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주택가 투명페트병 분리배출제 두달…“100곳중 1곳만 지킨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주택가에 투명페트병이 전용 봉투에 분리배출돼있다. 편광현 기자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주택가에 투명페트병이 전용 봉투에 분리배출돼있다. 편광현 기자

“단독주택은 100곳 중에 1곳 정도만 따로 버리는 것 같아요.”
지난 24일 오후 11시 서울시 은평구의 한 단독주택가에서 만난 쓰레기 수거업체 직원 A씨(40대·남)는 이렇게 말했다. 단독주택 지역에서도 투명페트병 분리 배출제가 시행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그는 “아파트가 아닌 곳에선 별도 분리하는 걸 거의 못 봤다. 우리는 수거업체니까 일단 그대로 선별장으로 옮긴다”고 했다.

투명페트병은 옷이나 가방 등을 만드는 고품질 재생원료가 된다. 500ml 투명 페트병 15개로 반팔 티셔츠 1장, 50개 정도면 어깨에 매는 가방을 만들 수 있다. 똑같은 품질의 페트병으로도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2020년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 배출제를 시행한데 이어 1년 뒤인 지난해 12월 25일부터 단독주택가에서도 시행했다.

23~24일 단독주택가 투명페트병 분리배출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모습

23~24일 단독주택가 투명페트병 분리배출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모습

하지만 시행 2개월이 지나도록 단독주택가 대부분은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가 되지 않고 있다. 기자가 서울시 서대문구‧마포구‧은평구 단독주택가의 분리배출 거점 27곳을 찾아보니 22곳은 투명페트병이 일반 플라스틱과 섞여있었고, 3곳 정도는 일반 플라스틱조차 제대로 분리되지 않았다. 다만 서대문구 연희동 원룸촌의 두 곳만이 서울시가 배포한 ‘시범사업 전용봉투’에 투명한 페트병을 분리 배출했다. 인근 원룸에 사는 장모(29)씨는 “건물관리인이 안내한 걸 들은 적 있지만 지키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고 했다.

식초통, 딸기팩은 투명해도 제외

제대로 된 분리배출법을 모르는 주민도 많았다. 환경부에 따르면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봉투엔 뚜껑을 닫은 음료수통과 생수통만 들어갈 수 있다. 식초통, 얼음컵, 딸기포장팩 등은 '투명페트' 표시가 적혀있지만 잔여물이 있거나 혼합 재질인 경우가 많아 일반 플라스틱으로 분리해야 한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최모(34)씨는 "건물관리인이 투명페트병을 분리배출하라고 안내한 적이 있지만 그렇게 구체적인 방법은 몰랐다"고 말했다.

"주민 홍보·업체 관리해야"

환경단체는 투명페트병 별도분리에 동의하면서도 주민 홍보가 부족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환경부, 지자체가 동네에 현수막을 거는 정도로만 홍보한 게 1차적인 문제다. 배출하라고 만든 홍보물에도 투명페트병의 범위에 대한 설명이 없어 직접 찾아보기 전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홍정기 환경부 차관, 재활용품 선별업체 현장 점검   (서울=연합뉴스) 홍정기 환경부 차관이 7일 경기도 이천시 소재 재활용품 선별업체 '신풍자원'을 방문, 투명페트병 별도 보관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2021.7.7   [환경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홍정기 환경부 차관, 재활용품 선별업체 현장 점검 (서울=연합뉴스) 홍정기 환경부 차관이 7일 경기도 이천시 소재 재활용품 선별업체 '신풍자원'을 방문, 투명페트병 별도 보관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2021.7.7 [환경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민간 수거업체나 선별장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 전문가도 있었다. 시민들이 투명페트병을 별도 배출하더라도 일부 수거업체나 선별장에서 일반 쓰레기와 섞어버리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주민들이 별도 배출을 하더라도 제대로 처리할 선별장이 거의 없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도 "분리배출을 잘하는 편인 우리나라 특성상 단독주택에서도 분리배출이 곧 늘어날 것이다. 정부에서 인프라를 미리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환경부는 투명페트병 분리배출제 홍보 및 관리를 위해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자체에 투명페트병 전용 봉투를 배급하고 각 동장을 통해 방문홍보 진행하는 식이다. 또한 인센티브를 통해 투명페트병 별도분리시설을 갖춘 민간 선별장을 올해 안에 77%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김상훈 환경부 생활폐기물과장은 "단독주택 특성상 홍보·관리가 아파트보단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공동주택에서 성과를 낸 제도인만큼 꾸준히 보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