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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가슴 가리개 한복…'혐중' 대신 뿌리 지키는 MZ [밀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4일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중국이 한복 차림을 한 여성을 자국 대표로 등장시켜 논란이 일었습니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한복이 중국의 소수 민족인 한족의 전통 의상 '한푸'이며, 김치는 채소 절임 음식인 '파오차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지난 2일에는 패션잡지 ‘보그’가 공식 SNS 계정에 중국인 모델이 한복 입은 사진을 올리고 ‘한푸’라고 소개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밀실]<제85화> #우리 문화 지키는 MZ세대

이런 상황에서 '우리 문화'를 지키고자 나선 MZ 세대가 있습니다. 밀실팀에서 전통문화를 이어가는 MZ 세대를 만났습니다.

블랙핑크 뮤직비디오 속 그 한복

전통 매듭을 전공하신 할아버지를 보고 자란 김단하(32) 씨는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한복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블랙핑크의 'How you like that' 뮤직비디오 속 한 장면. 블랙핑크가 입은 옷은 단하주단에서 만든 옷으로, 고려시대 무관이 입던 옷과 조선시대 여성들이 입던 속옷을 재해석했다. [YG엔터테인먼트]

블랙핑크의 'How you like that' 뮤직비디오 속 한 장면. 블랙핑크가 입은 옷은 단하주단에서 만든 옷으로, 고려시대 무관이 입던 옷과 조선시대 여성들이 입던 속옷을 재해석했다. [YG엔터테인먼트]

단하씨는 '단하주단'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해 과거 무관 복식을 아우터로 바꾸거나 조선시대 속옷을 크롭탑으로 변형하는 식으로 전통 의상을 현대식으로 변형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블랙핑크 뮤직비디오 속의 현대식 한복을 제공해 유명세를 탔습니다.

'단하주단'의 김단하 대표.

'단하주단'의 김단하 대표.

블랙핑크 옷이 공개됐을 때 기모노 논란도 있었고 왜색 논란도 있었잖아요. 그래서 국내분들도 약간 긴가민가해 하셨어요. 이 옷이 궁중의 보자기에서 온 문양이고 또 도포의 모양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뿌리를 가지고 있는 옷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깨닫게 해줘서 감사하다’고 말씀하시는데, 저희도 약간 뿌듯하죠.

“‘국악은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고 싶어요”

여성 5인조 퓨전국악팀인 '비단'은 우리 문화재를 배경으로 한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전 세계 9개국어로 번역해 배포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비단 팀에서 타악기를 맡은 김지원(27)씨는 "국악을 전공하면서 관객들이 '국악은 시끄럽다' '지루하다'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게 안타까웠다"면서 "그 고민을 풀기 위해 고민하다가 퓨전국악이라는 장르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비단 팀 보컬 김수민(왼쪽)씨와 타악기를 맡은 김지원씨.

비단 팀 보컬 김수민(왼쪽)씨와 타악기를 맡은 김지원씨.

지원씨는 국악의 매력으로 관객과의 소통을 꼽았습니다.

국악의 매력을 말하자면 끝도 없지만, 관객과의 소통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서양 음악은 관객들이 조용히 있는 게 '매너'로 여겨지는데 국악은 그 반대예요. 흥이 나면 관객들이 추임새를 넣고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입니다.

오얏꽃을 아시나요? 역사를 ‘오늘의 문화’로  

한국 전통 문양에서 발굴한 '디자인'을 모티브로 대중에게 친근한 상품으로 만드는 MZ세대도 있습니다.

'코래픽' 장이도 대표.

'코래픽' 장이도 대표.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코래픽 장이도(37)대표는 우연히 박물관에서 오얏꽃 문양을 발견하고 전통 디자인의 아름다움에 빠져들었습니다.

오얏은 자두의 옛말이거든요. 오얏꽃은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에 모두 기록이 되어 있고 조선 왕가를 상징하는 꽃이기도 했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봄을 맞이하면서 기다리는 꽃이었는데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면서 전쟁이랑 식민지 시대를 지나면서 우리는 그 꽃이 존재했다는 것을 잊어버리게 된 거죠.

코래픽은 "단절된 전통을 다시 소개한다"는 취지로 2018년부터 매년 새로운 디자인으로 오얏꽃 모양의 배지를 텀블벅에서 판매하는 '오얏꽃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배지 하나당 가격은 8600원으로, 지금까지 600명 가까이 참여했다고 합니다. 코래픽 소비자의 50%는 25세~34세 사이라고 합니다.

젊은 층이 코래픽의 디자인을 소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자 장이도씨는 "우리 전통이라는 스토리텔링에 관심을 가져주신 것 같다"면서 "MZ세대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 길게 올린 스토리텔링들을 읽어줄 준비가 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방탄소년단 '픽' 고려청자 케이스, 세계로 수출  

대학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한 한상미(29)씨는 일본 여행을 갔다가 일상 속에서 전통 문양이 들어간 소품을 즐겨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방탄소년단 RM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세계적인 유행이 된 미미달의 고려청자 케이스. [미미달 제공]

방탄소년단 RM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세계적인 유행이 된 미미달의 고려청자 케이스. [미미달 제공]

한국에서는 명동에 가야지 외국인용 기념품으로 전통문양이 담긴 소품들을 볼 수 있잖아요. 왜 우리나라 전통 디자인은 일본처럼 대중적이지 않을까? 질문하게 됐습니다. 전통 디자인이 대중적으로 사용될 수 있게 만들어야겠다는 목표를 잡았습니다.

미미달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된 건 2020년 '고려청자 케이스' 소품의 역할이 컸습니다. 당시 고려청자 케이스가 큰 인기를 끌면서 주문을 받는 홈페이지의 서버가 마비될 정도였다고 합니다. 당시 매출액은 3억원에 달했습니다. 후에 방탄소년단 멤버 RM이 이를 사용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면서 해외에서 문의가 잇달았고, 해외 몰까지 만들게 됐다고 합니다.

미미달에서 판매하는 단청우산. 이 제품을 만들기 위해 무형문화재 단청장을 찾아가 자문을 받았다고 한다.[미미달 제공]

미미달에서 판매하는 단청우산. 이 제품을 만들기 위해 무형문화재 단청장을 찾아가 자문을 받았다고 한다.[미미달 제공]

미미달 대표 93년생 한상미씨. [미미달 제공]

미미달 대표 93년생 한상미씨. [미미달 제공]

해외몰을 론칭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15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미국, 싱가포르, 일본 등 구매자들의 국적도 다양합니다.

특히 고려청자 케이스의 소비자 절반 이상이 MZ 세대였습니다. 한씨는 MZ 세대가 전통문양이 들어간 소품에 관심을 갖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전통이라고 생각하면 고리타분하고 촌스럽다는 고정관념이 있으신데, 이걸 깬 덕분인 것 같아요. 제가 이런 제품 만들면서, 소비자분들이 내가 알던 일월오봉도가 고려청자가 이렇게 예쁠 수 있구나. 이런 디자인으로 쓰일 수 있구나 새롭게 느끼는 거 같습니다.

전통문화 홍보에 300억원, 그보다 중요한 건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과 관련해 정부에서도 손을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올해 한복 지원 사업 등 전통문화 홍보 예산으로만 300억원이 잡혔습니다. 문체부 관계자는 밀실팀과 통화에서 ”미래세대를 겨냥해 메타버스 공간에서 한국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한 서비스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한복을 활용한 교복 디자인 제작을 지원하거나 K-POP 스타들이 한복을 활용할 수 있게 디자이너들의 현대 한복 디자인을 지원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MZ 세대는 정부 예산보다도 우리 문화를 생활에서 즐기고자 하는 작은 실천이 한국 문화를 지키는 가장 큰 힘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우리 것이 맞다'고 주장을 하려면 일상에서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우리 세대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래픽 장이도 대표)

퓨전국악이라는 장르를 통해서 계속 다가가서 그 벽을 더 허물어 가고 싶고요. 그리고 대중매체의 관심을 통해서 좀 더 대중분들께 자주자주 국악이 많이 노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비단 팀)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에 맞서는 ‘문화 지킴이’ MZ 세대의 활약은 오늘도 계속됩니다.

밀실은 '중앙일보 레니얼 험실'의 줄임말로 중앙일보의 20대 기자들이 도있는 착취재를 하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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