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나흘째로 접어들며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 행렬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한국은 아직 정확한 지원 규모나 방식을 밝히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신속하게 강구하라”고 지시한 뒤 외교부는 오후 곧바로 관련 입장을 냈다. 다만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인도적 지원을 국제사회와의 공조 속에서 더욱 증가시킬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현재로썬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 지원이 아닌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 방식이 유력하며, 관련 협의가 막바지 단계라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상황의 시급성과 긴박함 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보다 확대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인도적 지원 문제에서도 책임 있는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대한 군 진입 명령을 내린지 벌써 1주일이 지났고,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은 이미 구체적 인도적 지원 계획을 내놓은 것에 비하면 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인도적 위기 상황도 급속히 고조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피란민 규모는 이미 37만명을 넘어셨다.
미·영에 일본까지, '인도적 지원' 행렬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침공으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해 5400만 달러(약 650억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인도적) 지원은 어려움에 처한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식량과 물, 피난처를 제공하고 러시아의 공격 속에 흩어진 가족들의 재결합을 돕기 위해 사용될 예정”이라며 “독립적인 인도주의 단체에 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 상황에 등 돌리지 않을 것"
미 CNN 방송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영국 역시 우크라이나에 5300만 달러(약 635억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결정했다. 이는 구호물품 조달, 부상자 치료 등에 쓰일 예정이다.
이는 지난 주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직후 이뤄진 결정이다. 회담에서 존슨 총리는 “영국에 정착한 우크라이나인이라면 그들의 가족을 즉시 데려올 수 있도록 연결해주겠다”며 “영국은 우크라이나의 긴급 상황에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남겼다.
영국은 이미 우크라이나에 약 1억 8600만 달러(2228억원) 상당을 지원했다.
EU 역시 이날 ‘유럽 평화 제도’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각종 군 무기와 의료물자 등 4억5000만 유로(6060억원)를 전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그간 나토에 가입하지 않았던 ‘중립국’ 스위스는 이날 13만 5000명 분량의 식량과 5000여개의 헬멧 등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日 차관 제공에 인도 지원까지
미국 주도의 대러 제재에 적극 동참해온 일본은 인도적 지원에서도 통 큰 결정을 내렸다. NHK 등 일본 매체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27일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1억 달러(약 1200억원)의 차관에 더해 우크라이나인에게 1억 달러의 긴급 인도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韓 인도적 지원 계획 발표 언제쯤?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임을 강조해온 정부의 지원 규모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앞서 제재 문제에 있어서도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동참한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정작 ‘독자 제재’에는 거리를 두는 모순적 태도를 보여왔다.결국 지난 24일 미 상무부에서 밝힌 대러 반도체 수출 금지 조치와 관련해 한국은 해당 규정에서 제외되는 32개 파트너 국가에서 제외됐다.
‘파트너 국가’의 경우 이미 자체적인 대러 수출 통제에 나선 국가들로, 미국이 이들에 대해 면제 조치를 명시한 건 이들이 자국 사법체제에 따라서 알아서 제재를 잘 이행할 것이라는 신뢰의 의미다. 하지만 한국은 이런 예외의 ‘예우’를 받는 32개국 명단에서 빠졌다. 유럽 국가들과 호주·뉴질랜드는 물론 일본 역시 파트너 국가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