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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된 운동화 시대…그 시작 연 스탁엑스의 전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명품 시장이 호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한정판 스니커즈의 인기가 함께 높아지고 있다. '나이키 SB 덩크' '아디다스 이지부스트' 같은 인기 제품은 일반 매장에서 구경할 수조차 없는 것은 물론이고, 발매가의 몇 배에 달하는 가격에 팔린다. 한정판 럭셔리 상품을 온라인 사이트에서 경매하고 있는 영국 소더비 사이트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경매품 역시 스니커즈다. 소더비는 지난해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의 사망 이후 그가 만든 ‘루이비통 x 나이키 에어포스1’ 200족의 경매를 진행하고 있는데, 지난 2월 8일까지 낙찰된 최고 경매가는 35만 달러(약 4억원) 이상이었다.

제시 아인혼 스탁엑스 시니어 이코노미스트 [사진 스탁엑스]

제시 아인혼 스탁엑스 시니어 이코노미스트 [사진 스탁엑스]

이런 희소성 있는 운동화를 거래하는 시장이 바로 리셀(resell) 시장이다. 신었던 헌 운동화를 파는 게 아니다. 사서 박스째 고이 모셨다가, 발매가에 프리미엄을 붙여 판다. 스티커즈 리셀시장은 세계적으로 고속 성장 중이다. 국내 역시 네이버(크림)와 무신사(솔드아웃)가 격전을 벌이는 가운데, 지난해엔 글로벌 플랫폼 ‘스탁엑스’가 상륙하며 성장 동력을 실었다.
2016년 미국에서 시작한 스탁엑스는 전 세계 650만명의 구매자와 100만명의 판매자(2021년 6월 기준)가 사용하는 거대 리셀 플랫폼이다. 스니커즈와 가방·굿즈 등을 거래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사용자들의 거래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월 ‘빅 팩트(Big facts)’란 이름의 트렌드·인사이트 리포트도 발행한다. 이 리포트의 기획·발행을 주도하는 제시 아이혼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지금 리셀 시장에서 눈여겨 봐야 할 것은 무엇인지, 그와 함께 리셀 트렌드를 살펴봤다.

인터뷰 ㅣ 제시 아인혼 #스탁엑스 시니어 이코노미스트

지난해 한국에 진출했다.  

우리는 지난 몇 년 동안 해외 고객들이 보다 쉽게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데 집중했다. 그중 한국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지역 중 하나였으니, 한국 진출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한국 소비자는 패션·음악·뷰티 분야의 문화 허브이자, 아시아 너머까지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트렌드세터라고 생각한다. 또 디지털 기술을 잘 활용해, 한국 시장은 가장 잠재력있는 이커머스 마켓으로 평가하고 있다.

주요 고객은 누구인가.

사용자의 70% 이상이 35세 미만이다. 앱의 경우 25세 이하가 대부분이다. 시간이 갈수록 45세 이상의 고객도 스탁엑스에 강한 관심을 가진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MZ세대가 세컨더리 마켓(2차 시장)의 급성장을 이끌며 이들의 스타일과 취향이 기성세대에까지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MZ세대를 어떻게 사로잡았나.  

차세대 소비자들은 기존의 전통적인 유통업자들이 제공하는 것보다 특별하고 구하기 힘든, 자신의 취향과 가치에 부합하는 물건을 찾는다. 스탁엑스는 이런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을 파트너십을 통해 제공했다. 주로 스포츠부터 음악·패션·아트까지 다양한 문화를 통합한 제품들을 선정해 보여줬는데, 스트리트 웨어와 작업해온 힙합 아티스트와 협업한 뷰티 제품이나 스니커즈 문화와 골프 문화를 클래식하면서도 스트리트 스타일로 풀어낸 '뉴발란스'와 '말본'의 협업 운동화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지금 한국에서 가장 관심이 높은 스니커즈 분야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하고 싶다. 스니커즈 리셀 열풍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스니커즈 리셀의 기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다. 그중 하나는 1985년도에 발매된 ‘나이키 에어조던1’으로 시작되는데,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의 명성 덕분에 발매 즉시 성공을 거뒀다고 알고 있다. 이후 수십 년 동안 핫하고 탐나는 신발을 거래하는 강력한 커뮤니티 형태로 존재하다가, 디지털 시대에 이르러 어엿한 ‘산업'이 됐다. 소셜 미디어의 등장도 큰 영향을 미쳤다. 사진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은 스니커즈 문화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고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확장됐다.

조던11 레트로 쿨 그레이. [사진 스탁엑스]

조던11 레트로 쿨 그레이. [사진 스탁엑스]

나이키 SB 덩크 로우(J-Pack Chicago). 2020년 95달러에 발매된 이 스니커즈는 지금 50만~70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사진 스탁엑스]

나이키 SB 덩크 로우(J-Pack Chicago). 2020년 95달러에 발매된 이 스니커즈는 지금 50만~70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사진 스탁엑스]

지금, 리셀마켓에서 가장 인기 있는 운동화는.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최신품 중 하나는 ‘조던11 레트로 쿨 그레이’(2021년)다. 조던 브랜드는 연휴 기간 앞뒤로 수요가 급증하는 조던11 신제품을 출시하는 전통이 있는데, 이번 출시는 스탁엑스 역사상 가장 큰 규모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에선 로우 스니커즈(발목 높이가 낮은 운동화)의 인기가 높다. 지난해 10월에 발행한 빅 팩트 보고서에서 우리는 한국을 ‘신흥시장 중 하나’로 강조하며 ‘한국 소비자가 로우 스니커즈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데이터를 보면 ‘나이키 덩크 로우’는 글로벌 평균이 2배 가격에, ‘나이키 조던1 로우’는 글로벌 평균의 4배 가격에 거래된 것을 알 수 있다. 이 운동화들은 ‘나이키 덩크 로우 NBA 75주년 기념 시카고’와 ‘조던1 로우 스타피쉬’를 포함해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운동화다.

인기 스니커즈의 경우, 발매가의 몇 배까지 가격이 올라가나.

평가율은 브랜드와 카테고리에 따라 상당히 다르다. 예를 들어 지난해 6월 ‘조던 4s가 100% 상승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같은 기간 ‘에어맥스 1s’의 가치는 50% 상승에 그쳤다. 물론 두 운동화 모두 S&P 500을 포함한 대부분의 주가 지수 상승폭을 초과했다. 브랜드에 대한 공격적인 광고나 특정 이슈가 있으면 가격이 훨씬 더 빨리 오를 수도 있다. 지난 2년 동안 ‘나이키 SB 덩크’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수요가 폭증했는데, 이 영향으로 구형 SB 덩크 모델의 가격 역시 3배 가까이 뛰어 올랐다.

한국에선 ‘스니커테크’란 말이 생길 정도로 스니커즈를 일종의 투자처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거래를 통해 수익을 보는 사용자가 있나.  

오늘날의 소비자는 전통적인 자산 투자에서 나아가 취향·가치에 부합하는 문화 상품에 투자한다. 특히 MZ세대는 일반 소비재와 거래 가능한 자산간의 교차를 주도하면서, 가장 인기 있고 희소성 있는 품목들을 상품화해 나가는 중이다. 최근 빅팩트 보고서에서 우리는 S&P 500을 능가하는 수익률을 제공할 운동화에 대해 분석했는데, 2020년 1월 이후 평균적인 스니커즈의 프리미엄은 90%에 달한다. 사내 감정사의 포트폴리오에 따르면, 조던4의 투자자는 2020년 1월 이후 100%의 투자 수익을, 에어맥스1 투자자는 같은 기간 50%의 수익을 냈다.

화려한 색감과 친환경 컨셉으로 '구하기 힘든 백'이 된 '텔파'. [사진 스탁엑스]

화려한 색감과 친환경 컨셉으로 '구하기 힘든 백'이 된 '텔파'. [사진 스탁엑스]

스니커즈 외에 성장하고 있는 리셀 품목은 무엇인가.

핸드백 분야가 크게 성장했다. 뉴욕 기반의 가방 브랜드 ‘텔파’의 인기가 주도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특이한 현상으로는 그래픽 카드 수요가 급증한 것을 들 수 있는데, 코로나 19로 공급망이 무너지면서 벌어진 현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스니커즈 리셀 시장, 앞으로 계속 성장할까.

그럴 것으로 전망한다. 스니커즈는 패션을 넘어 평소 선망하던 셀러브리티나 롤모델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매개체다. 1980년대의 마이클 조던이나 힙합 가수 배드 버니 같은 인물과의 협업 제품을 통해 그들과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는 거다. 또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순간이나 이벤트를 기념하는 물건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초 미 대통령 취임식 때 우연히 화면에 잡혀 화제가 된 ‘에어조던1 디올’이나, 올림픽 시즌에 맞춰 재출시하는 ‘나이키 에어모어 업템포 올림픽’이 그 예다. 이런 제품의 인기는 스니커즈가 개인의 취향을 넘어 문화적 관심사를 표현하는 도구라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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