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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만명 자원입대, 우크라 결사항전…러시아군 예상 밖 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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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러시아의 침공 나흘째인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수도 키예프를 방어하는 동안 러시아군은 제2 도시 하르키우(러시아명 하리코프)에 진입했다.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주 바실키프 공군기지의 방공호에서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대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주 바실키프 공군기지의 방공호에서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대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남쪽 국경에서 약 32㎞ 떨어진 인구 140만 명의 도시 하르키우 시내에선 양측의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다. 사흘 간의 공세 끝에 밤사이 치열한 로켓포 공격에 이어 오전 러시아군이 방어선을 뚫고 들어왔다. 하르키우 인근 지역에서도 격렬한 전투와 함께 큰 폭발음이 들렸다고 독일 DPA통신은 전했다.

이날 올레 시네후보프 하르키우 주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러시아군의 군용 차량이 하르키우 도심까지 들어왔다”며 “적의 수는 많지 않다. 우크라이나군이 이들을 격퇴하고 있다. 민간인은 대피소를 떠나지 말아 달라”고 전했다. 반면 러시아국방부는 “하르키우에서 우크라이나 대공미사일 연대가 항복했으며, 군인 471명을 생포했다”고 발표했다고 스푸트니크 통신이 전했다. 하르키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소련이 사활을 걸었던 요충지다.

우크라이나 전략통신정보보안국이 27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에서 탱크 한 대가 하르키우 거리에 불에 탄 채 방치돼 있다. [뉴시스=우크라이나 전략통신정보보안국 제공]

우크라이나 전략통신정보보안국이 27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에서 탱크 한 대가 하르키우 거리에 불에 탄 채 방치돼 있다. [뉴시스=우크라이나 전략통신정보보안국 제공]

앞서 러시아군은 이날 새벽 키예프 등 주요 도시에 대한 파상 공세를 재개했다. 오전 2시 30분쯤 키예프 남서쪽 약 30㎞ 지점에 있는 바실키프 공군기지 인근에서 두 차례의 큰 폭발이 목격됐고 기지의 석유 저장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은 키예프 외곽 30㎞ 지점에서 대치하며 교전 중이다. 이날 영국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은 이틀 밤 연속으로 키예프 시내에서 러시아의 비정규군 잔당과 교전을 벌였다”며 “교전 상황은 전날 밤보다 덜 치열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키예프 통행금지령을 28일 오전 8시까지 연장한 상황이다.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주민들이 러시아의 로켓 공격으로 파손된 건물 앞을 지나고 있다. [AP=뉴시스]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주민들이 러시아의 로켓 공격으로 파손된 건물 앞을 지나고 있다. [AP=뉴시스]

러시아군은 국경에 배치했던 병력(약 15만~19만)의 50% 이상을 우크라이나 내로 진입시켰다. 오데사, 미콜라이프, 수미, 체르니히우, 지토미르 등 우크라이나 남‧동부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러시아 정부는 잔혹성으로 악명 높은 러시아 남부 체첸 자치공화국의 군 병력도 우크라이나로 파병했다. AP통신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방어를 약화하기 위해 공군 비행장과 연료 보급시설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군의 선전으로 러시아군이 고전하며 진군이 느려지고 있다고 이날 CNN이 전했다. 미 국방부 당국자는 “러시아가 지난 24시간 동안 승리를 위한 결정적 계기를 만들지 못하면서 특히 북쪽 지역에서 고전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결사적인 저항에 부딪혀 주춤하는 분위기”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도 “러시아는 공중을 장악하고 기계화 전력으로 수도 키예프를 고립시킨다는 계획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 대원들이 25일(현지시간) 병기를 지급받아 탄약을 장전 중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 대원들이 25일(현지시간) 병기를 지급받아 탄약을 장전 중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27일 오전 11시 30분 발표한 전투 상황 보고에 따르면 개전 이후 러시아군은 군인 4300명‧항공기 27대‧헬기 26대‧탱크 102대‧장갑차 등 군사용 차량 706대 이상의 손실을 봤다. 또 국방부는 “키예프 북서쪽의 군사 요충지인 호스토멜 지역에서 체첸 특수부대도 격파했다”고 발표했다. 또 우크라이나 정부는 사망하거나 포로가 된 러시아군의 인적사항을 검색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우크라이나 의용군인 영토방어군(TDF)에는 이미 13만여 명이 자원입대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화염병을 만들어 SNS에 인증샷을 올리는 등 시가전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민간인이 방어하는 검문소 등도 생겨나 이들 중 일부는 산탄총을 들고 있고, 총이 없는 사람들은 여차하면 망치나 칼을 사용하려 한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5일 새벽 연설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 인스타그램 캡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5일 새벽 연설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 인스타그램 캡처

전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에 추진되던 협상은 사실상 결렬됐다. 이날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위해 러시아 대표단이 벨라루스 남동부 호멜에 도착했지만 우크라이나는 응하지 않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폴란드 바르샤바나 터키 이스탄불,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헝가리 부다페스트, 아제르바이잔 바쿠 등 다른 도시에서 협상이 열려야 한다”고 밝혔다.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무기 지원을 서두르고 있다. 영국·네덜란드·체코·프랑스 등에 이어 그간 살상 무기는 지원하지 않겠다던 독일까지 이날 합류했다. 미국은 재블린 미사일을 포함해 대공 시스템‧방탄복 등 3억5000만 달러(약 4216억 원) 규모의 무기를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다윗과 골리앗.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다윗과 골리앗.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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