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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생김새는 삼엽충 화석… 회·찜 모두 맛있는 부채새우[백종원의사계MDI]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괴한 생김새는 삼엽충 화석? 에일리언? 절반 자른 바닷가재?
하지만 회 찜 구이 라면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맛, 부채새우.

‘백종원의 사계 MDI’는 티빙(Tving) 오리지날 콘텐트인 ‘백종원의 사계’ 제작진이 방송에서 못다 한 상세한 이야기(MDI·More Detailed Information)를 풀어놓는 연재물입니다.

티빙 '백종원의 사계' 부채새우편. 인터넷 캡처

티빙 '백종원의 사계' 부채새우편. 인터넷 캡처

부채새우. 참 독특하게 생겼다. 머리 쪽이 둥글게 양쪽으로 펼쳐져 있고, 몸통이 손잡이처럼 내려앉아 있어 부채새우라는 이름이 붙은 모양인데 뒤집어 다리 쪽을 보면 사뭇 괴물 같은 모습이다. 어떤 사람은 고생대 생물인 삼엽충 화석 같다고도 하고, 어떤 사람은 영화 ‘에일리언’에 나오는 괴물의 유충(사람의 얼굴을 덮고 입을 통해 몸속에 알을 낳기 때문에 페이스 허거 Face-hugger 라고도 불린다)과 닮았다는 극언을 하기도 한다. 크기까지 컸으면 상당히 징그러웠을 수도 있는데 다행히 남자 어른 손 크기 정도다.

그동안 ‘백종원의 사계’에서는 참 많은 해양 갑각류를 먹어왔다. 서해안의 대하를 시작으로 동해에서는 꽃새우, 닭새우(가시배새우), 도화새우 등 독도새우 3종을 섭렵했고 게 중에는 영덕 대게를 시작으로 서해의 꽃게는 봄철의 암게와 가을의 수게를 모두 소개했다. 유난히 갑각류를 시랑하는(혹은 전생에 갑각류와 원수가 진) 백종원 대표의 취향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지만, 사실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게나 새우를 싫어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싶다.

그렇게 대한민국 연안에서 잡히는 갑각류가 모두 동이 났나 했는데, 다행히 아직 남은 종이 있었다. 바로 부채새우. 근래 들어 먹을 것 밝히는 사람들에 의해 입소문이 나고는 있지만, 대중에겐 아직 낯선 종이다. 이 새우가 언제부터 우리 밥상에 올랐는지도 분명치 않을 정도. 영어로는 Japanese fan lobster 라고 불리는데, 우리에겐 새우지만 서구에서는 로브스터, 즉 바닷가재의 일종으로 불리는 묘한 녀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와 남해 동쪽에서만 잡히고 있어서 ‘백종원의 사계’ 팀은 먼 통영 앞바다로 향했다.

우리나라 각 지역의 사계절 풍광과 제철 식재료를 함께 소개하는 '백종원의 사계'는 티빙(Tving)에서 볼 수 있다. 인터넷 캡처

우리나라 각 지역의 사계절 풍광과 제철 식재료를 함께 소개하는 '백종원의 사계'는 티빙(Tving)에서 볼 수 있다. 인터넷 캡처

사실 한국에선 낯설지만 일본과 동남아시아에서는 그리 드문 편은 아니다. 필자도 오래전 싱가포르의 한 뷔페 식당에서 부채새우와 비슷한 새우를 만나 본 적이 있다. 수산물이 풍부한 싱가포르답게 온갖 해산물이 즐비했지만 유독 신기하게 생긴 녀석이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바닷가재에서 머리는 떼고 하체의 꼬리 쪽만 떼어 쌓아 놓은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처음부터 그렇게 생긴 놈이었다. 괴물같이 생겼지만 살은 달고 맛이 좋았다. 이름을 물어보니 ‘슬리퍼 로브스터(Slipper Lobster)’. 그러고 보니 언뜻 발에 신는 슬리퍼 같이 생기기도 했다.

이 슬리퍼 로브스터, 우리말로 매미새우는 그렇게 대가리 없고 하체만 있는 듯한 바닷가재 종류를 통틀어 부르는 이름이었다. 부채새우와 매미새우는 같은 매미새우과에 속해 있어 족보로 따지면 사촌 정도. 생김새도 언뜻 비슷하고 맛도 비슷한데, 크기에서 차이가 난다. 남태평양 쪽에서 많이 잡히는 매미새우는 대략 30cm 이상 크기로도 자라지만 한국과 일본 연안에서도 잡히는 부채새우는 다 자라 봐야 15~20cm를 넘지 못한다. 아무튼 부채새우와 매미새우는 모두 일본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미식가들을 설레게 하는 별미였다고 한다. 사실 매미새우니 부채새우니 하는 이름도 모두 일본어의 세미에비(세미는 일본어로 매미)나우치와에비(우치와는 얼본어로 부채)에서 직역한 것이다.

티빙 '백종원의 사계' 부채새우편. 인터넷 캡처

티빙 '백종원의 사계' 부채새우편. 인터넷 캡처

한겨울에도 파랗게 맑은 통영 바닷가에 백종원 대표와 김지민씨(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 ‘입질의 추억’ 운영자)가 마주 앉았다. 김지민씨가 들고 온 상자에는 통영 수산시장에서 산 부채새우 2㎏이 들어 있었다. 촬영 당시 현지 시세는 1kg에 5만원 정도. 일단 회부터 도전했다. 김지민씨가 회칼을 잡았다.

부채새우가 워낙 로브스터의 하반신과 거의 차이가 없으니 회 뜨는 법도 비슷하다. 회를 뜬 다음 살점을 얼음물에 식히면 맛이 배가된다. 탱글탱글하면서도 달콤한 속살을 간장에 찍어 입에 넣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생새우보다는 로브스터에 가까운 고소한 맛이 일품.

티빙 '백종원의 사계' 부채새우편. 인터넷 캡처

티빙 '백종원의 사계' 부채새우편. 인터넷 캡처

물론 부채새우 요리의 꽃은 회보다는 찜이다. 찜기에 물을 붓고 끓이기만 해도 되지만, 조금 신경을 써서 찌면 더욱 풍미가 강렬해진다. 찜기의 물에 화이트와인을 살짝 섞고, 부채새우를 켜켜이 쌓은 뒤 큰 다시마로 이불을 덮은 다음 뚜껑을 덮고 찐다. 물이 끓고 10분 정도 찐 다음 3~5분 정도 뜸을 들이면 완성.

칼이나 가위로 정중앙을 잘라 몸통을 2등분 한 뒤 살을 꺼내면 깨끗하게 쪄진 살코기만 쏙 빠져나온다. 내장도 맛이 있을 법한데 머리 부분이 작은 몸 구조상 게나 바닷가재처럼 내장이 고여 있을 만한 공간이 없다. 하지만 살 맛만으로도 충분히 별미. 그냥 먹어도 감칠맛이 돌고 고추냉이와 간장, 초고추장, 초간장 등 무엇에 찍어 먹어도 맛있다. 굳이 하나를 고르라면 타바스코소스를 권하고 싶다. 새콤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쫄깃한 살 맛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백종원 대표는 “정 없으면 식초에 고춧가루를 풀어 찍어 먹어도 좋을 것 같다”는 의견.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서 먹다 보면 금세 쪄낸 부채새우도 어느새 차게 식기 마련인데, 부채새우찜은 식은 뒤에도 풍미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차가워진 살은 단맛을 더 드러낸다. 약간의 매콤한 양념을 추가하면 열 마리 스무 마리도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티빙 '백종원의 사계' 부채새우편. 인터넷 캡처

티빙 '백종원의 사계' 부채새우편. 인터넷 캡처

찐 부채새우를 먹다 흥이 나면 요리로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다. 녹인 버터에 볶은 마늘, 소금, 설탕, 꿀을 섞어 허니버터 소스를 만든 다음, 새우의 단면에 바르고 토치로 가열하면 고급스러운 허니버터 부채새우가 마련된다. 집에서라면 찐 새우에서 살을 파내 허니버터 소스를 넣고 프라이팬에서 볶으면 더 간편하고 맛있다. 거의 모든 갑각류와 허니 버터 소스의 조합은 거의 반칙급. 맛이 없을 수가 없다.

티빙 '백종원의 사계' 부채새우편. 인터넷 캡처

티빙 '백종원의 사계' 부채새우편. 인터넷 캡처

마지막으로 마무리는 아직 세계적으로도 미개척 분야인 부채새우 라면. 다른 갑각류와 마찬가지로 부채새우의 머리 부분 역시 살은 없지만, 숨은 내장 덕분에 국물은 진하게 우러난다. 찐 새우 살을 까먹은 껍질을 모아 끓이면서 된장을 살짝 풀어 맛을 살린 다음, 라면 수프를 풀고 팔팔 끓여낸다. 껍질 속에 파묻혀 있던 살도 남김없이 발라낸 뒤 껍질은 건져 버리고, 면과 계란, 다진 파를 넣어 한소끔 끓여 내면 완성. 이 맛 하나에 비길 것이 뭣이 있을까 싶다. 어느새 차가운 통영 바람이 따스하게 느껴진다. 봄이 오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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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섭 JTBC 보도제작국 교양담당 부국장. 다양한 음식과 식재료의 세계에 탐닉해 ‘양식의 양식’, ‘백종원의 국민음식’, ‘백종원의 사계’를 기획했고 음식을 통해 다양한 문화의 교류를 살펴본 책 『양식의 양식』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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