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알고보면 섬세하고 정 많다"...'거친 입' 李의 감성글, 무슨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올린 '오늘, 이재명' 6번째 편. 이 후보는 이 글에서 경기지사 시절 공무원들의 반대를 뚫고 무료 먹거리센터를 운영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저는 우리 국민의 자존을 믿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올린 '오늘, 이재명' 6번째 편. 이 후보는 이 글에서 경기지사 시절 공무원들의 반대를 뚫고 무료 먹거리센터를 운영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저는 우리 국민의 자존을 믿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캡처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아픈 손가락이 있습니다. 청소노동자로 살다가 세상을 떠난 동생 재옥이는 저의 가장 아픈 손가락입니다.”

지난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이같은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가족들을 떠올린 뒤 이 후보는 “제게 정치적으로 가장 아픈 부분은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님을 사랑하는 분들의 마음을 온전히 안지 못한 것”이라며 “2017년 경선, 지지율에 취해 마음이 흔들렸다. 과도하게 문재인 후보님을 비판했다”고 털어놨다.

이 후보는 “아직도 제가 흔쾌하지 않은 분들이 계신 줄 안다. 그러나 제게 여러분이 아픈 손가락이듯, 여러분도 저를 아픈 손가락으로 받아주시면 좋겠다”는 호소로 글을 마무리했다.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을 향한 반성문 같은 이 글은 여권 지지층 사이에서 널리 회자됐다.

공식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 지난 15일부터 ‘오늘, 이재명’이라는 제목으로 1~2일에 한 편씩 올리는 수필 시리즈는 이 후보의 거친 이미지 이면의 정서를 전달하는 창구가 되고 있다. 부산 유세를 다녀온 15일에는 “유세 첫날 부산,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을 꿈꾸며 행동하는 양심과 깨어있는 시민들을 만났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즐겨 부르던 노래 ‘상록수’의 가사를 옮겨 적었다.

현장유세에서는 거친 李…SNS에는 ‘감성 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24일 오후 강원 원주 현장유세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 ″정치보복을 이야기하고, 색깔론으로 공격하고, 지역갈등·남녀갈등 등을 부추기는 사람이 무슨 염치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이야기하느냐″고 날을 세웠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24일 오후 강원 원주 현장유세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 ″정치보복을 이야기하고, 색깔론으로 공격하고, 지역갈등·남녀갈등 등을 부추기는 사람이 무슨 염치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이야기하느냐″고 날을 세웠다. 뉴스1

요즘도 강성 지지자들이 모이는 유세 현장에서 이 후보는 “겁대가리 없이 어디 건방지게 국민에게 달려드나”(23일) 등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 거친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SNS 공간에서는 유권자의 감성에 다가가려 애쓰고 있다. 서울 강남역 유세가 있었던 16일에는 “아무래도 큰 빚을 진 것 같다”며 청년들의 고통에 대한 부채감을 드러냈고, 23일에는 공무원들의 반대를 뚫고 경기지사 시절 무료 먹거리센터를 운영한 일화를 들며 “저는 국민을 믿었다. 우리 사회에 더는 (장발장을 쫓았던 경찰) 자베르가 없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15일부터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는 ‘오늘, 이재명’ 시리즈 1편. 공식 선거운동 첫날이었던 이날 이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억하며 그가 즐겨 부르던 노래 ‘상록수’의 가사를 옮겨 적었다. 페이스북 캡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15일부터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는 ‘오늘, 이재명’ 시리즈 1편. 공식 선거운동 첫날이었던 이날 이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억하며 그가 즐겨 부르던 노래 ‘상록수’의 가사를 옮겨 적었다. 페이스북 캡쳐

메시지 흐름의 변화는 윤종군 전 경기도 정무수석이 이끄는 메시지팀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다. 윤 총괄팀장은 “유세 현장에서는 청중을 사로잡기 위해 격정적 발언들이 주종이 되다 보니 선거 과정에서 후보가 품게 되는 깊은 단상이나 감정이 잘 전달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었다”며 “이를 좀 더 정제된 형태로 풀어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미디어에선 잘 안 보이는 李 모습 봐달라”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연설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내기도 했던 윤 팀장은 2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후보는 가까이서 보면 섬세하고 잔정도 많은데, 그런 모습은 미디어를 통해 잘 전달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후보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하기 위해 생각과 판단의 배경이 된 후보의 경험을 메시지 곳곳에 녹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날그날 ‘오늘, 이재명’ 소재 선정에 대해선 “현장 연설을 보며 ‘오늘 이런 생각을 했겠구나’ 하며 제안할 때도 있고 수시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후보가 먼저 꺼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28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에 참석한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와 윤종군(오른쪽에서 두번째) 전 경기도 정무수석. 윤 전 수석은 현재 민주당 선대위 비서실에서 메시지 총괄팀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4월 28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에 참석한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와 윤종군(오른쪽에서 두번째) 전 경기도 정무수석. 윤 전 수석은 현재 민주당 선대위 비서실에서 메시지 총괄팀장을 맡고 있다.

SNS 게시글 외에도 방송 연설 등 최근 이 후보의 메시지에는 감성 터치가 크게 늘었다. 지난 22일 ‘소년공 다이어리’라고 제목 붙인 1회 방송연설도 “제가 살아온 이야기를 해드리겠다”며 자신을 잔잔히 소개하는 내용으로 채웠다. 이 후보는 특히 자신의 어머니를 회상하며 “제 어머니처럼 평생 고단하게 사셨던 분들이 제 손을 잡고 ‘우리 좀 잘 살게 해줘’라고 말씀하실 때마다 정말로 우리 국민의 삶을 제대로 살피는 정치인이 돼야겠다고 다짐한다”고 말했다.

메시지의 화수분은 소년공 시절 날마다 적은 이 후보의 일기다. 윤 팀장은 “일기장에 이 후보가 성장기에 겪은 고통과 고민이 가득 담겨 있다”며 “거기에 담긴 ‘진짜 이재명’을 국민들이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메시지를 쓴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TV광고 3편에 등장하는 1982년 2월 16일자 일기. ″변호사를 개업하겠다. 그래서 나의 어린 시절처럼 약한 자를 돕겠다″고 적혀있다. 유튜브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TV광고 3편에 등장하는 1982년 2월 16일자 일기. ″변호사를 개업하겠다. 그래서 나의 어린 시절처럼 약한 자를 돕겠다″고 적혀있다. 유튜브 캡처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