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ATM 1등' 효성TNS 직격탄…현대차 장중 52주 신저가 쇼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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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인터내셔널 우크라이나 곡물터미널 전경. [연합뉴스]

포스코인터내셔널 우크라이나 곡물터미널 전경. [연합뉴스]

#1. 러시아 현지에서 현금자동인출기(ATM)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효성TNS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사업에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면서다. 한국 정부도 28일 SWIFT 제재에 동참한다고 밝힌 상태다.

이 회사는 러시아 은행들로부터 ATM 기기 판매대금과 관리·운영비를 받아왔으나, 스위프트 제재가 시행되면 향후 국내 송금이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효성 관계자는 “일단은 추이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2.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유럽 최대의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 남부 연안에 2019년 250만t(톤) 규모의 곡물터미널을 준공했다. 이곳을 거점으로 유럽연합(EU)과 중동·북아프리카, 아시아 지역에 옥수수·밀 등의 곡물을 판매해왔다.

하지만 최근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측은 “미국의 러시아 제재가 강화되는 등 사업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해 신규 구매나 판매 계약을 잠정 중단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 SWIFT(스위프트).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국제은행간통신협회 SWIFT(스위프트).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현대차 생산공장. [사진 현대자동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현대차 생산공장. [사진 현대자동차]

‘쌍끌이 제재’에 기업 혼란 가중

미국과 EU가 금융·무역 분야에서 ‘쌍끌이’로 대러 제재에 나서면서 교역이 위축되고, 수출에 직간접 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가 외국 기업이 만든 제품에도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적용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기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FDPR은 미국산 기술이나 소프트웨어·장비를 활용해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도 미국산으로 간주해, 러시아에 수출할 때는 미국의 허가를 받도록 한 제도다. 이는 반도체·자동차·가전 등 국내 대표적인 수출 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이슈다.

미국 상무부는 통제리스트(CCL)에 등재되지 않은 일반 소비재는 제대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장 자동차·스마트폰·가전제품 등을 수출하는 데 큰 지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지 생산라인 가동이 문제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연구위원은 “FDPR 제재가 적용되면 러시아 현지에서 (미국의) 수출 금지 품목을 활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타격을 입게 된다”고 설명했다.

‘국산 반도체+러시아 생산’ 하면 제재  

쉽게 말해 국내 기업이 러시아 현지 공장에서 반도체를 수급해 제품을 생산하는데 제동이 걸린다는 얘기다. 현재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LG전자가 현지에서 생산라인을 운영 중이다. 현대차의 러시아법인의 지난해 자동차 생산량은 23만4000대에 달한다. 특정 반도체 부품에 대한 수입이 금지되면 현지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LG전자도 부품 수급과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반도체 칩을 수출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가 생산 중인 일부 반도체에는 미국의 설계 기술이 들어가 있어 수출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전체 반도체 수출 중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0.06%(7400만 달러·855억원)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는 반도체 수출도 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교수)은 “러시아는 홍콩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한국산 반도체 제품을 수입해서 쓰는 경우가 많다”며 “5세대(5G) 네트워크와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업그레이드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 반도체 우회 수출이 막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민현 KIEP 부연구위원은 “FDPR이 적용되는 기술이 정확히 공개되지 않아 기업별로 피해가 다를 수 있고, 수출 규제로 인한 가격 변동에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러-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긴급 수출입업계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러-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긴급 수출입업계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기업들 “정확한 정보와 지침 없어 혼란”

기업들은 이런 상황에서 정확한 정보가 부족하고, 정부 지침이 없어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전략물자관리원에 설치된 수출 통제 대응 전담반인 ‘러시아 데스크’는 지난 26일까지 60건이 넘는 기업 애로사항이 접수됐다. 주로 미국의 제재에 따른 산업별·품목별 대러 수출 지속 가능성에 대한 문의였다.

익명을 원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어떤 기술이 FDPR 제재에 포함되는지 확인되지 않아 현재로써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현대차 주가는 17만5000원으로 마감했다. 하지만 장중 한때 16만8000뭔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1년 새 주가 하락률이 30%에 이른다. 기아도 한때 7만1500원으로 신저가를 기록했다. 기아와 현대차는 지난해 러시아 자동차 시장에서 현지 업체인 라다에 이어 각각 2위, 3위를 기록했다.

조용석 무역협회 현장정책실장은 “구체적인 대상과 범위가 불명확해 반도체 기업 등 수출 기업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정부와 미국 산업안보국(BIS) 간 협의 결과가 나와야 기업이 구체적인 대응 마련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정부가 늑장 대응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연원호 부연구위원은 “국내 기업이 미국의 제재 압력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수동적 입장을 취함에 따라 혼란을 가중한 측면이 있다”며 “이제라도 정부가 미국·유럽·일본 등 국가별 규정안과 대상 범위를 명확하게 해 기업의 불필요한 불안감을 없앨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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