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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길은 없다"…29CM 출신 카피라이터의 글쓰기 비법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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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er's Comment

“모든 텍스트가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

온라인 편집숍 29CM에서 헤드 카피라이터 출신으로, 책방 '밑줄서점'을 운영하는 이유미 작가의 얘기입니다. 쉽게 말해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읽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쓰고 말하고 표현한 글을 ‘내 것’으로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일상에서 영감을 건지는 방법부터, 더 읽고 싶은 글을 쓰는 방법까지.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이 이유미 작가의 ‘글쓰기 비법’을 공개합니다.

※ 이 기사는 폴인의 “월간서른의 대책토크”의 11화 중 일부입니다. 30대를 위한 콘텐츠 플랫폼 ‘월간서른’이 이유미 작가와 나눈 ‘대책토크(대놓고 책을 이야기하는 토크)’를 강연록 형태로 각색했습니다.

대책토크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월간서른'의 강혁진 대표(왼쪽)와 이유미 작가. ⓒ월간서른

대책토크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월간서른'의 강혁진 대표(왼쪽)와 이유미 작가. ⓒ월간서른

가구 디자인 전공자, 어떻게 29CM 카피라이터 됐을까

저는 가구 디자인과를 졸업했지만,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 졸업 후 미술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출판물을 만드는 편집 디자이너라는 직업에 관심이 생겼어요. 온라인 쇼핑몰 텐바이텐(10X10)에서 매거진 'HITCHHIKER'를 만들기도 했어요. 처음에는 디자인만 맡아서 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기획과 글쓰는 역할도 맡았죠.

그 후 텐바이텐 창업자 중 한 분이 온라인 편집숍 29CM를 만들면서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했어요. 그때만 해도 온라인 쇼핑몰에 에디터라는 직무가 있다는 게 생소했습니다. 저는 글쓰기가 좋아 합류했어요. 그렇게 2011년부터 29CM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했습니다.

이곳에서 9년간 일하며 가장 신경 쓴 건 '우리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거였어요. 카피 하나만 읽어도 '이건 29CM 스타일이네'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게 하는 게 목표였죠. 그래서 어떤 물건을 소개할 때 단순히 기능이 좋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제품 자체보다 그 상품이 쓰이는 상황을 얘기하는 스타일을 만들었어요.

다시 말해 제품에만 몰입하는 게 아니라, 주변과 상황을 본 거죠.

사적인 일상을 '카피'로 만드는 3가지 방법

이렇게 카피라이터로 일하면서 저만의 일하는 방법을 점검해봤습니다. 카피라이터는 언제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할지 모르기에 평소에 끊임없이 워밍업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카피를 쓰려면 아이디어가 필요한데, 짧은 시간 안에 창의력을 발휘하는 게 힘들기 때문이죠. 그래서 일할 때 참고할 레퍼런스를 평소에 많이 수집하는 게 중요합니다.

글 쓰는 사람에겐 모든 경험이 다 글감이에요. 일상에서의 작은 노력이 모여 좋은 글, 좋은 카피가 됩니다.

그래서 일상에서 문장을 수집해 내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고, 퇴고를 통해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을 정리해봤습니다.

1. 언제든 찾아볼 수 있는 글감 자료 만들기

카피라이터는 제안하는 사람이에요. 고객에게 좋은 제안을 하려면 무엇보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하죠. 다양한 경험을 하면 타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상대방의 입장이 되는 게 조금은 쉬워져요. 소설, 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되는데요. 저는 그중에서 텍스트로 접근할 수 있는 소설을 가장 추천합니다.

직장인 시절 주로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책을 읽었어요. 이동하면서 공감이 되거나 나중에 필요할 것 같은 문장에 밑줄을 그어 따로 표시했죠. 귀찮더라도 그 문장을 타이핑해서 파일로 만드는 작업을 꼭 했습니다. 타이핑하는 것이니 필사가 아닌 '필타'라고 불렀어요.

필타를 하는 이유는 나중에 이 문장들이 필요할 때 쉽게 찾아보기 위해서예요. 그때그때 파일로 만들어 놓아야 나중에 검색 기능을 이용해 쉽게 찾을 수 있죠. 예를 들어 우산에 관한 카피를 써야 하는 날이면, 검색창에 '우산'을 검색하면 관련 문장이 나오겠죠. 100% 일치하는 검색 결과가 없을 땐 '장마', '비', 등으로 확장해서 찾으면 비슷한 상황을 찾을 수 있습니다.

책이 아니더라도,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텍스트는 무궁무진해요. 얼마 전 음악을 틀기 위해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를 찾았는데요. 제목이 '미술관에 온 듯 여유롭고 클래식한 연주' '코딩 짤 때 듣는 음악' '식물원에서 들릴 법한 음악' 등 구체적이고 흥미로웠어요. 나중에 책을 소개하거나, 그 책을 읽기 좋은 상황을 제안할 때 참고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역시 수집했습니다.

2. 가장 사적인 이야기 기록하기

타인의 경험과 문장을 수집하다 보면 놓칠 수 있는 게 있어요. 바로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저는 책에서 만나는 좋은 문장뿐만 아니라, 시시콜콜한 감정과 경험도 메모해서 카피 쓸 때 참고해요. 때로는 가장 사적인 이야기가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가장 작고 흔한 이야기가 나만의 차별화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티셔츠 뒤의 라벨이 온종일 거슬렸던 날이 있었어요. 누구나 흔히 겪는 일이지만, 저는 그날 느꼈던 불편한 감정을 구체적으로 메모했죠. 덕분에 남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데, 나 혼자 불편하고 거슬리는 상황을 묘사해야 할 때 이 예시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온종일 거슬린 티셔츠 뒤 라벨도 글감이 될 수 있다. ⓒUnsplash

온종일 거슬린 티셔츠 뒤 라벨도 글감이 될 수 있다. ⓒUnsplash

저는 뚜렷한 기억보다 희미한 연필 자국이 낫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경험을 많이 하고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삶을 살아도, 적어두지 않으면 휘발되어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없습니다.

일상을 기록하는 방법으로는 일기를 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에요. 흔히 자기 전에 쓰는 일기도 좋지만, 제가 회사에 다니며 아침에 썼던 '오늘 쓰는 어제'도 추천해요. 말 그대로 출근해서 메모장을 켜고, 어제 있었던 일을 썼어요. 주관적인 생각보다 객관적으로 있었던 일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쓰면 하루 10~20분밖에 안 걸려요. 글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하나씩 열어보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3. 결과물을 소리 내 읽으며 퇴고하기

글을 잘 쓰는 것도 좋지만, 퇴고하는 것도 중요해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다시 4~5번 읽는 건 고통스럽지만, 절대 생략할 수 없습니다. 제가 추천하는 퇴고 방법은 내 글을 소리 내서 읽어보는 거예요.

기업을 상대로 글쓰기 자문을 한 경험이 있는데요. 생각보다 글을 쓰고 다시는 안 읽어보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항상 내 글을 소리 내서 읽어보라는 조언을 합니다. 녹음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긴 글뿐 아니라, 회사에서 문서나 PPT 자료를 작성할 때도 반드시 소리 내서 읽어보세요. 그러면 눈으로만 읽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글이 보입니다.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특정 조사가 어색하게 보이거나, 몇몇 단어가 툭 걸리는 경험도 하게 될 거예요.

또 피드백 받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피드백 받는 게 부끄럽고 두려워서 쓴 글을 책상 서랍에 넣어두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피드백을 받아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어요. 피드백 없이는 내 안에 갇혀서 글을 쓸 수밖에 없어요. 피드백이 있어야만 글이 발전할 수 있어요.

특히 내 글의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까지 말할 수 있을 만큼 친한 사람에게 보여주고 의견을 듣는 게 도움이 많이 돼요. 책을 쓸 때는 편집자가 있지만, 편집자에게 보여주기 전에 남편이나 친언니에게 자주 보여줘요. 그러면 타인의 평가를 통해 객관적인 시선으로 내 글을 볼 수 있어서 글을 발전하게 만들 수 있거든요.

글쓰기에는 지름길이 없어요

※ 이 기사는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월간서른의 대책토크”의 11화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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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를 위한 자기성장 플랫폼 '월간서른'이 '책은 읽고 싶지만, 읽을 시간이 없는' 분들을 위한 강연 시리즈 '대책토크'를 진행했습니다. 출연자들의 강연과 Q&A를 폴인이 글로 각색해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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