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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개학 앞둔 학교 혼란·갈등 수수방관하는 정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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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7호 30면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18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학생 건강 회복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18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학생 건강 회복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는 “두려워할 이유없다”며 낙관론

정상 등교 방침 번복, 학교장 재량에

학교·학부모 부담 줄일 대책 제시해야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하루 확진자가 연일 16만~17만명씩 쏟아지고 있다. 국제 통계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에 따르면 인구 1000만명 이상 국가 중에서 한국의 100만명 당 확진자는 세계 1위(24일 기준)였다. 위태위태한 상황인데도 문재인 정부가 국민을 향해 발신하는 메시지는 오히려 혼선을 키우고 있다.

방역이 무너졌는데도 대선을 앞두고 장밋빛 전망만 줄줄이 내놓고 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4일 “오미크론 유행이 3월 중순 정점(25만명)을 지나 감소세로 전환하면 일상회복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전날 김부겸 총리는 “확진자 수만 가지고 두려움이나 공포감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했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오미크론 위험은 델타 변이의 4분의 1 이하 수준이고 계절 독감보다 낮다”며 거들었다. “여전히 치명률이 높아 독감처럼 관리할 수 없다”는 질병관리청의 분석과 충돌하며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심지어 한 당국자는 “확진자 폭증이 일상회복을 위한 긍정적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는데,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코로나 종식이 눈앞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하지만 중증환자는 다시 가파르게 급증하고, 전담 병실을 제때 확보하지 못해 영유아가 안타깝게 숨지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65만명을 돌파한 재택치료 대상자는 “셀프치료는 재택 방치”라며 특단의 대책을 호소한다.

3월 2일 개학을 앞둔 각급 학교 현장의 혼란상은 더욱 심각하다. 그동안 ‘3월 학기부터 정상 등교’를 외쳐온 교육부가 등교 지침에서 물러나 갑자기 원격수업 카드를 꺼내 들면서 혼란을 키우고 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지난 21일 “3월 2일부터 2주 동안을 ‘새 학기 적응 주간’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학교장이 책임지고 원격 수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앞서 지난 7일 교육부는 “학교 단위 일괄 원격수업 전환은 신중하게 결정한다”는 입장이었다. 불과 10여일 만에 교육부가 지침을 수정하면서 개학을 코앞에 둔 일선 학교는 물론 학생과 학부모는 혼란스럽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교원 단체들은 일제히 교육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번 학기부터 정상 등교라는 교육부 지침에 맞춰 교육 과정을 짜온 교사들은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별다른 기준도 없이 포괄적 자율을 부여하는 것은 각자도생의 혼란을 초래하고 교원들의 부담을 가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학교마다 등교 방침이 다르면 민원이 생길 수밖에 없고 불필요한 갈등을 겪게 된다”며 일관된 지침을 촉구했다.

학부모들도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서울시학부모연합은 “개학을 앞둔 상황에서 교육부의 발표가 불안을 조성하고 있다”며 “아이들을 돌보는 각 가정의 상황을 파악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발을 빼는 바람에 일선 학교장들은 이해당사자들인 교사·학생·학부모의 의견을 황급히 수렴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았다. 상당수 일선 학교 교장들이 학부모를 상대로 등교 여부 설문조사를 통해 방침을 결정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결국 부담과 책임이 학부모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는 셈이다. 설문조사를 놓고 맞벌이 가정과 전업주부의 이해가 엇갈리면서 2차 갈등도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K방역을 자화자찬해온 정부가 오미크론 대확산 국면을 맞자 나 몰라라 하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는 기막힌 현실이다.

정부는 더는 수수방관하지 말고 피해 최소화를 위한 현실적인 방역 지침을 세워 혼란을 막아야 한다. 특히 전문가의 충고에 귀 기울여야 한다. 서울대 의대 김윤 교수는 ▶자가검사를 기본으로 하고 ▶의심 증상이 있거나 신속항원검사 양성이면 동네 병·의원에서 바로 치료받게 하자고 제안했다. 응급환자가 진료를 거부당하지 않도록 하고, 의료인·경찰·소방관 등 사회 필수인력은 확진되더라도 증상이 없으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근무할 수 있게 하자는 비상 대책도 제시했다. 충고를 흘려듣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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