이는 여의도…내껀 "사실무근" 네껀 "몸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사건의 재판이 공전하는 사이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49·구속기소) 변호사의 입이 연일 화제다.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54·불구속기소) 회계사가 지난해 9월 검찰에 제출한 ‘대장동 녹취록’ 속 남 변호사의 발언은 물론, 남 변호사가 지난해 10월 18일 미국에서 귀국한 뒤 검찰에서 한 진술 내용이 3·9 대선을 앞두고 조각조각 공개되면서다. 여기엔 대장동 개발 특혜 과정의 ‘윗선’과 민간사업자 측의 정관계 로비 등 남은 의혹과 관련해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이 담겨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녹취록과 진술 조서 내용은 확인해주기 어렵다”며 발을 빼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위 공보단장을 맡은 김은혜 의원이 2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영학 회계사, 남욱 변호사의 녹취록 발언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선대위 공보단장을 맡은 김은혜 의원이 2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영학 회계사, 남욱 변호사의 녹취록 발언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페이스북과 기자회견을 통해 2013년 4월 17일 자 ‘남욱-정영학’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 녹취록에 따르면, 남 변호사는 누군가와 나눈 대화 내용을 정 회계사에게 전한다. 누군가 남 변호사에게 “죽어도 둘이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야지, 이제 평생” “이거는 그날도 내가 명백하게 얘기했지만, 대장동에 관심 없다. 그런데 내가 시장님 설득할 수 있고, 어쨌든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결정할 문제 아니냐, 최종적으로” 등의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다. 남 변호사는 이어 같은 인물이 자신에게 “걱정하지 마라. 시장님도 나한테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이거는 진짜 너하고 나하고만 알아야 된다.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천억만 있으면 되잖아. 그러면 해결돼. 나는 그러면 대장동이든 뭐든 관심 없어. 니가 알아서 해. 그것만 만들어”라고 말했다고 전한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그 ‘누군가’가 유동규(53·구속기소)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장동 비리의 핵심 인물인 남욱은 유동규로부터 이재명 시장과의 은밀한 대화에 대해 전해 들었다”며 “이재명 시장은 유동규를 만나 어떤 그림을 그려줬나. 대장동은 관심 없고 1천억만 필요하다고 말하는 녹취 속 진실은, 대장동의 그림은 이재명이 그렸고 그 몸통은 이재명임을 가리키고 있는 듯하다”고 썼다.

앞뒤 맥락이 생략된 해당 녹취록만 봐서는 남 변호사가 언급하는 ‘천억만 있으면 된다’ ‘대장동은 관심 없다’ 등의 화자가 이 후보인지, 유 전 본부장인지, 또 다른 인물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이보다 하루 앞선 2013년 4월 16일 자 ‘김만배-정영학’ 통화 녹취록엔 김씨가 “동규는 한 천억 정도 남는 구조를 짜고 있어”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뉴스1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뉴스1

이날 일부 언론은 남 변호사가 지난해 11월 검찰에서 남긴 진술을 인용, 화천대유 등 민간사업자 측이 이 후보의 2014년 성남시장 재선 도전 당시 수억대의 선거자금을 건넸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언론은 남 변호사가 검찰 조사 때 ‘김만배(57·구속기소,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씨가 2014년 지방선거 전후 유 전 본부장에게 3억6000만원을 건넸고, 구체적인 용처는 모르지만 시기상으로 이재명 시장의 재선 선거자금으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한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일부 언론이 경악스러운 내용으로 대선에 개입하고 있다. 전형적인 ‘검언유착’ 보도”라며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강병원 당 선대위 수석대변인)라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당이 검찰에 신속·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대장동 로비 의혹과 관련해서도 남 변호사의 진술을 통해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화천대유의 정관계 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50억 약속 클럽’을 위한 돈세탁 창구 역할을 했다는 내용이다. 조 회장은 지난해 7월 김만배씨로부터 30억원을 빌린 뒤 같은 해 8월 갚은 이력도 있다. 당시 한진그룹은 “조 회장이 상속세 납부를 위한 급전이 필요해 지인에게 부탁했고, 지인이 홍선근 머니투데이미디어그룹 회장을 통해 김씨로부터 자금을 빌려 조달했다가 원금과 이자를 모두 상환했다”고 해명한 적이 있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뉴시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뉴시스

남 변호사의 지난해 10월 19일 피의자신문조서에 따르면, 남 변호사는 “제가 (지난해 9월) 미국 출국하기 직전에 김만배로부터 들은 이야기로는 대한항공 조원태 회장에게 돈이 갔고, 그 돈을 조원태가 한 바퀴 돌려서 약속클럽에 준 것이 있고, 약속클럽 중에서 조원태로부터 받을 것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며 “김만배가 한 말이 맞다. 두 번이나 들었다. (…) 그냥 받아간 분도 계시고, 지금 당장 급하지 않아서 기다리는 분도 계신다고 표현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한진그룹은 이날 “최근 보도된 30억원 대여·상환 거래 이외에 조원태 회장과 한진그룹의 어떤 계열사도 대장동 관련 일체의 거래 사실이 없다”며 “조 회장은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일부 언론에서 언급되는 인물들과 일면식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 관련 의혹 보도엔 “일부 언론이 허위사실을 계속 보도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민주당은 조 회장 관련 의혹에 대해선 정반대 입장을 내놨다.

조승래 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대한항공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관련됐거나 주관한 전시회들에 총 7차례나 협찬을 했다. 김만배-대한항공-윤석열-김건희로 연결되는 카르텔이 석연치 않다. 돈이 흘러 들어간 곳에 범인이 있다. 검찰은 수상한 카르텔로 얽힌 돈의 흐름을 철저히 밝혀 화천대유의 진짜 몸통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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