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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한푼 안쓰고 20년1개월 모아야…서울 중산층, 집 살 수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를 찾은 시민이 잠실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뉴스1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를 찾은 시민이 잠실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뉴스1

서울 중산층이 중간 가격대의 집을 사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20년 1개월 동안 모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KB부동산의 월간주택가격동향 시계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의 '연 소득 대비 주택구매가격 비율'(PIR: Price Income Ratio) 은 3분위 소득, 3분위 주택 가격일 때 20년 1개월로 나타났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8년 12월 이후 역대 최고치다.

PIR은 주택가격을 가구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주택가격과 가구소득은 각각 1분위(하위 20%)~5분위(상위 20%)로 분류돼 총 25개의 PIR이 산출된다. PIR은 주로 중위 소득(3분위) 가구가 중간 가격(3분위) 주택을 구매하는 경우를 기준으로 삼는다. 서울의 PIR은 2020년 8월 15.1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5년을 넘어섰고, 지난해 6월 18.5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뒤 오름세를 보이며 12월 20.1로 또 한 번 최고치를 나타냈다.

주택 구매력을 나타내는 또 다른 지표인 주택구입잠재력지수(KB-HOI) 역시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 아파트 주택구입잠재력지수는 3.5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 분기 3.9보다 0.4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이 지표는 중위소득 가구가 자기 돈과 은행 대출을 더해 살 수 있는 집의 비율을 뜻한다. 수치가 낮을수록 중산층의 주택구매 능력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2분기 서울 아파트 주택구입잠재력지수는 22.8이었는데 4년 반 만에 19.3포인트 감소했다. 주택구입 여건이 가장 양호했던 2015년 1분기(48.2)와 비교하면 중산층의 주택 구매력 약화 현상이 확연하다.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중산층 가구가 살 수 있는 집 자체가 줄어드는 것이다. 실제 이달 서울 강남지역(한강 이남 11개 구)과 강북지역(한강 이북 14개 구)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는 15억1210만원, 10억487만원을 기록해 각각 처음으로 15억원과 10억원을 넘어섰다. 서울 전체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2억6891만원이다.

주택 구매력 하락은 집값 고점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대출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까지 맞물리면서 최근 주택 거래가 사실상 멈춘 상태다. 이에 서울에서도 가격 상승 폭이 둔화하거나 내림세로 전환되는 곳이 많아졌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집값이 지나치게 급등하고 대출규제와 금리 인상이 맞물리면서 주택 구매력이 떨어지고, 가격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가 집값의 추세적 하락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시장에 매물이 늘 수 있도록 정책이 나와야 하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등 대선 후보들의 정책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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