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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TK 유세날, 하필 TK 찾은 文…SLBM·아이언돔 줄줄이 읊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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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3ㆍ9 대선을 9일 앞둔 28일 경북 영천 충성대 연병장에서 열린 육군3사관학교 임관식에 참석했다. 지난 15일 공식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 이후 전북 군산조선소 재가동식(24일)에 참석한 데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된 공개 지방일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경북 영천시 육군3사관학교에서 열린 제57기 졸업 및 임관식에서 우등상 수상자에게 우등메달을 목에 걸어주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경북 영천시 육군3사관학교에서 열린 제57기 졸업 및 임관식에서 우등상 수상자에게 우등메달을 목에 걸어주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임관식에서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번영은 튼튼한 안보의 토대 위에서 이룬 것”이라며 “북핵 위기를 대화 국면으로 바꿔내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강한 국방력이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우리 군은 세계 6위의 국방력을 갖추고 ‘국방 개혁 2.0’을 통해 최첨단 과학 기술군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조기경보기, 이지스함, 고성능 레이더를 비롯해 초음속 순항미사일, 고위력 탄도미사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 이번 정부 기간 중 도입된 무기 체계를 구체적으로 나열해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경북 영천에 위치한 충성대에서 열린 육군3사관학교 임관식에 참석했다. 대선을 9일 앞두고 이뤄진 이날 문 대통령의 일정은 K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KTV화면 캡쳐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경북 영천에 위치한 충성대에서 열린 육군3사관학교 임관식에 참석했다. 대선을 9일 앞두고 이뤄진 이날 문 대통령의 일정은 K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KTV화면 캡쳐

특히 올해 들어서만 여덟 차례 반복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 “최근 북한이 연이어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우월한 미사일 역량과 방어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어떠한 위협도 빈틈없이 막아낼 한국형 아이언 돔과 미사일 방어체계도 든든하게 구축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문 대통령 부부의 임관식 참석 일정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KTV 국민방송’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28일 대구시 달서구 두류공원의 2·28 민주운동 기념탑을 방문해 분향하며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가 28일 대구시 달서구 두류공원의 2·28 민주운동 기념탑을 방문해 분향하며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앞서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대구에서 열린 2ㆍ28 대구민주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2ㆍ28 민주 운동은 독재와 불의에 항거한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 운동”이라며 “그 위대한 역사의 첫발을 내디딘 대구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바로 세워주신 유공자들의 숭고한 헌신을 가슴 깊이 새긴다”고 말했다.

공교롭게 문 대통령과 김 총리가 나란히 대구ㆍ경북(TK)을 방문한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포항ㆍ경주ㆍ대구ㆍ구미ㆍ안동ㆍ영주를 잇는 TK 순회 유세를 벌이며 “대구ㆍ경북 출신 첫 민주당 대통령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이 후보의 고향은 경북 안동이다.

세 사람의 동선이 겹치면서 결과적으로 현직 대통령과 총리가 여당 후보와 같은 날 TK를 찾아 메시지를 함께 발신한 모양새가 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8일 오전 경북 포항시청 앞에서 열린 '포항발전 제대로! 새로운 포항을 위해'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경북 영천에서 열린 3사관학교 임관식에 참석한 이날, 이재명 후보는 포항을 비롯한 6개 경북지역 도시를 순회한 유세를 이어갔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8일 오전 경북 포항시청 앞에서 열린 '포항발전 제대로! 새로운 포항을 위해'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경북 영천에서 열린 3사관학교 임관식에 참석한 이날, 이재명 후보는 포항을 비롯한 6개 경북지역 도시를 순회한 유세를 이어갔다. 뉴스1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의 3사관학교 임관식 참석은 매년 1곳의 사관학교 임관식에 참석한다는 원칙에 따라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일정으로 대선이나 후보의 동선과는 무관하다”며 “이번 3사관학교 방문으로 문 대통령이 건군 이래 최초로 임기 중 5개 사관학교 임관식에 모두 참석한 사실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육군 사관학교를 시작으로 2019년과 2020년 해군과 공군 사관학교 임관식에 참석했고, 지난해엔 국군간호사관학교를 찾았다.

그러나 야권에선 공식선거운동 기간에 이어지는 문 대통령의 공개 행보에 대해 “선거 개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4일 문 대통령의 군산 방문 때도 “민주당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와 부산을 방문하자 명백한 선개 개입이라고 비판했다”며 “동일한 행동, 동일한 기준에 따라 문 대통령의 군산 방문도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4일 전북 군산시 현대중공업 군산 조선소에서 열린 군산조선소 재가동 협약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4일 전북 군산시 현대중공업 군산 조선소에서 열린 군산조선소 재가동 협약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특히 문 대통령이 선거운동기간 중 방문한 호남과 경북은 여야의 ‘정치적 심장부’라는 의미를 가진 곳이다. 그런데 최근 여론조사에서 여당의 이재명 후보는 해당 지역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보다 눈에 띄게 낮은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 25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은 호남과 TK에서 각각 73%와 37%의 긍정 평가를 받았다. 반면 이 후보의 지지율은 63%와 24%였다. 전국 기준 문 대통령(43%)과 이 후보(38%)의 지지율 격차인 5%포인트보다 2배 이상 차이가 난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후보측은 최근 TK지역에서의 득표율 목표치를 기존의 20%대에서 문 대통령의 현재 지지율과 유사한 수준인 30% 이상으로 높였다.

역대 대통령들은 대선의 공식선거운동 기간 동안 지역 행사를 최대한 자제해왔다. 1992년 12월 노태우 전 대통령이 부산 동서고가도로 준공식에 참석한 것을 제외하면 대선 공식선거운동 기간 서울 밖으로 나간 적이 거의 없다.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했던 충남 태안을 방문한 정도가 예외로 꼽힌다.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원유 유출 사고로 기름띠가 태안반도 전체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 공식선거운동기간이던 2007년 12월 11일 만리포해수욕장에서 피해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원유 유출 사고로 기름띠가 태안반도 전체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 공식선거운동기간이던 2007년 12월 11일 만리포해수욕장에서 피해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청와대 관계자들도 공식선거운동 개시 무렵만해도 “지방일정을 수행할 경우 지역 주민과의 만남과 지역 현안에 대한 발언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괜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문 대통령의 지방행을 최소화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야당의 ‘선거개입’ 비판 속에서도 호남과 영남을 방문한 것을 비롯해 대선의 핵심 이슈로 부상한 사안에 대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25일엔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회의에서 “원전이 지속 운영되는 향후 60여 년 동안은 원전을 주력 기저전원으로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며 야권의 비판을 받아온 탈(脫)원전 정책을 부정하는 듯한 말을 했다. 문 대통령은 같은날 ‘문재인 케어’를 두고 ‘건강보험 재정만 악화시킨 정책’이라 비판한 야당을 겨냥해 “건보재정 악화니 부실이니 하는 말은 ‘잘 모르고 하는 말’에 지나지 않았다”며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 회의에서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 회의에서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뉴스1

이에 대해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여권의 핵심 인사는 “대통령의 일정은 ‘말년이 없는 정부’라는 기조에 따라 임기말까지 해야할 일을 하는 것일뿐 선거개입과는 무관하다”며 “그리고 선거를 앞두고 정부 정책을 왜곡하는 주장에 대해 청와대가 명백하게 입장을 밝히는 것이 오히려 선거중립을 지키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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